걱정쟁이

또는 '전략적 비관주의자'

by 환한 별숲

내 머릿속을 뿌옇게 만드는 성질의 생각들은 거의 걱정이다.

과거 지나간 것들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며 미래지향적인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솔직히는 미래 올 것들에 대한 염려와 불안은 나를 잠식한다.

대부분 벌어지지 않을 마음속의 리허설에 불과하지만, 그 낮은 불운의 가능성들을 모조리 실행시켜 봐야 그 일들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어 와서, 늘 공장 돌리듯 극을 만들고, 한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나를 포함한 사랑하는 사람들의 미래를 (말도 안 되게) 대비하느라 나의 현재는 전혀 없어왔다!


하지만, 늘 그렇지는 않아, 처음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맞아떨어져 현실에서 확인했을 때, 더 이상 이런 구상이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나의 그 나쁜 습관은 쉬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 내용은 얼마 전에 읽은 책 '걱정 많은 사람들이 잘되는 이유'와 영화 '인사이드아웃 2'에서 마치 내 마음을 그대로 읽어낸 것처럼 기술되었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 외에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크게 위안했다. 어찌나 큰 위로가 되었던지, 눈물을 펑펑 쏟았다!


걱정쟁이는 때로 마치 불치병에 걸린 사람처럼 치부됨에도 불구하고, 격려나 응원은커녕 비난받기 일쑤다. 나는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의 걱정임을 알지만, 사실 낙관주의나 걱정을 하지 않는 방법은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걱정은 '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걱정에 너무 매몰되어 일상의 행복을 놓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면서도 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그런데, 누구에게나 그렇듯 크고 작은 나쁜 일들이 있다. 도저히 내가 어쩔 수 없는...

오늘 그런 일이 있었다. 나는 최선을 다 했고, 거기까지.

역시나, 내가 수없이 돌린 시나리오 공장에서 본 적 없는 사고이다. 이런... 내가 또 틀렸다. 이렇게 된 이상, 나는 '걱정쟁이'에서 차라리 '방어적 낙관주의자'로 변신해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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