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트리뷰트 콘서트 〈마왕 10th: 고스트 스테이지〉
2014년을 기억한다.
오랜만에 Reboot Myself Part.1이 발매되고 공연을 가고 싶었다. 무한궤도, 신해철, 넥스트의 음악을 좋아했지만, 한 번도 그의 콘서트에 가본 적이 없던 나는, 친구들에게 함께 가자고 했고, 다른 일정으로 어렵다고 해서, 그래 다음에 함께 가자며 미루었다.
글 올리지도, 잘 확인도 않는 SNS. 신해철 님을 팔로우하고 있었다. 간간이 그는 소식을 올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기사가 떴다. 당연히 잘 회복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떠나버렸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나는 그 시간을 잊지 못한다.
뭐랄까, 개인적인 아쉬움과 죄책감 등이 마구 뒤엉킨 무거운 감정이었다.
나는 그에게 갚을 수 없는 큰 빚을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완벽하게 그의 모든 것을 흡수했다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조각 같은 기억들은 빚으로 다가왔다.
국민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때 멜로디도, 사운드도, 가사도 너무나도 센세이션 했던, 무한궤도의, 신해철의, 넥스트의 음악들은 내게 울림을 줬다.
라디오 음악도시, 고스트스테이션, 대담프로그램 100분 토론, 그리고, 동료나 후배 음악인들에게 그의 존재. 그의 철학은 나를 물들였다. 알게 모르게, 나는 스며들었나 보다. 그리고 삶이란, 어른이란, 옳다는 것이란, 방향성, 태도 등 많은 부분에서 나는 배웠고, 또 깨닫기도 했다.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마음은 숙제로 바뀌어, 10년 동안 묵직하게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의 추모 콘서트에 가서 오롯이 애도하는 것이었다.
에피톤 프로젝트-It’s Alright.
성덕이라고 고백한 차세정 님은 이 음악이 그를 미래로, 우주로 데려다 놓았다고 말했다.
전인권 님의 ‘걱정 말아요 그대’의 다음 가사가 마음에 다르게 꽂힌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배철수 님은 신해철 님을 ‘꿈을 포기하지 않고, 행복을 찾아 나서는 푼수’라고 말했다.
이승환 님은 슬프다기보다 차라리 외롭고 고독해 보였다. 그를 너무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신해철 님은 ‘용기와 담대함, 높은 통찰과 식견을 가진, 차가운 언어로 뜨거운 마음을 노래했던, 삶과 노래가 닿아 있던 귀한 사람’이다.
깊은 애정과 존경을 유쾌한 말로 고백하듯 얘기했다.
앙코르곡으로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불렀는데, 마지막 무반주 다음 가사로 우리는 모두 그를 떠올렸을 것이다.
너만을 사랑해 너만을 기억해
너만이 필요해 그게 너란 말야
우리만의 약속
그 약속을 지켜줄 내 사람
유물론에 공감하는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건 믿지 않았었다. 그 맥락으로, 존재하던 그가 10년 전부터 존재하지 않기에 혼란스러웠다. 그 이유가 충분히 슬퍼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오늘 공연에서 나는 행복하고 즐거웠다.
그의 노래에서 그리고 말에서, 아주 많은 것들은 보이지 않음에도 존재하고 있다고도 깨달았다. Promise Devotion Destiny Eternity Love 그리고, 행복.
나를 포함한 공연 중 카메라에 비친 관객들은, 그가 지금 이 순간 실재하지 않음에도, 모두 밝고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10년 만에 그에게 안녕이라고, 미안했고 고맙다고 고백하고 싶었는데, 그는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를 추억하며 모두 행복했고, 그렇게 그는 분명히 우리와 함께 있었다. 나는 이제 덜 슬퍼하고, 덜 쓸쓸해해도 될 것 같다.
우리의 과거에 그는 있었고, 현재에 있고, 미래에도 그는 영원히 있을게다. 우리의 각자 삶이 오히려 더 그의 존재를 풍성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내 삶 구석구석에 심겨 있는 그의 노래와 철학 조각들을 잘 맞춰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