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를 찾아라! (2)

새로운 기법들을 발견하다.

by 최우성

원장 선생님이 일요일 저녁부터 분주하시다. 이리저리 돌아다니시며 오늘의 주제는 풍경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사진 몇 장과 흑연 재료들을 책상 위에 올려두셨다. 선생님의 특징 중 몇 가지가 있는 데 항상 다른 특강 수업 때도 그랬듯이 한국화 방에 있는 이동식 접시 정리대를 진실의 책상 앞에 두신다.


가끔 안경을 머리 위에 걸친 뒤 영상편집을 하시는 데 이 모습이 마치 마감 시간에 쫓기는 듯한 프리랜서 같다. 뭐 선생님은 이 작업을 나름 즐기시는 듯하지만 말이다.


나는 선생님이 준비하시는 동안 오늘 그릴 사진들을 훑어보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어떤 재료를 쓰지?", "주제는 무엇이 좋을까?", "그림은 작게 그릴까? 크게 그릴까?" 같은 것들 말이다. 학생들은 나까지 포함 7명이 수업을 들었다.


영상편집을 마친 선생님이 태블릿을 닫으셨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착석했다. 일요일 저녁 수업이라 다들 피곤해 보였다. 그러나 이 시간까지 그림을 배우려는 열정은 말하지 않더라도 기운이 느껴졌다.


잠시 후 수업이 시작되었다. 선생님께서 10분~20분 남짓 시연작 들을 몇 점 보여주셨는 데 언제나 그렇듯 재료의 폭도 넓히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로우앵글로 찍은 웅장한 나무들을 붓이 아닌 물에 탄 흑연을 손에 듬뿍 발라 그려보았다. 구도를 파괴하면서 하나씩 쌓아가는 나무들의 표면은 거칠면서도 매끈한 느낌이 드러났다. 그 새 떨어지는 흑연가루들이 가져다준 색다른 경험도 재밌었다.




사진을 보며 상상했다. 어두운 청록색 하늘에 바람이 폭풍처럼 휘날려 잎사귀들을 자극한다. 난 이곳에서 바람이 피부의 솜털 사이를 지나가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떨어지는 잎사귀를 느끼고 있다. 이 느낌 그대로 표현해 보았다.


9화 001.jpg 거친 나무와 바람에 휘날리는 듯한 잎사귀가 연출되었다.



이후 문득 사진을 보면서 "사진 속 풍경을 스케치북 위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떠오른 아이디어! 이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흑연을 사진 위에 덧발랐다. 그 후 스케치북에 찍어 보았다.


처음에는 진한 부분만 드러나게 되었다. 여기서 손으로 좌우로 문지르면서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표현해 보았더니 강렬한 느낌을 한 층 더해주었다. 잠시 멈춘 뒤 내 손가락을 보았는 데 한 가지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손가락이 나이테처럼 보였다는 것." 나무의 나이테는 그들이 지금까지 진화해 온 역사라는 상상을 했다.


마찰 능선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손가락으로 나이테를 최대한 표현해 보려 했다. 그리다가 흑연이 부족하기도 하고, 만드는 것도 귀찮고, 덩어리는 왜 이렇게 뭉치는지... 시간도 부족했기에 결과는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다음번에는 많은 양의 흑연을 미리 물에 섞어놓은 뒤 양손의 마찰 능선에 묻히고, 한 층씩 쌓아서 표현해 봐야겠다.



9화 002.jpg 지금까지 시도해 보지 않았던 기법이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이번 수업을 통해서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여 평소에는 접하지 못한 표현법들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시간을 계기로 많은 재료를 연구하여 나만의 기법들을 만들어가야겠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