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를 찾아라! (3)

역시 인물은 어려워

by 최우성

내가 제일 자신 없는 게 인물 그리기이다. 평소 관찰력 부족과 입체감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던 나에게는 최악의 시간이다. 어떻게 선생님께서는 죄다 어려운 사진만 가져오셨는지... 나는 약간 45도 안 되게 기울어진 여성의 얼굴을 골랐다. 두개골 라인이 살짝 둥글면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뾰족하고, 이목구비는 서양인답게 뚜렷하며 그림자로 인해 눈덩이의 언덕들은 수많은 퍼즐처럼 나누어져 각자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정말 그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오른눈이 대부분 그림자로 덮여있어서 묘사할 여지가 없다는 것. 물론 이 수업의 본질은 묘사가 중심이 아니지만.


사실 수업 전에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둔 것이 있었다. 사진 전사를 마친 뒤 구멍을 뚫고, 밑에 종이를 받친 다음 구멍 사이에 있는 물에 탄 흑연을 뿌린다. 그러면 뒤에 있는 종이에 흑연 자국을 남기는데 구멍을 뚫었을 때 나온 종이를 모아서 가운데에 원반 모양을 그린 뒤 부착하려고 했다.


근데 선생님이 스케치북이 아닌 빡빡한 흑 켄트지 비슷한? 그런 종이 위에 그리라고 하셨다. 손으로 문질렀을 때 표면이 아스팔트 같이 거칠면서 까칠하다. 또한 맞지 않는 재질과 검은색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진 전사는 시도하지 못했다.


결국 재질에 맞는 재료인 목탄으로 형태를 잡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면서 사람인지 찰흙인지 모를 모습으로 변해갔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렇게 된 거 더 망치면서 색깔도 강렬하게 써보기로 했다. 어수선한 선들 사이에 사람의 형체는 어느새 잃어버리게 되면서 흡사 피카소나 바스키아 같은 화풍처럼 변해갔다.






위에서 나는 작품을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는 이 작품 속의 이야기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 "사회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


둘이 동일시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 작품으로 만들고자 했다.


구멍을 뚫은 것은 스스로 쏜 탄환을 뜻하며 뒤 종이에 만들어진 원반은 사회적인 나의 과녁이다. 그 과녁을 맞히지 못한 탄환은 주변에 흑연 자국으로 남게 된다.


즉 자신은 나도 이해를 못 하고,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의 결과를 표현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남들도 알아줄 거라는 거만한 착각 속에 나도 모르게 빠져있었다. (당연한 것을 늘 잊는다)


강평에서 검은 그림자 선생님은 의외였다고 하셨다. 얼굴 뒤에 표현된 것이 보름달과 나무 위 새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을 끝으로 수업은 마무리됐다.


10화 001.jpg 작품은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