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그리는 법을 깨닫다.
마르크 샤갈의 전시를 보았다. 그의 작품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자유로웠다. 알록달록한 색채들이 조화를 이루어 고향, 신화, 종교, 사랑 등 요소를 갖고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이 매혹적이었다. 사실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작가라는 것은 작품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전시를 본 뒤 나에게 변화가 생겼다. 그림에 대해 스스로 틀에 가두고는 했는데 샤갈의 작품을 보며 깰 수 있었다. 그림이 이토록 자유롭다는 생각을 잠시 잊고 있었다.
왠지 이상하게 수채화 수업은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첫 수업과 두 번째 수업 때는 나 혼자였기에 선생님과 어색하게 그림을 그린 게 기억난다. 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풍경 사진을 한 장 골랐다. 그 안의 세상도 이곳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높은 지대에 펼쳐진 넓은 들판. 그 위에 자리를 지키는 나무 한 그루와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지금 처해있는 상황과 비슷해 보인다.
저 작고 평범해 보이는 세계에 집중해 보려 한다. 나무 앞에 앉아 푸르스름한 하늘을 쳐다본다. 고요한 바람이 뼈마디를 건들고, 살랑이는 풀잎이 손을 간지럽힌다. 그리고, 작은 세계에서 가져온 이 느낌을 천천히 손에 쥔 붓으로 옮겨 담는다. 나에게 준 색채를 하나둘씩 그려낸다. 현재 나의 세계에서 가장 작지만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 준 단 하나의 풍경이 완성되었다.
다음은 인물을 그렸다. 샤갈의 전시를 본 뒤 느낀 것이 많았던 터라 비교적 힘을 빼고 그릴 수 있었다.
연주자의 감정을 상상하며 그리거나 춤을 추는 사람의 모습을 추상 또는 요소를 더해서 그려 보았다. 늘 내가 해왔던 방식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가끔 잊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이래서 너무 잘 그리려고 하면 안 된다.
아무튼 한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림들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아직은 많이 어색하지만, 이 계기로 지금도 완성한 그림들을 보며 아래 문장을 되새기다.
"그림은 언제나 자유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