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재해석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다.

by 최우성

유치원 때 그렸던 그림을 꺼내보았다. 몽글몽글한 토마토가 줄기를 타고 매달려있다. 크레파스와 수채화로 그린 것처럼 보인다. 정확히 어떻게 그린 건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거칠게 칠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아마 상상을 해서 그린 거 같은 데 생김새가 비교적 잘 드러난 걸로 봐서는 선생님이 도와주신 거 같다. 주변에 줄기들로 채운 것도 인상적이다. 채우고 싶은 마음이 컸나 보다. 나는 이 그림을 최대한 어렸을 때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다시 그려보기로 했다.


원장 선생님께서 먹을 추천해 주셨기에 먹과 한국화 붓을 준비했다. 그림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이때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들떠있었다. 붓끝에 먹을 찍고 천천히 형태를 만들었다. 농담 표현을 위해서 평소보다 물을 많이 썼다. 화선지에 번지는 느낌이 과거로부터 여행하기 위한 길을 열어주는 것 같았다. 물리적으로 시간여행을 할 수 없지만 이 순간만큼은 저 작은 토마토가 만들어준다.


완성 후 선생님께서는 사람의 눈코입처럼 보인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어린 시절 나와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보아하니 꽤 장난꾸러기같이 보인다. 이를 계기로 과거를 돌아보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


과거로 부터 가져온 토마토.jpg 유치원 때 그린 토마토. 형태가 제법 살아있다.



과거의 재해석.jpg 과거의 그림을 재해석한 그림. 얼굴처럼 보이며 과거의 나와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