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누드 크로키
10년 전 누드 크로키를 접한 건 드로잉 특강 수업 때였다. 평소에는 단순히 자료를 보고 멈추는 게 그만이었지만 실제로 대상을 보고 그리는 것이 얼마나 큰 재미를 주는지 알게 되었다. 시간 안에 빠르게 그려야 하는 규칙 때문에 잡생각을 줄여주고, 평소에 나오지 않는 선들도 나오게 된다. 다만 감각으로만 그리게 되면 비례감이 무너지기에 목각인형과 같은 연습 방법을 병행했다. (근육이 포함된 피규어라면 더욱 좋다.)
이제는 인터넷이나 책에 있는 자료를 찾지 않게 되었다. 누드모델에 대한 좋은 자료가 부족할뿐더러 동작들이 뻔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직접 보고 그리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모델의 근육 움직임이나 코어의 선들이 정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그리다 보면 인체해부학에 눈을 돌리게 되는 데 깊게 몰입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근육 그리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되어 크로키 연습하는 시간보다 해부학책을 보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면 금방 지치거나 실력이 떨어진다. 즉 필요한 정보만 습득하고 그리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책 내용이 대부분 이해가 안 되는 게 당연한데 굳이 이해하겠다고 몇 시간씩 억지로 붙어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3개월간 꾸준히 그리다 보니 어느새 종강 후 실력이 크게 늘었다. 내가 어떤 걸 그려야 할지 모를 때 크로키를 시작하면 쉽게 지치지 않으면서도 즐길 수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