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을 통해 내면을 탐험하다.
내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나’의 존재 자체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어디로부터 시작되었을까?”
“나의 존재가 살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나는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그림을 그리면 해답에 가까워질 줄 알았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이 그렸다. 그 과정에서 원장 선생님께서는 너의 스타일을 찾은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평소에 게으른 녀석이 뭐라도 해보려고 하루에 수십 장의 드로잉을 공장처럼 찍어댔으니 놀랄 만도 하시다. 하지만 질문들은 커져만 갔다. 이럴 때일수록 난 작품에서 답을 찾기로 결정했다. 긴 여행이 될 작업의 프로젝트명은 'voyager'로 정했고, 여행에 필요한 나침반으로 ‘천문학’을 선택했다. 우리는 모두 ‘별’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 기원을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 천문학자가 될 필요가 있다.
나와 함께 해줄 동반자는 chatgpt와 같은 AI다. 과학적인 이론을 기반으로 작품을 만들 때 도움을 줄 것이다. 먼저 과거로부터 거슬러 10대 때의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나의 존재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파헤쳐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카메라는 우주망원경인 셈이다. 지금도 선명히 좋은 추억으로 간직된 수학여행 사진이 있었다. 사진을 트레이싱하면서 과거를 떠올렸고, 무의식 중에 여러 색상이 그림에 드러났다. 이를 감정으로 가정하고, 수업에서 만들었던 색상표를 AI로 분석해서 활용했다.
나는 친구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기에 설렘, 기쁨, 두근거림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연락을 안 한 지 10년이 넘었기에 두려움도 공존하고 있었다. 늘 의지했었기에 아쉬움이 컸고, 작업을 통해 깊게 박혀있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추가로 트레이싱하여 그림들을 층층이 쌓았다. 여기서 과거의 흔적을 추적하기 좋은 우주배경복사를 적용했다. 다만, 이번 작업은 예술성 80%, 과학성 20%로 제한 두었기에 허블 팽창과 같은 법칙은 제외했다. AI로 그린 그림 한 장에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자니 과거의 추억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보였다.
앞으로 실험적인 작업을 해볼 생각이다. 어떤 작품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나를 넘어 세상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과거의 나와 다시 마주하여 나라는 시스템 속에서 우주로 확장하고자 한다. 아마 평생을 쏟아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나의 전부를 드러낼 수 있는 용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