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커질수록 멀어지는
시간의 층 작업을 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형태가 그려지지 않았다. 그럴수록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창작은 늘 그런 것 같다. 붙잡힐 듯 붙잡히지 않는다. 나는 이럴 때일수록 잠시 멈추고, 영감을 줄 수 있는 곳으로 회피하는 편인데 보통 독서나 다큐를 보는 편이다. 예술가들의 견해를 접하고 공감이 될 때 힘이 되곤 한다. 이후 다시 작업을 시작할 때 확실히 이전보다는 집중하기가 좋아진다. 손에 쥐고 있는 연필의 무게가 가벼워 드로잉들이 술술 풀린다. 어느새 쌓인 종이는 10장 남짓이다. 하지만 그려낸 에스키스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들이 보이긴 한다. 내가 상상한 형태는 밀도가 구분되어 층이 겹겹이 쌓이는 건데 완성본은 평면으로 보여 거슬린다. 그래도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보이니 한 단계씩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창작에서 중요한 건 생각을 최대한 비워내는 것이라는 걸 다시 배웠다. 너무 무거운 마음으로 임하면 보이지 않는다.
작품을 만드는 건 늘 재밌지만은 않다. 내가 왜 하고 있는지조차 까먹을 때도 많다. 복잡하게 생각할수록 흥미만 떨어질 뿐 좋은 건 없다. 나는 앞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수록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