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너 편히 보내주고 나는 감옥에 가랴?
막스 슈어(Max Schur)는 자신의 환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Zigmund Freud)에게 치사량의 모르핀을 투여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물론 프로이트는 30회 이상의 수술과 그로 인한 고통을 견뎌야 했는데, 1939년 9월 2일 그는 주치의에게 턱 부근에 암종이 생겨났을 때 서로가 약속했던 내용을 상기시킨다. “슈어 박사, 우리의 대화를 잊지 않았을 테죠. 이렇게 된다면 박사는 나를 고통 속에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죠.”(158)
프로이트는 구강암으로 회복 불능의 말기 상태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환자의 입에서 워낙 악취가 풍기는 바람에, 아끼던 애견마저 가까이 오지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프로이트는 주치의에게 이제 남은 것은 고통뿐이니, 자신을 해방시켜 줄 주사를 놓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주치의라기보다 개인적으로 고용된 의사였던 슈어는 요구에 따랐습니다. 장 아메리(Jean Amery)는 이를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고 또 인정받은 ‘자유 죽음’의 명확한 사례가 아니겠냐고 썼습니다(159).
프로이트가 쉽게 죽음을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이제 남은 것은 고통밖에 없다는 마지막 순간의 선택이었지요. 나치 정권 치하에서 유대인의 자살은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독일의 수도에서 일어난 전체 자살 건수 중에 유대인의 비율은 1941년 18퍼센트에서 1942년 40퍼센트로 늘어났고 같은 해 삼사분기에는 75퍼센트에 달했습니다. 1942년 베를린에서 열린 유대인 의사 모임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들의 마지막 소원을 배려하자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결의될 정도였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1938년 3월 독일군이 침공하여 유대인들에게 거리에서 무릎을 꿇고 청소를 시키는 굴욕을 준 이후에 분명히 자살이 증가했습니다. 프로이트의 딸 안나가 아버지에게 자살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물어본 것이 이때였습니다. 그때 프로이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전해집니다. “왜? 그들이 우리가 그러길 원하니까?”(160)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막스 슈어 박사와 같은 주치의가 옆에 있다면, 한스큉(Hans Küng)과 나처럼 태연히 자신의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157). 소설가 발터 옌스(Walter Jens)는 한스 큉과 함께 ‘품위 있는 죽음(Menschenwürdig sterben)’을 썼습니다. 그러나 옌스는 원하던 바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치매로 인해 공저자였던 한스 큉과도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혔습니다. 2008년에 옌스를 방문한 큉은, “나는 오랫동안이나 죽어 있었던 거야, 나는 죽고 싶어!”라는 말을 듣고 그저 막막하고 답답한 심정이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가톨릭 교회 사제 서품을 받은 신학 교수 큉으로서는 달리 도울 방법이 없었습니다.
나는 열심히 살아왔다. 내 본분을 다하고 나서 의지대로 살 수 없게 되었을 때 추하게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가까운 의사 친구에게 그런 시점에 조용히 갈 수 있게 도와줄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의사 친구가 한다는 말이, “방법이야 있지. 그런데 너 편히 보내주고 나서 나는 감옥에 가랴?”
배우 윤 여정 씨가 방송에서 언급한 이야기입니다. 의사들은 현실에서 어떤 형태로는 안락사의 요청에 직면합니다(161). 환자들 뿐만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변 친구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암이 아니면 치매 환자입니다. 중장년층은 불효라는 생각에 감히 부모님의 죽음을 입에 올리고 가족끼리 터놓고 의논하지 못합니다. 어른들이 먼저 말을 꺼낸다면 모를까, 미리 나서서 입을 열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자식들에게 똑같은 고민을 지우고 싶지는 않아, 자신의 삶은 벌써 정리하고 싶어 합니다. 내 마지막을 너한테 부탁하면 안 될까,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엄격해지면서, 프로이트처럼 개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찾을 수 없습니다.
158. Küng H, Jens, W. 안락사 논쟁의 새 지평: 세창미디어; 2010.
159. Amery J. 자유죽음: 산책자; 2010.
160. Barbagli M. 자살의 사회학: 글항아리; 2017.
161. Hautecouverture M. 안락사를 합법화해야 할까?: 황금 가지;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