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벌레한테 쓰는 약으로 사람도 치료가 될까요.
수명이 갑절이 된 벌레로 캐넌이 언론의 각광을 받기 전인 80년대부터, 유전자 한 개의 변이가 예쁜 꼬마선충의 수명을 좌우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습니다(49, 50). 현재 선충뿐 아니라 효모, 초파리, 생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에서 수명을 늘리는 돌연변이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성장, 에너지 대사, 영양 그리고 번식을 조절하는 경로에서 일어납니다(51). 이런 기본적인 경로는, 효모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 간에서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그렇다면 선충에서 효과가 있는 유전자 조작이나 약물이 사람에서도 같은 작용을 하지 않을까요. 유감스럽지만 단순한 생물에서 사람으로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같은 경로도 주위의 다른 경로와 얽히고 됩니다. 선충에서는 한 경로를 차단하면 문제가 끝날 때, 사람에서 같은 경로를 차단하면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다른 문제가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인슐린/인슐린유사성장인자 1 신호전달경로 [insulin/insulin like growth factor-1(IGF-1) signalling pathway]를 억제시키면 선충의 수명은 두 배, 즉 100퍼센트 증가합니다. 하지만 같은 경로를 억제시켰을 때, 초파리에서는 수명연장이 25-30퍼센트, 생쥐에서는 20퍼센트 혹은 그 이하에 불과했습니다. 사람에서는 insulin과 IGF-1 이 결합하는 부위가 따로따로이고 IGF-1 신호전달경로에 결함이 있으면 당뇨병이 생깁니다(34).
나이 들어 생기는 병 중에 큰 문제는 암입니다. 죽지 않고 계속 살아서 분화하는 세포가 여기저기 전이하면서 문제를 일으키지요. 어찌 보면 불로와 영생이란 암을 일컫는 말입니다. 암을 억제하려면 세포 노화(senescence)와 사멸(apoptosis) 기전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이런 기전은 수명을 늘리고자 하는 노력과 정면으로 상충됩니다. 효모나 초파리, 선충은 암이 없거나 아주 드물게 발생합니다. 암이 없는 생물에서 수명을 연장하는 약물을 포유류에 적용했을 때, 수명 연장과 발암 사이에서 어떤 작용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교토 대학의 야마나카 신야(山中 伸弥) 교수는 성체의 세포를 줄기세포로 유도시킨 실험으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야마나카는 다 자란 생쥐의 피부 세포에 단 4개의 유전자를 주입하여 후성학적 표지를 지우고 줄기세포로 역행시켰습니다. 이 줄기세포는 당연히 피부세포를 만들 수 있었고 더 나아가서 생물의 몸을 이루는 모든 종류의 세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즉, 회춘이 된 것입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주의할 것은 네 가지 유전자 중 하나가 c-Myc이라는 것입니다. 이 유전자는 생물학계에 알려진 가장 강력한 발암 유전자 중 하나입니다. 백혈병과 림프종, 췌장암, 위암, 자궁암에서도 활성을 나타냅니다. 세포를 노화와 죽음으로부터 건져내어 젊음으로 되돌렸지만 암으로 진행시킬 수도 있습니다(52). 불로 영생의 길은 쉽지 않습니다.
그냥 굶으세요.
수명을 늘리는 돌연변이는 성장, 에너지 대사, 영양 그리고 번식을 조절하는 경로에서 발견됩니다. 유전자를 조작하여 변형시키지 않더라도 영양과 대사를 직접 조절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미 80년 전에 식이를 제한한 쥐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53). 효모, 선충, 초파리에서 모두 영양을 제한하면 수명이 늘어납니다. 최근에는 영장류와 사람에서 노화와 연관된 병변을 지연시킨다는 보고도 나왔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왜 적게 먹는 것이 수명을 늘리는지는, 어떤 종에서도 그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54).
식이 제한은 보통 비타민과 미네랄을 포함한 필수 영양소를 제공하면서 칼로리만 30-70퍼센트 줄이는 방법입니다(55). 수명 연장의 기전이 깨알같이 밝혀진다고 해도 일반 사람들이 시도하기에는 무리입니다. 차라리 좀 일찍 죽고 말지, 하루 식사량을 삼분의 일로 줄일 사람들은 몇 안됩니다. 따라서 학자들이 찾는 것은, 충분히 먹고 난 후에도 식이를 제한했을 때와 같은 대사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입니다. 최근 각광을 받는 라파마이신(rapamycin)과 메트포르민(metformin)이 대표적으로 식이를 제한했을 때와 같은 대사를 유발합니다. 이런 약제들을 복용하면 수명을 쉽게 늘릴 수 있을까요.
라파마이신은 항진균제로 개발되었다가 면역억제제로 범위를 넓혀 처방되는 약물입니다. 메트포르민은 당뇨환자의 혈당 강하제로쓰는 약제이지요. 다시 말해 이런 기능이 부작용으로 동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면역이 억제되면 감염에 취약해집니다. 혈당을 낮추면 저혈당 증세가 나타납니다. 오래 살자고 챙겨 먹은 약 때문에 혼수상태로 쓰러지거나 균에 감염되어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곤란하겠지요. 항 노화약제로 개발될 가능성에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처방은 되지 않습니다.
매일 먹는 음식은 성분을 농축시킨 처방약과 달리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습니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건강기능식품이 넘쳐납니다. 즐겁자고 마신 술이 약효까지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 단번에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된 것도 적포도주와의 연관성이 언급된 때문입니다. 토크 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까지 가세하니 소동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MIT 대학의 레오나르드 과랑테(Leonard P. guarantee)와 하버드 대학의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Sinclair)는 효모균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열량 제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Sir2 유전자를 발견했습니다. 생쥐와 사람에서 Sir2에 상응하는 SIRT1 유전자가 시르투인(sirtuin)이라는 단백질을 만들고, 시르투인 활성화에 레스베라트롤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레스베라트롤은 적포도 껍질이나 딸기류 열매, 땅콩 등에 자연적으로 함유되어 있는 항산화물질 폴리페놀(polyphenol)의 일종인데, 이미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의 주인공으로 지목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레스베라트롤은 적포도 껍질에 존재하여 적포도주에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고지방 식사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심혈관계 질환의 폐해가 적다는 사실이 프렌치 패러독스입니다. 이런 현상은 프랑스 사람들이 적포도주를 많이 마시기 때문이고, 레스베라트롤이 효과를 일으키는 주역이라고 설명되고 있었습니다. 레스베라트롤은 효모, 벌레, 초파리, 어류 모델에서 수명을 연장시키고 노화 개시를 늦추었습니다(55). 특히나 생쥐 모델에서, 레스베라트롤의 수명 연장 효과는 고지방으로 유발된 비만 생쥐에서 탁월했습니다(56). 고통스럽게 하루 식사량을 삼분의 일로 줄이는 것과 레드 와인 마시는 게 같은 효과라면 선택의 여지가 있을 리 없지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이런 관계가 소개되자 학계에서 제대로 검증이 되기도 전에 일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레스베라트롤 정제가 등장하고 미국에서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사람들 중 삼분의 이가 레스베라트롤을 먹는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싱클레어는 레스베라트롤 대체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 서트리스(Sirtris)라는 제약회사를 차렸고, 이 회사는 2008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무려 7억 2천만 달러에 팔렸습니다(24). 안 그래도 레드 와인에 밀려 고군분투하던 화이트 와인제조업자들은 고심 끝에 폴리페놀 함유 화이트 와인까지 개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패러독스 블랑(Paradox Blanc)은 폴리페놀함량을 높여 항산화능력이 레드 와인 수준으로 올렸습니다(57). 비즈니스에 탁월한 한 와이너리에서는 포도씨 폴리페놀을 이용한 항노화 화장품까지 만들었습니다.
레스베라트롤은 미디어의 조명을 받아 단숨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지만, 후속 연구가 진행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비만생쥐의 수명을 연장시킨 레스베라트롤은 사람에게 처방할 때 레드 와인 100병쯤에 해당하는 양입니다(57). 와인으로 장수하고자 한다면, 우선 간 질환을 피하는 게 급해 보입니다. 분리한 레스베라트롤 정제는 불안정한 화합물이라 질소 충전을 하여 밀폐한 캡슐에 담는 등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GSK에 인수된 서트리스에서 개발한 레스베라트롤 대체 약제는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레스베라트롤의 수명 연장효과는 시르투인의 활성화를 통해서 일어난다는 것이 통념인데 실제로 시르투인을 활성화시키는지는 아직도 논의가 필요합니다(58). 최근에는 SIRT1의 열량 제한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논문들이 나왔습니다(59). 레드 와인과 레스베라트롤을 둘러싼 이런 소동은 사람들이 얼마나 젊음과 장수에 목을 매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한편으로 그것으로 얻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보여줍니다.
아직도 사람들은 왜 늙어가는지 모르지만, 꼭 늙어가는 이유를 알아야 노화 과정에 끼어들어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60). 이제 학자들은 평균보다 오래 사는 사람들의 유전자 변이를 찾고, 노화와 연관된 대사 과정을 조절하는 약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노화를 한없이 지연시킨다면 이론적으로 히드라처럼 늙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겠지요. 평균 수명이 백세가 되지 않는 세대의 사람으로 영원히 사는 일은 아무래도 실감이 나지 않지만, 수명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주장에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갑니다. 이 방향으로 연구가 축적되면 다음 세대의 수명은 늘어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의 노화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거쳐 진행하는 과정이라 약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도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60). 라파마이신이나 메트포르민의 효과를 확인하고 부작용을 배제할 수 있는 용량과 용법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만만치 않습니다. 2024년 40개월에 걸친 연구 결과 메트포르민이 원숭이의 노화를 늦춘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61). 사람에서 이 약의 항노화효과를 확인하고자 하는 임상시험(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 TAME) 디자인이 제시되었지만, 현재까지는 사람에서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62). 노화 방지와 장수 연구를 하는 기관에서는 단식을 하거나 메트포르민, 고용량의 비타민 B를 임의로 복용하는 학자들이 드물지 않습니다(63). 자기 생전에 현재 진행되는 연구 결과를 확인할 것이라고 생각 않기 때문이지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대충 적당량을 먹는 것입니다. 제 생전에 이런 연구의 결론을 확인하고 혜택을 받아 수명을 늘어날 수 있으리라고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습니다.
49. Klass MR. A method for the isolation of longevity mutants in the nematode Caenorhabditis elegans and initial results. Mech Ageing Dev. 1983;22(3-4):27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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