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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하는 엄마 Apr 22. 2022

아기랑 벌써 캠핑가도 돼?

남편과 나

우리는 제주도에서 만났다. 피엘라벤 클래식이라는 행사였는데, 2박 3일간 등짐을 메고 걸으며 약 60킬로를 완주하는 프로그램이다.


취미가 맞으니 성향이 비슷했고 날이 좋아서 캠핑을 갔고, 또 날이 안 좋으니 캠핑을 갔다. 아마 우리가 함께한 주말 중 캠핑을 간 날보다 안 간 날을 세는 게 더 빠를 거다.


결혼과 동시에 찾아온 축복 같은 선물에 적지 않은 당황을 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우리의 캠핑 생활에 걸림돌이 되지는 못했다.

임신 34주

배가 남산만 하게 나와서 뒤뚱뒤뚱 걸으면서도 캠핑을 갔다. 물론 내가 캠핑 가서 하는 거라곤 차 안에서 가만히 기다렸다가 남편이 세팅해놓은 의자에 앉아 남편이 요리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쉬는 것뿐이었지만, 탁 트인 숲이나 바다에서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자니 이것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태교라고 생각했다.


다만 캠핑하던 어느날 저녁에 급체를 해 이도 저도 못하고 '병원에 가야 할까?'라고 고민하던 중 가장 가까운 병원이 한 시간 거리에 있다는 걸 깨닫고서야 자연에서의 1박 2일을 보내는걸 잠시 중단했다.

(그러고선 막달엔 의사선생님 소견서까지 받아 제주도를 갔다. "만약 나오면 제주에서 낳으면 되죠 -" 하시던 쿨한 의사쌤을 만난 덕분에.)

우리 딸

남편을 똑 닮은 아주 귀여운 딸이 태어났고, 우리는 이 작은 생명체와 매일 사투를 벌이느라 진땀을 뺐다.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게 시간을 보냈다. 50일 정도 됐을 때였다. 멀리사는 친정 부모님은 이때까지도 첫 손주 얼굴 한 번을 못 보셨었다. (코로나때문에 병원, 조리원 모두 면회 금지였다) 마침 친정엄마의 생일이기도 했고 꼬물이 시절을 못보고 지나가는걸 아쉬워하는 엄마를 위해 남편과 나는


"서프라이즈로 군산(친정) 갔다 와볼까?" 했다.


남들은 코로나 때문에 외출도 자제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너무 어린아이들은 흔들림 증후군 때문에 오랜 시간 차를 타는 것도 좋지 않다. 근데 찾아보니 2-3 시간 정도는 괜찮다고 하네?


그날 저녁, 우리는 태어난  50 정도  딸아이와  장거리 여행에 떠났다.  때는 낮과 밤이 따로 있을 시기도 아니고 3-4 시간 자고 깨고  먹고 하는 , 아기 패턴에 맞춰 출발해 잠시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군산에 도착했다.


띠디디딕 -

"엄마 나왔어!!!! 생일 축하해!!!!!"

"에구머니나! 여긴 왠일이야!!" 놀란것도 잠시, 첫 손주를 눈앞에 둔 엄마 눈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다. 나는 안중에도 없고 손주만 받아 들어 "어구 내 새끼 어구 내 새끼" 하셨다.

그 다음은 제주다!

100일 기념으로는 제주도를 다녀왔다. 백일 된 아기가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싶지만 가능하다.

(규정상 생후 3일부터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


물론  속엔 철저한 계산이 있었다. 낮잠시간에 맞춰 비행기를 끊고, 넓은 좌석을 겟하기 위해 값을  지불했다. 수유 타임도 조절해서 비행기를 타자마자 젖을 물리면 되겠지!라고 계획을 세웠고,  계획은 정말 철저하게 들어맞았다. 그렇지 않은 아기들도 있지만 우리 딸은 정말 감사하게도 비행시간 내내 꿀잠을 자줬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아기 컨디션이 좋아 보여서 '혹시 깨서도  버틸  있을까' 조마조마하며 수유를 늦추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울지 않고 땅에서 ~ 뜨는 순간을 함께 느꼈다.


역시 캠퍼의 딸인가! 남편과 두 손을 붙잡고 우리가 아주 물건(?)을 낳았다며 비행기 안에서 (마음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어디서나 잘 지내줘서 고마워

차도 잘 타고, 비행기도 타봤고 그렇다면 다음은?

역시나 캠핑이다. 그간 숱한 산책과 여행으로 경험치를 쌓았으니, 이젬 캠핑에 도전해볼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추운 겨울이라 6개월도 되지 않은 영아를 데리고 캠핑을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 우리가 가려고 했던 날짜에 역대급 추위가 예보돼있었다. 취소해야 하나 - 수만 번 고민을 했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갔다가 돌아오면 되는 거니까!

인생 5개월차

-15. 밖은 몸서리치게 추웠다. 우리가 챙겨온 텐트는 스커트가 없어 찬바람이 들어 난로로도 덥혀지지가 않았다. 포천의 겨울은 뼈가 시릴정도라는걸 깜빡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딸은 생글생글 웃으며 밥도 잘 먹고 한 번을 울지 않고 잘 버텨주었다. 내 기억으론 콧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엄마 몸속에서 면역력을 잘 가지고 나왔나? 아님 죽을듯한 젖몸살에도 꾸역꾸역 모유수유를 한 덕분인가? 아무튼 우리 딸은 생각보다 강했다.


하지만 조져지는건 나였다

너무 날씨가 추웠던 탓에 나는 목에 담이 왔다. 잔뜩 웅크리고 있던 중에 아이를 들어 올리다 억! 목이 좌 우 위아래 어느 쪽으로도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다행히(?) 시부모님과 함께하는 캠핑이라 손하나 까딱 안 하고 아이만 안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캠핑한다고 잔소리 하시는 시부모님이 아닌, 함께 캠핑해주시는 시부모님을 만나 너무나 감사하다.)


겨울 장박지

그 이후에 우리는 아이와 좀 더 편하고 안전하게 캠핑하기 위해 장박지를 꾸렸다. 겨울 내 주말마다 발이 닳도록 가서 자연 속에서 겨울을 보냈다.

텐트 안에서 캠핑용품을 장난감삼아 잘논다


오늘로서 291일 차인 우리 딸은 여전히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물론 우리가족 모두 코로나로부터 안전하다. 아직까지는 - )


사실 걱정이 아예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말을 할 수 없는 시기이다 보니, 과연 딸이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행복을 위해 딸을 너무 고생시키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기도 하고.


하지만 최고의 육아는 부모가 행복한, 편한 육아라고 말하는 의사 선생님의 유튜브를 본 적이 있다. 자기합리화- 라고 한다면 할말은 없겠지만, 291일간 아이를 키워오며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매일이 행복했고,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벅차올랐다. 우리가 좋아하는 아웃도어 활동을 딸아이와 함께할 수 있어 좋았고, 앞으로 미래에 같이 할 순간들이 더욱 기대된다.


나의 이러한 생각과 행복이, 아이와 함께하는 매일에 녹아있지 않을까? 우리 딸도 행복해하는  표정에서 똑같이 행복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아이를 위한답시고 집에만  처박혀 스트레스 가득 받은 얼굴로 아이와 마주하기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며 행복을 나누는  훨씬  괜찮은 육아일 거라고 우리는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따스한 봄날 아이와 함께 백패킹을 가보려한다. 아직 걷지 못하는 아기지만 아기띠와 백팩을 앞뒤로 메고 걸으면 어떤 느낌일까? 우리 딸은 어떤 표정을 지어줄지 벌써 궁금하다.



* 물론 우리는 년간의 캠핑 경험을 가지고 있다. 캠핑할  상시 이산화탄소 측정기와 소화기를 준비해두는 편이며, 아이와 캠핑을 위해 차곡 차곡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려갔다. 캠핑 장소는 도심과 가까운 , 30 내에 병원이 있는 곳이었다.


이 글을 읽고 무턱대고 아이와 캠핑을 도전하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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