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한 달 말고 삼 주 살기
어쩌다 퇴사가 결정되었다. 7월부터 출근을 하지 않는다. 기쁘다. 3년간 안락하고도 갑갑했던 회사에서 탈출이다. 병원에서 나올 수 없는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Dobby is free!' 기념으로, 나는 어디든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 몸이 떠나지 않더라도, 마음이 계속 붕 떠서, 어디론가 흩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일을 하는 내 친구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야. 맘껏 즐겨!" 맞다. 나는 확실하게 재미를 봐야 한다.
언젠가 퇴사하면 유럽 여행을 갈 생각이었다. 열심히 일한 보상으로 한 달 정도의 장기여행을 나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비행기는 기본 10시간은 타 줘야 하고, 간 김에 뽕을 제대로 뽑기 위해 많은 나라와 도시를 구경할 수 있는 곳, 유럽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다양한 곳 가봤다고 뽐내기도 좋아 보였다. 게다가 나는 인상주의 화가를 좋아한다. 모네와 고흐랑 예술 산책을 하기 위해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모네의 생가가 있는 지베르니와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을 가야만 했었다.
그런데 막상 퇴사가 결정되고 나니, 유럽보다 발리가 먼저 떠올랐다. 대륙도 아니고 국가도 아니고 단지 하나의 섬에만 가고 싶었다. "엄마 나 여행 갔다 와도… 올게." 엄마에게 허락과 통보 사이의 말을 했다. 알겠다는 답변을 듣자마자 발리행 왕복 티켓, 822,800원을 결제했다. 70만 원 정도였던 티켓 값이 성수기에 가까워지자 훅 올랐지만 난 가야 했다. 일주일은 너무 짧고, 이주는 아쉽고, 한 달은 엄마한테 미안할 정도로 길어서, 삼 주만 살기로 나와 타협했다. 나 혼자 발리에서 삼 주를 산다니 설렌다.
유럽 행 티켓을 안 본건 아니다. 유럽 여행 후, '샤르드골 OUT - 인천 IN'이 아닌, '샤르드골 OUT - 덴파사르 IN' 티켓을 검색하고 있었다. 결국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발리를 가려고 애썼다. 그래서 과감히 유럽을 버리고, 발리만 선택했다. 그리고 유럽 여행 일정 짜는 것이 귀찮았다. 뭐 이렇게 유명 관광지가 많은 건지. 여행사 단체여행으로 가면 몸은 편하긴 하겠지만, 자유를 맛보긴 어려우니까.
많은 매개체가 나를 발리로 등을 떠밀었다. 발리 너무 좋다. 발리 너무 좋다. 발리 너무 좋다. 무엇이 그렇게 좋을까. 무엇이 나를 발리로 가게 했는지 그 면면을 기록해보려 한다. 다음 편에!
(김하나 <힘 빼기 기술>에서 남미를 어쩌다 가게 됐는지 나열한 걸 보고, 저는 발리에 대해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