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왜 발리를 가냐면요

발리 한 달 말고 삼 주 살기

by 최윤

발리를 말하기 전에 '요가'를 먼저 말해야 한다. 그러면 발리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요가를 시작한 건 지난 3월이었다. 요가를 만나기 전에 나는 필라테스를 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스트레칭 전문샵도 다녔었다. 필라테스를 하기 전에는 헬스를 했다.

사실, 헬스를 잘하고 싶어서 필라테스를 등록했었다. 나는 뻣뻣하다. 특히, 골반 가동성이 좋지 않다. 바닥에 앉아서 다리를 양쪽으로 쫙! 정말로 있는 힘껏 쫙! 벌려도 90도가 채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헬스를 한 지 4년 차가 되었을 때도 스쿼트를 할 때마다 골반에서 뚝뚝 소리가 나고, 영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필라테스가 유연성을 늘리고, 체형교정에 좋다고 해서 등록했다. 약 1년 정도 했었다. 그런데 필라테스를 하면서 코어와 속근육을 키우는 데는 좋았지만, 90도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어쩌면 좋을까 하다가 '스트레칭 샵'을 발견했다. 인별그램에서 6주 만에 다리를 1자로 찢었다고 하며 홍보했다. 나도 여기 샵을 가면 다리를 찢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6주 동안 매주 일요일에 두 시간씩 다리를 찢는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하러 갔다. 그러나 몸을 풀면서 늘려주기보다는 억지로 찢는 기분이었다. 폼롤러를 이용해서 몸을 풀어주긴 했지만, 마지막에 다리를 찢을 때는 정말 정말 아팠다. 눈물 날 정도로. 그렇게 6주를 보냈는데도 나에겐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진 않았다. 사실 매일 해야 하는 스트레칭 숙제도 있었는데 안 했다. 한 동작만 1분 동안 반복해서 동영상 찍어서 올리는 것이다. 어쨌거나 1자로 다리 찢기는 요원 해 보였다. 다시 필라테스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가'가 슬금슬금 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작년 겨울, 독서 모임에서 만난 민님이 퇴사를 하고 발리를 간다고 했다. 발리에서 한 달 동안 요가 수련을 하고 자격증을 딴다고 했다. 해외까지 가서 자격증을 딴다는 것이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한 곳에서 장기간 머무르는 것이 특이하게 느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OO 한 달 살기'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몰랐었다. 건강히 잘 다녀오시라고 했다.



브런치를 좋아한다. 아침도 점심도 아닐 때 먹는 브런치도 좋아하고, 애매하게 뜬 시간을 이용해서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브런치도 좋아한다. 브런치에서 '나는 바닷가 마을 요가 선생님입니다' 시리즈를 읽었다. 40대에 요가를 시작해서, 서해의 한 바닷가에서 작은 요가원을 운영하는 요가 강사의 에세이다. 연령대와 관계없이 시작할 수 있는 운동, 요가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sodacat




브런치에서 또 좋은 글을 만났다. Klee yoga 님의 '요가를 그리다'라는 에세이다. 선으로만 요가 아사나를 단정하게 그린 그림도 있다. 하나의 아사나로 하나의 에세이를 썼는데, 아사나의 명칭에 대한 뜻과 효과 그리고 저자의 경험을 정갈하게 담았다. 서커스 같은 저런 자세를 어떻게 하나 싶었다. 나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https://brunch.co.kr/magazine/kleeyoga




이번에도 또 브런치다. Paulie 님이 쓴 '요가하는 남자'다. 취미로 요가를 하신다. 우연히 보게 된 요가 동영상으로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고, 요가에 미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요가 자격증도 따고 발리 우붓으로 요가 수련을 하러 갔다. 발리까지 혼자서 요가 수련만 목표로 여행을 간다는 것이 신기했다. (먼저 갔던 민님을 잊고 있었다.) 글과 함께 올린 사진을 보니, 우붓 요가원은 풀과 나무속에 있었다. 자연 속의 요가라. 싱싱한 운동이군.


https://brunch.co.kr/magazine/manyoga




이어서 '발리 요가'라고 브런치 검색창에 써넣었다. 오. 발리로 요가하러 가는 사람이 많았다. 나만 몰랐나 봐. 하하




티브이를 봤다. 80대 할아버지가 요가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조정부 강사님은 60대에 척추관 협착증이 찾아왔고, 우연히 접하게 된 요가를 매일 1시간씩 하면서 병을 극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와. 저렇게 아픈 곳까지 치료해주는 운동이 있다니, 요가는 여자만 하는 거로 생각했는데, 성별 연령 관계없이 할 수 있는 거였구나.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431780&memberNo=4843821&vType=VERTICAL




올해로 헬스 5년 차다. 그런데 헬스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 운동을 평생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헬스에서 말하는 근육 성장 방법으로는 세트 변화, 횟수 변화, 중량 변화 등이 있다. 그러나 혼자서는 중량을 올리기가 버거웠다. 항상 누군가의 보조를 받아야만 했다. PT에는 돈을 그만 쓰고 싶었다. 무게를 올리면, 관절에도 부담이 오는 것 같았다. 평생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을 만나고 싶었다.




유튜브에서 요가 영상을 보고 따라 했다. 그동안 요가는 쉬운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도구 없이 하는 겨우 '맨몸'운동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까 했다. 그런데 '요가 소년'의 영상을 보면서, 온몸을 비틀고, 뻗고, 늘리다 보니 땀이 콸콸 흘렀다. 뻣뻣한 부분이 쫙 펴진 기분이었다. 요가원에서 제대로 배워야겠다 싶었다.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EC%9A%94%EA%B0%80%EC%86%8C%EB%85%84



그렇게 요가원을 찾아갔다. 처음에 등록했을 때, 30회 쿠폰을 끊었다. 내가 운동을 1시간만 하면 부족하게 느끼고 있었다. 힘이 남아돈다. 그래서 2시간을 하려면 쿠폰을 구매해서 1시간짜리 수업 하나당 1개씩 써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쿠폰을 한 달도 안 돼서 다 써버렸다. 거의 갈 때마다 2시간씩 했다. 요가원 원장님이 데스크 직원에게 체크 잘못한 거 아니냐고 물어봤다고 했다. 왜냐하면 30회 쿠폰은 보통 3개월에 걸쳐서 쓰니까.



너무 흥청망청 쓰는 거 같아서, 그냥 주 5회를 등록하고, 주 5회 출석을 하고 있다. 계속하다 보니, 다리 각도가 넓어지고, 다리와 몸통이 붙고, 머리를 바닥에 대고 다리를 공중으로 들어 올릴 수 있게 되었다. 헬스 중량 변화로 얻는 쾌감과는 질이 달랐다. 내 몸이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다.


시르사 아사나, 머리 서기 하는 나




요가를 하면 항상 느긋하고 차분하게 동작을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심을 잃고 흔들리거나 자칫하면 부상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빠른 흐름의 업무를 하다 보니 나를 계속 재촉했고, 그럴 때면 꼼꼼하게 살피지 못해서 실수하고 놓치는 것이 꼭 있었다. 그래서 요즘 '요가 같은' 상태를 요가를 하지 않을 때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실수와 스트레스가 줄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유럽 간다면, 본전을 뽑기 위해 빠른 발걸음과 한 곳을 오래 응시하지 못하는 눈동자, 부산스러운 손놀림으로 여행을 다닐 것 같다. 내가 추구하는 흐름이 깨질 것 같다. 나는 여행 가서도 요가스러움을 쭉 유지하고 싶다. 그래서 오랫동안 한 곳에서 정박해서, 느슨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택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요가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면 아무래도 요가를 계속해주는 게 좋을 것이고, 결국 많은 요기가 수련하러 가는 발리밖에 없었다. (발리 가겠다고 끼어 맞추기)




발리 요가에 대한 정보는 끊임없이 내게 비쳤다. 그리고 내가 적극적으로 검색했다. 발리 요가, 우붓 요가, 발리 요가원 등등. 회색빛 건물 안 8층 어두컴컴한 요가원만 보다가 초록색과 갈색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햇빛을 받고 요가를 수련할 수 있는 우붓 요가원의 사진을 보니 당장이고 떠나고 싶었다.




비행기를 탈 기회가 생겼다. 마음이 가라는 대로 가자. 발리. 발리. 발리. 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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