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첫날부터 나의 덜렁 거림을 발견했다

발리여행

by 최윤

7월 16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발리에 가는 날! 나는 대한항공을 탔다. 대한항공은 인천공항 제2 터미널이고, 제2 터미널은 처음이었다. 내비게이션에 인천공항 제2 터미널이라고 찍고 달렸다. 평일 낮 시간이어서 인지, 브레이크를 10번도 밟지 않고 신나게 달릴 수 있었다. 갑자기 만난 국지성 소나기로 살짝 미끌거리긴 했지만.


미리 예약해둔 주차 대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단기 주차장으로 향했다. 제1터미널은 지상에서 차를 받았는데, 제2터미널은 지하였다. 그리고 종이가 아닌 카카오톡으로 접수증을 발송해줬다. 한 겨울이나 비가 내릴 때, 주차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때면 온몸을 움츠린 채 접수증을 받고 캐리어를 트렁크에서 내리곤 했었는데, 제2 터미널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원래 인천공항 제1 터미널도 이런 인테리어였나.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새로운 곳에 와보니 온몸으로 느껴 보려고 애썼다. 특히, 한글 자음과 모음이 매달려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샹들리에가 참 예뻤다. 누가 봐도 한국 공항이구나 싶었다.




수하물을 부치려고 체크인 카운터에서 무게를 쟀는데, 정확히 19.0kg을 찍었다. 여름나라에 하늘하늘한 옷을 가지고 가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8할이 요가복 때문인 듯하다. 옷을 뺀다고 열심히 뺐는데도 19kg라니. 정말 과하다. 게다가 노트북은 내 어깨에 매달려 있는데, 노트북까지 포함하면 20kg은 가뿐하게 찍었을 테다.


나는 보통 주말이나 극 성수기 추석 설날에 공항을 이용했다. 이렇게 평일, 화요일에 공항을 온 것은 거의 처음인 듯하다. 사람이 이렇게 없을 수가 있을까 싶었다. 기본 30분 이상 걸리던 입국 수속을 단 10분 만에 마칠 수 있었다. 평일 여행은 참 좋구나.


최근에 가까운 일본만 나가면서,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했었는데, 대한항공은 훨씬 쾌적하고 넓었다. 기내식도 맛있고, 디저트로 주는 아이스크림도 딱 내 스타일이고. 기내식만 먹고 내리면 아쉬우니, 와인도 2잔 마셔주고, 마무리로 맥주를 더 주문했다. 맥주는 맥스였고, 함께 준 스낵은 아이비였다. 원래 빨간색 포장지로 된 짭조름한 땅콩+과자였는데, 언제 바뀌었나 궁금하다. 이 두 개를 받고 먹으면서 맥스와 아이비에 대해서 써보았다.



맥스와 아이비의 공통점은 맛이 심심하다는 것이다. 아이비는 심심하지만 과자로써의 역할은 충실히 한다. 약간의 소금 맛과 고소함과 바삭함은 있다. 살이 안 찔 것만 같은 죄책감을 덜어낸 맛이긴 하지만 누가 먹어도 과자다. 그러나 맥스는 맥주로 포장한 맹물에 가까운 맛이다. 탄산이라도 가득하면 모를까. 목 뒤로 아니 혀 아니 캔 밖으로 맥주가 흘러나오면서 탄산도 날아가버리나 보다. 비행 중, 승무원에게 맥주를 요청할 때마다 "저 맥주 좀 주세요."라고 하지 특정 맥주를 지정해서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러면 대한항공에서는 매번 맥스를 줬다. 맥스를 보고 아차! 하고, 한 모금 마시고 다음에는 수입맥주나 카스를, 꼭 제품명을 말하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승무원이 가져온 맥스는 이미 뚜껑이 열려 있었고, 언제나 그러하 듯이 “저 맥스 말고 다른 거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차마 말하지 못하고 “감사합니다.” 하고 두 손으로 받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맥스는 심심한데. 맥스에는 차라리 짭짤한 땅콩이 어울리는데. 다음은 꼭 특정 맥주를 말해야지. 그리고 발리에서는 삔 땅을 잔뜩 먹고 가야지!’




덴파사르 공항, 비행기와 지상을 이어주는 통로에 한 발을 내디뎠다. 동남아 어디를 가든 동남아 특유의 습기가 바로 몸을 감싸곤 했는데, 발리에서는 그 습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입국 수속을 위해 모든 여행객들이 북적북적 줄을 서 있었다. 그래도 나름의 질서가 있어서 줄이 줄어들 듯 안 줄어 들 듯 줄어들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캐리어를 찾아서 나왔다. 내 캐리어가 거의 가장 마지막에 나왔다. 내 캐리어가 무거워서였던 것 일까. 하하. 그래도 나오다 보니, 서핑보드를 들고 있는 외국인도 볼 수 있었다. 난 요가에 대한 열정이, 그는 서핑에 대한 열정이 넘쳤나 보다.


게이트 밖으로 나오니, 주황색 티를 입고 있는 ‘클룩’ 직원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각양각색 옷 사이로 함께 옹기종이 뭉쳐있는 당근색 옷들이 한눈에 딱 들어왔다.


https://www.klook.com/ko/


클룩에서 숙소로 향하는 차량과 유심칩을 미리 구매했다. 그런데 내 바우처를 확인 한 클룩 직원이 나는 유심칩만 구매했고, 픽업 차량은 구매하지 않았다고 했다. 알고 보니, 픽업 차량 구매 페이지에서 픽업+유심 패키지가 아닌 유심만 선택했던 것이다. 후. 그런데 나는 왜 예약자 세부 정보에 호텔 주소까지 입력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6GM 유심 패키지만 구매했던 것이다. 뒤에 '패키지'만 보고, 당연히 차량과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놓고 숙소 주소를 열심히 썼다.


이렇게 2개를 다 눌러줘야
차량과 유심 둘 다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순간, 머리가 멈췄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바가지 겁나 씌운다고 하던데. 어쩌지. 그냥 눈앞에 있는 사람 잡고 부탁하는 수밖에.


“너희가 나 데려다주면 안 될까? 나 꾸따까지 가야 하는데.” 클룩 직원들에게 물어봤다.


주황이 중 한 명이 “블라블라 블라 짜라짜라 인 블라 브라 라라.”라고 한 검정 티를 입은 남자에게 말했다. 내가 귀에 정확하게 들어온 단어는 오직 하나, 내가 예약한 숙소 ‘짜라짜라 인’이었다.


“저 사람에게 100 루피만 내면 숙소까지 데려다 줄 거야. 밖에 나가서 택시를 타도 되지만, 100 루피보다 더 비싸게 받을 거야.”


100 루피면, 약 1만 원 정도. 이미 새벽 1시. 이 무거운 캐리어를 혼자 끌고 밖에 나가서 택시 기사들과 다시 흥정하기는 너무 귀찮았다. 더 이상 숙소에 들어가는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알겠어. 고마워.”


검정 티를 입은 남자는 나를 숙소로 데려다줘 야만 했다. 그는 내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나는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쫄래쫄래 따라갔다. 무거운 캐리어를 대신 끌어주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그의 차를 탔다. 그의 이름은 메이드였다. 우리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메이드, 오늘 몇 시부터 일하기 시작했어?”

“나 오늘 오후 1시부터 시작했어.”

“와우, 그런데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거야? 이제 끝나면 집에 돌아가니?”

“아니, 나 더 일해야 돼.”

“왜? 너 12시간 동안 이미 일했는데, 안 힘들어?”

“나 애들이 있어서 열심히 일해야 하거든.”


발리도 참 쉽게 잠들 수 없구나. 밤이 참 길구나.


내가 첫날밤을 보낸 숙소는 ‘짜라짜라 인’이다. 한 방에 4명 또는 6명이서 함께 생활하는 호스텔이다. 1박에 14,000원에 예약했다. 일인실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 종류의 호스텔의 각 방은 대부분 잠을 자고, 씻을 수 있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밥을 먹고, 조금이나마 탁 트인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로비로 나올 수밖에 없다. 혼자 여행을 왔지만, 누군가와 약간이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런 호스텔에서 보내는 것이 좋다.


분위기는 나름 힙하다.


19kg 캐리어를 끌고 체크인 카운터에 도착했다. 3층에 위치한 방을 배정받고, 어떻게 올라가지 싶었는데, 다행히도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316R, 내가 받은 키에 적혀 있던 글씨였다. 앞에 숫자는 방 번호, 뒤에 붙은 알파벳은 침대 머리맡 벽에 칠해진 색깔을 나타낸다. 내 색은 Red. 내가 방을 열자마자 바로 화장실이 보였고, 작은 복도를 가운데 두고, 양쪽 벽에 이층 침대가 나란히 있었다. 총 4개의 침대인 것이다 나는 왼쪽 아래쪽 침대가 비어있길래 그쪽에 자리를 잡았다.


내 캐리어는 여기 게스트하우스에는 걸맞지 않았다. 캐리어를 활짝 펼칠 수도 없어서 반 정도만 살짝 열고, 간신히 필요한 물건만 꺼냈다. 침대 밑에 짐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긴 했다. 하지만 30인치 대형 캐리어는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침대와 침대 사이에 1m 정도 되는 공간을 반 정도 차지하게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큰 몸집 때문에 어디에도 숨길 수도 없는 캐리어가 부끄러웠다. 다른 투숙객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게 두고 자야만 했다. 너무 졸렸다.






*note: 정확하게 루피를 쓰면, 100,000루피라고 써야 되는데, 뒤에 1000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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