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일어났다. 8시 58분, 9시에 알람을 맞춰 두었으니 일어날 때가 되긴 했었다. 침대 옆에는 커튼이 달려있었는데, 커튼을 살짝 걷으니 마침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외국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굿모닝.” 그녀가 말했다.
“굿모닝.” 나도 똑같이 대답했다.
“나 배고파. 같이 아침 먹을래?” 그녀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또 내게 말했다.
나는 냉큼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매일 아침 혼자 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발리에 오자마자 함께 먹을 사람이 생기다니. 그리고 역시 외국 여자들은 아웃고잉 하구나. 이렇게 자연스럽고도 편하게 말을 걸다니. 호스텔로 오길 잘했군.
나는 옷만 대충 주섬주섬 입고 눈곱을 떼며, 내 위층 침대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그녀에게 먼저 자진 고백했다.
“미안해. 내 캐리어가 좀 커.”
작은 복도 한편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어는 캐리어 때문에 행여나 그녀가 불편함을 느낄까 봐 미안했다. 그리고 선 고백으로 내 안의 미안함을 덜어보고자 했다. 하하
"여행 얼마나 하는데?" 그녀가 물었다.
"3주"
"나도 인도네시아에서 한 달간 머무를 거지만 백팩 하나만 가지고 왔어."
그녀의 단순한 ‘짐 꾸림’이 부러웠다.
우리는 로비로 나와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누들과 잉글리시 블랙퍼스트가 있었지만, 다른 디쉬는 25루피를 더 지불해야 했다. 우리는 아침을 먹으면서 간단히 통성명을 했다. 그녀의 이름은 도미니크 나이는 25살 네덜란드에서 왔다. 그녀는 금발에 키도 크고 투명하게 하얗고 아름다웠다.
“너 언제 도착했어?” 내가 물었다.
“어젯밤에 막 도착했어.” 도미니크가 대답했다.
“나돈데! 나는 어제 새벽 1시에 숙소에 도착했어”
“여기서 얼마나 있을 거야?”
“나 내일 체크아웃해. 그리고 길리 트라왕안가려고.”
“나도 길리 가려고 하는데! 나는 길리로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따러 갈 거야.”
“나도야! 나는 오픈워터 자격증 따고 싶어!”
“오! 나 다이빙 정말 좋아하는데. 나는 이미 오픈워터 자격증이 있어서, 그다음 자격증 취득하려고. 그런데 너는 왜 여기 혼자 온 거야?”
“나는 일을 그만두고, 긴 휴가를 얻게 되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다 일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
“오! 나도 얼마 전에 일 그만두고 온 거야! 나는 발리에서 한 달 있다가 말레이시아 갔다가 한국으로 갈 예정이야.”
뭐지, 도착한 날도, 일 그만둔 것도, 길리 T 가려는 것도 같네? 신기한데?
우리는 같이 아침을 먹고, 꾸따 비치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옷, 가방, 드림캐쳐 등을 파는 상점들이 작은 도로를 두고 양 옆으로 쭉 이어져 있었다. 상인들 마다 싸게 줄 테니 필요한 거 없는지 물었다. 나는 무시하며 걷고 있는데, 도미니크는 그들이 던지는 호객의 말 하나하나 “No, thanks.”라고 다 대답해주었다.
우리는 해변을 걷다가, 도미니크가 가져온 보라색 타월을 깔고 같이 앉았다. 그리고 그녀가 가져온 프링글스를 같이 나눠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너는 왜 혼자 왔어?” 내가 물었다.
“나는 사연이 좀 길어. 사실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어. 엄마랑 아빠는 따로 사셔서, 내가 지난 2년 동안 나는 엄마 병간호를 했어. 그리고 회사 다시면서 매일 반복되는 생활하는 게 너무 지쳤었어. 일하고, 집 와서 먹고 자고 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혼자서만 여행하면서 나를 정리하고 싶었어."
한국 사람들만 자신의 업무와 회사에 회의감을 느끼는 게 아니 였구나 싶었다.
“아 나랑 비슷하다. 사실 우리 아빠가 아프셔. 엄마가 아빠 병간호를 하고 있고. 나는 지금 나 혼자 이렇게 좋은 곳에 와 있는 게 너무 죄송스럽긴 한데. 회사 다니는 동안 나도 내 생활이 없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너무 간절했었어.”
“무슨 일 했었는데?”
“나는 금형을 만드는 회사에서 영업과 디자인하는 일을 했어. 우리 아빠 회사였는데, 아빠가 몸이 점점 안 좋아지셔서 회사를 팔고, 나도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게 되었지. 너는 무슨 일 했었어?”
“나는 은행에서 일했었어. 회사도 그만두고, 집도 아는 사람에게 빌려주고, 다 정리하고 아시아에서만 몇 달 동안 여행할 예정이야.”
“그런데 너는 단지 백팩 하나만 들고 온 거야?”
“응,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유품을 정리하는데, 드레스만 60벌이 있더라. 그런데 그게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더라고. 그래서 이번에 아시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간편하게 배낭 하나만 매고 떠나기로 다짐했어. 지금 내 백팩에는 티 세장, 바지 세벌, 속옷 몇 개, 신발은 이 샌들 말고 운동화 하나가 전부야. 화장품도 다섯 종류 정도만 챙겼어. 나도 회사 다닐 때 화장하느라고 언제나 아침에 15분씩 시간을 쓰고, 틈나는 대로 화장을 고치곤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는 거 같아. 그렇게 백팩 하나만 매고 왔어. 정말 자유를 느끼고 있어."
"맞아, 나도 아는데 그게 잘 안되네. 그렇게 간편하게 여행 다닐 수 있는 네가 부럽다. 내 캐리어는 19kg나 돼. 진짜 '짐'이야."
나는 진심으로 그녀의 깔끔한 선택력이 부러웠다. 나는 이것도 저것도 다 필요해서 다 짊어지고 왔는데.
그러나 그녀는 내게 말했다 "나는 네가 부러워! 너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잖아." 이렇게 긍정적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