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너 핸드폰 번호 뭐야? 너 왓챕있니?” 도미니크가 물었다.
“응, 이거 내 핸드폰 번호야. 그런데 왓챕을 오늘 막 다운로드해서, 사용 방법을 잘 모르겠어.”
“그냥 핸드폰 번호만 저장하면 돼.”
“그래? 너 내 인도네시아 핸드폰 번호 저장했지? 나도 너 번호 저장했는데, 왜 네가 왓챕 리스트에서 안보이지?”
“흠. 나는 네가 뜨는데. 이상하다.”
상대방의 프로필이 내 핸드폰에 떠야만, 채팅을 할 수 있다. 도미니크가 어플 지웠다가 다시 깔면 될지도 모른다고 해서 해봤는데, 계속 안됐다.
“아, 답답하다. 우리 이따가 같이 모바일 센터 가보자.”
나보다 도미니크가 더 불편해하고, 더 해결하고 싶어 했다.
“흠, 도미니크, 너 왓챕에 등록되어 있는 너의 핸드폰 번호가 뭐야?”
“나 이 번호가 네덜란드 번호인데.”
내 핸드폰에 그녀의 네덜란드 번호를 저장해 봤다. 그렇게 하니까 그녀의 프로필이 나타났다.
왓챕을 어플을 받고, 실행하자마자, 핸드폰 번호 등록하는 화면이 가장 먼저 뜬다. 본인의 핸드폰 번호를 적으면, 그게 곧 내 아이디가 되는 것이다. 왓챕에 등록된 상대방의 번호를 내 핸드폰에 저장해야 함께 채팅이 가능하다. 그리고 한국인은 카카오톡을 사용하지만, 유럽인과 인도네시안 대부분은 왓챕을 사용한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오기 전에 미리 왓챕을 준비해서 오는 걸 추천한다.
꾸따 해변에 앉아 있는데,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계속 다가왔다. 스카프, 액세서리, 선글라스, 음료수 등등. 우리는 해변에 앉아 있는 동안 “No, thanks”만 50번 넘게 말했다. 나는 여행 동안 아무것도 사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왔었다. 오히려 가져온 물건 중에 버릴 것이 없나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런데 한 아줌마가 화려한 얇은 천을 쫙 펼쳐 보이면서 내게 말했다.
“너네 두 명인데, 타월은 하나네. 좁지 않니? 이거 해변에서 깔고 앉아 있을 수 있어. 그리고 몸에 둘러서 치마나 원피스처럼 사용할 수 있고.”
그녀의 말이 맞다. 우리는 타월 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두 엉덩이만 둘 수 있을 뿐, 드러누워 있긴 어려웠다. 도미니크가 해변으로 나오기 전에 내게 타월을 챙기라고 해서 ‘작은 수건’을 챙겼다. 나는 ‘비치 타월’을 한국에서 챙겨 오지 않았다. 도미니크의 타월 안에 앉아 있는데, 마치 단칸방에 살고 있는 친구네 집에 얹혀사는 기분이었다. 이 수건은 발 닦을 때나 써야지 싶었다.
“얼마야?” 내가 물었다.
“250루피. 내가 더 싸게 해 줄 수 있어. 말해봐.”
“250루피? 너무 비싸다.”
“얼마를 원하는데.”
“아니야. 그냥 안 살게.”
“말해봐.”
“나는 이거 50루피가 가장 적당한 가격으로 보여.”
“내가 200루피까지 해줄게.”
50루피와 200루피와의 간극은 무엇인가. 나는 단호하게 계속 50루피가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200, 190, 150, 100까지 점점 가격을 내리더니, 결국 50루피에 주겠다고 했다. 나는 파란색, 흰색이 섞인 배경에 코끼리가 가운데 그려진 천을 골랐다.
“19kg 캐리어에 또 물건이 추가되었네.” 도미니크가 말했다.
“맞아. 그런데 나 이거 유용하게 잘 쓸 수 있을 거 같아. 그리고 이 수건은 꾸다에서 있는 동안 쓰고 버리고 갈 거야.” 내가 천을 해변에 펼쳐 깔며 말했다. 그리고 바로 드러누웠다.
발리에서 물건을 살 때, 흥정을 ‘잘’ 해야 한다.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부른다.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을 상인에게 말하고, 가격을 조정해나가면 된다.
해변에는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는 한국인 여자 두 명이 보였다. 카메라의 각도는 아래에서 위로 향하고 있었다.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한국어가 들리지 않아도, 행동이나 얼굴만 봐도 한국인이라는 것을 딱 느낄 수 있었다. 그녀들을 보니, 나도 꾸따 해변에서 예쁘게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도미니크, 내가 사진 찍어 줄게. 저기 서봐.”
먼저 예쁘게 찍어줘야 도미니크도 나를 위해 잘 찍어줄 것 같았다.
“와, 사진 진짜 잘 찍었다. 나도 너 찍어 줄게.”
그녀가 찍은 사진을 보니, 나를 프레임 정 가운데에 두고 찍었다. 원래보다 더 짧게 보였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 일단 꾸따 해변에 있는 나를 남겼으니 만족하자 싶었다. 아니다. 나는 며칠간 그녀와 계속 다닐 테고, 내 사진을 찍어줄 사람은 그녀뿐인데. 그녀에게 한국식 사진 찍는 법을 알려줬다.
“봐봐, 도미니크, 내가 찍은 네 사진을 보면, 네 발이 프레임 가장 아래 부분과 맞닿아 있지? 이렇게 전신사진을 찍으면 더 길고, 날씬하게 나와. 네가 찍은 내 사진 보면, 내가 사진 정 가운데 있잖아. 이렇게 찍으면 원래보다 짧고, 똥똥하게 나와.”
“와, 그렇구나. 내가 다시 한번 또 찍어 볼게.”
도미니크는 나를 위해서 다시 찍었지만, 전 사진과 크게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계속 찍다 보면 언젠간 익힐 수 있겠지.
“그런데 너 숙소까지 오는데, 택시비 얼마나 냈어?” 도미니크가 물었다.
“나 100루피.”
“후, 나 300루피 냈어.”
그녀도 드라이버가 금액을 부풀려서 말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랑이하는 게 귀찮았다고 한다. 3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타고, 30시간 동안 표류해야 했기에 빨리 숙소로 들어오고 싶었다고 한다. 발리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다.
우리는 숙소로 다시 향했다. 저녁 먹기 전에 숙소에서 조금 쉬기로 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는 투어 박스가 곳곳에 보였다. 투어 박스에는 꾸따 근방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 패키지와 인도네시아의 다른 섬이나 발리섬에 있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버스와 페리 티켓도 판매했다. 나는 내일 길리 T (길리 트라왕안이 길어서, 현지에서도 ‘길리 T’라고 부른다. 그리고 길리는 길리 트라왕안, 길리 매노, 길리 에어 총 3개의 섬이 있다.) 으로 가야 하므로 미리 알아 두는 게 좋겠다 싶었다.
투어 박스에는 테이블만 달랑 놓아져 있다. 길을 지나가다가 멈추면, 상인과 눈을 바로 마주치고 바로 이야기할 수 있다.
“나 내일 길리 트릴라왕 가야 하는데. 왕복 티켓 얼마야?”
“왕복 티켓은 600루피야.”
“편도 티켓은?”
“400루피.”
흠. 뭔가 불려서 말한 기분이었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숙소로 다시 향했다.
“길리 가는 페리를 파당바이(Padang bay)에서 타는 거래. 나는 거기까지 택시를 타고, 거기서 티켓을 사려고 했어. 그게 더 쌀 거 같은데?” 도미니크가 말했다.
“그래? 일단 좀 더 알아보자.”
도미니크와 나는 짜라짜라 인(caracara inn인데 인도네시안은 짜라짜라라고 말한다.) 이층에 있는 수영장으로 올라갔다. 수영장은 아담하고, 예뻤다. 나는 살짝 수영을 하고, 의자에 앉아 있다가 빨리 이놈의 길리 행 티켓을 해결하고 싶어서, 도미니크에게 이따 저녁 먹을 때 다시 보자고 하고 밖으로 나왔다.
한 투어박스에 가서, 길리 T행 티켓을 물었다.
“나 내일 길리 T 가고 싶어. 길리 갔다가 우붓으로 갈 예정이야.”
“내일 너네 숙소로 픽업 버스가 갈 거야. 시간은 아침 6시 30분 하고, 10시 30분이 있어. 파당바이에 도착하면, 페리를 타고 길리 T로 들어갈 거야. 그리고 길리에서 우붓으로 갈 수 있고, 꾸따로 다시 올 수도 있어. 그런데 셔틀버스는 네 숙소 까지가 아니고, 우붓 센터까지만 가. 길리 T에서 우붓으로 가기 하루 전에 미리 예약하면 돼. 오피스는 바로 항구 앞에 있어. 파당바이로 출발하는 페리는 오전 11시 하고, 오후 3시가 있어. 왕복 티켓 값은 500루피야."
“아, 그렇구나. 그런데 티켓이 비싼데, 그게 최저 가격이야? 내 친구도 같이 갈 건데, 친구는 편도 티켓을 구매할 거야. 왕복은 300루피, 편도는 200루피로 해주면 안 될까?”
“나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 왕복은 400루피, 편도는 250루피로 줄게.”
“오. 고마워.”
돈을 벌어야 한다는 그의 말이 참으로 솔직해서 좋았다. 그러나 나는 해변 들렀다가 오는 길에 구매한다고 하고, 다른 상점에 가서 더 확인해봤다. 저 가격이 최저 가격이었다. 그런데 진짜 해변에 들렸었다. 거기서 만난 한국인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서, 꾸따 해변 배경으로 한 사진을 하나 건질 수 있었다. 역시, 사진은 한국인이 잘 찍는다.
그리고 나는 도미니크에게 왓챕으로 연락을 해서, 티켓 가격과 일정에 대해 말해줬다. 그녀도 예약하겠다고 했다. 6시 30분은 너무 이르니, 10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했다. 나는 바로 그 박스로 가서 예약을 했다. 버스와 페리 패키지를 파는 투어 회사가 많다. 나는 그중 ‘KARUNIYA JAYA’를 이용했다. 파당바이와 길리 T에는 오피스가 바로 항구 근처에 있다.
"나는 너의 협상 능력이 너무 자랑스러워. 네덜란드는 정찰체라 그런 거 할 필요가 없는데."
"한국도 대부분 정찰제야. 나는 예전에 중국에서 1년 반 동안 살았었든. 중국도 여기 발리 하고 다를 바가 없어서, 매일 깎아 달라고 해야만 했었어. 그때 쌓인 경력이 발리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게 되었네."
"오 그랬구나! 고마워. 덕분에 길리 티켓 구매했네. 길리도 너무 기대된다."
그렇게 나는 도미니크와 함께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