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덕분에 무사히 도착한 길리 트라왕안

by 최윤

우리는 즐거운 파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유니, 너 방 키 색깔이 뭐야?"

"나 그린."
"그린이 위층 침대인데, 네가 지금 내 침대인 레드를 사용하고 있어."


지난밤, 나는 바로 내 눈에 보이는 빈 침대에서 잤던 것이다. 화장실 안에도 빨강, 노랑, 초록, 파랑으로 침대 색깔에 맞춰서 사물함이 있는데, 그곳에는 초록색에 내 물건을 두었다. 초록인 것을 그렇게 잘 알면서, 빨간색으로 아주 새빨갛게 칠해진 침대로는 왜 가서 누운 건지.


"괜찮아. 이거 사물함 물건 위치만 바꾸자. 난 어디든 상관없어."


성격 좋은 도미 덕분에 나는 좀 더 편하게 아래층 침대에서 하루 더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삐-삐-삐-" 소리에 깼다. 핸드폰 모닝콜 소리는 아니었다. 내 바로 옆 침대에서 나는 소리였다. 어떤 여자가 락커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도와줄까?"

"응, 미안해. 시끄럽지? 락커가 닫혀서 열리지도 않고, 계속 소리만 나."

"괜찮아. 나도 어제 똑같이 그랬었어. 내가 한번 해볼게."


내가 이것저것 눌러서 만져봤지만, 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흠. 어제 직원이 뭐 누르니까 됐었는데. 하하. 아무래도 직원한테 부탁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응, 내려가서 물어봐야겠다."


직원이 오자, 소리가 바로 그쳤다. 우리는 그제야 통성명을 했다. 그녀의 이름은 눌굴, 눌 이라고 불러도 되었고, 카자흐스탄에서 왔다.


"나는 오늘 도미랑 같이 길리 트라왕안 가는데."

"길리 트라왕안이 어디야?"

"저기 동쪽에 있는 섬인데, 스쿠버 다이빙하기 좋데."

"아 진짜? 거기 어떻게 가는데? 나는 여기서 내일모레 체크 아웃하고 사누르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런데 나도 길리 가고 싶다."

"그래? 그럼 내가 어디서 티켓 예약하는지 알려줄게."


나는 그녀와 함께 길리행 티켓을 예약한 투어박스로 갔다. 이른 아침이어서 문이 열지 않았다.


"나 그럼 오늘 오후에 다시 알아보고, 내일 길리로 갈게. 그러면 나 숙소를 예매해야겠다."

"나 더블룸 쓰는데, 너만 괜찮다면 나랑 같이 지내도 되는데!"

"그래? 그럼 하루만 같이 지내자!"


그녀의 마음은 예정에 없던 길리로 향해 버렸다. 나와 도미가 엄청 좋다고 홍보한 것도 아니었는데. 미리 지불한 짜라짜라인의 숙박비는 환불 불가 조건이었다. 그녀는 하룻밤의 숙박비를 포기하고 길리행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나와 하룻밤을 길리에서 같이 보내기로 약속했다.


아침을 먹고, 도미와 나는 짐을 쌌다.


"도미 나 먼저 내려가서 체크아웃하고 있을게."


체크 아웃을 하고 로비 소파에 앉아 있는데, 도미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유니, 너 길리에서 혼자 여행할 거야?"

"아니!? 우리 같이 가는 거 아니었어?"

"응! 맞아!"


그녀가 기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먼저 로비로 내려간다는 말이 길리로 먼저 떠나버린다는 말로 들었었나.


10시 10분쯤, 나와 도미가 로비 소파에 앉아 있는데, 파란 옷을 입은 남자가 다가와서 길리를 가냐고 물었다. 조금 일찍 나와 앉아있길 잘했다 싶었다.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 캐리어 만한 빨간색 캐리어와 보다 작은 파란색 캐리어 2개만 있을 뿐이었다. 이상하게 빨간색 캐리어가 반가웠다. 드라이버에게 뒷자리에 앉으면 되냐고 물으니 조수석에 앉으라고 했다. 그는 나와 도미니크의 짐을 받아 뒷자리에 실었다.


우리 다음으로 프랑스 여자 2명이 탔다. 그녀 중 1명이 빨간색 큰 캐리어의 주인이었다. 나는 캐리어 크기에 큰 동질감을 느꼈고, '무거운' 여행 동지를 만나서 기뻤다. 그녀는 2주 동안 여행한다고 했다. 후후. 난 3주인데. 괜히 이긴 기분이었다.



몇 천 원으로 내 팔이 덜 아플 수 있었다. 애증의 내 갈색 캐리어.



우리 숙소가 첫 번째 픽업 장소였다. 그 이후로 4개의 숙소를 더 들렸다. 마지막에 탄 여자 2명은 차 천장까지 빽빽하게 쌓인 짐 옆에서 비좁게 앉아있어야 했다. 짐 가장 꼭대기에 있는 가방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도 받아내야 했다. 나와 도미는 운이 좋게도 조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발리 도로에는 질서 따윈 없었다. 공항에서 짜라짜라인으로 가는 길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었는데. 그때는 운전사 뒷자리에 앉았기도 했고, 어두웠으니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조수석에 앉으니, 차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대단한 균형 감각을 가진 푸르츠 걸.


사람이 곧 법이었다. 차선이 여러 개인 도로가 몇 없었다. 단 2개의 도로가 대부분이었다. 상행과 하행. 그런데 이 도로를 나누는 차선이 완벽하게 무용지물이었다. 우리 앞차가 느린 속도로 가자, 상행하고 있던 우리 차는 하행 도로로 넘어가서 앞차를 앞지르곤 했다. 유턴 금지라고 표지판이 명확하게 보여도, 수많은 차들이 유턴을 하기 위해 유턴 금지 표지판 앞에서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차 역시 그곳에서 유턴했다. 신기하게도 직진해 오는 어떤 차들도 유턴하는 차를 향해 '빵빵' 거리지 않았다. 나름 그들만의 질서가 있는 것이었다.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행운의 여신은 언제나 내 곁에 있지. 아암.


차 안에는 풀로 엮은 그릇에 꽃과 과자가 놓여 있었다.


"이거 이름이 뭐야. 이거 상점마다 앞에 놓여 있는 거 봤었어." 나는 운전수 까뚜에게 물었다.

"이거는 차낭이라고 해. 신에게 바치는 거야. 안전과 행운을 바라며 매일 아침에 만들어. 코코넛 잎으로 그릇을 만들고, 맨 아래쪽에 동전, 그 위에 꽃과 판단누스를 기본적으로 올려. 취향에 따라서 과일, 담배, 쿠키를 올리기도 해."

"신이 담배를 좋아해? 건강에 안 좋은데."

"하하. 그냥 만드는 사람이 마음이야."

"아. 그렇구나. 까두. 너(와 나와 도미)의 안전과 행운을 바라는 나의 마음도 여기에 두고 가도 돼?"

"응. 그럼 고맙지."


나는 동전 하나를 꺼내서 차낭 안에 넣었다.


"그런데 이렇게 차선 넘나들면서 운전하는데, 사고는 잘 안나?"

"아니, 사고 많이 나."

"그... 그렇구나. 하하. 안전 운전 부탁해."


아무래도 동전 덕분에 내가 무사히 파당 베이까지 도착한 것 같다.



내 안전을 책임진 차낭
Pandanus



파당 베이에는 외국인들로 가득했다. 그러니까 서양인들로. 같은 보트를 타려는 사람들 중에 한국인, 아니 동양인은 보지 못했다. 보트 안은 떠들썩했지만, 나는 금세 잠이 들었다.



주전부리를 판다. 파당바이에서 길리 트라왕안까지 배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유니, 일어나! 길리에 다 도착했어. 여기까지 오는 동안 파도가 심하게 쳤는데, 어떻게 한 번도 안 깨고 잘 수가 있는 거야? 그리고 너 머리를 왼쪽, 오른쪽, 앞, 뒤로 아주 신나게 흔들며 잤어."


도미는 자신의 머리를 흔들며, 고로 나의 자는 모습을 따라 하며,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의 헤드뱅잉을 가지고, 여행 끝날 때까지 놀려 먹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맞다. 나는 엉덩이와 머리만 댈 수 있으면 어디서나 잘 수 있다. 우리 아빠에게 물려받은 '수면복'에 대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저 배를 타고 길리로 왔다. 짐을 내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
길리 트라왕안 항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호주에서 온 40살 컬스니의 쩌는! 생일 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