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 트라왕안 바닷속을 탐험하다

길리에서 스쿠버 다이브, 오픈워터 코스.

by 최윤

한국에서 미리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싶어서 알아봤었다. '길리 다이빙'이라고 구글 하면, 바로 '선샤인 다이브'가 보였다. 여기저기 카페에서 올라온 후기를 읽어보니, 괜찮은 곳이라고 판단되어서 예약을 했다. 다이빙은 필리핀 세부에서 딱 한번 해본 게 전부였다. 세부의 바다는 흐렸고, 물고기도 별로 없었고, 소금물도 많이 먹었고, 나는 힘들었고, 그 후로 다이빙을 굳이 또 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 인도네시아로 오랫동안 물놀이를 하러 가는데, 물속에 잘 놀았다는 유의미한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 크게 흥미를 가지고 예약한 것이 아니어서 인지, 도미가 오픈워터 코스 시작 전날 밤에 "다이빙 기대되지?"라는 질문에 떨떠름하게 대답을 했다. 다이빙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카톡으로 예약을 하니, 다음과 같은 안내를 받았다.




오픈워터 코스는 총 3일 소요됩니다. 오픈워터 과정은 이론 (DVD+지식 복습 문제+최종 시험) + 수영장 (제한수역 24 skill연습) + 개방수역 (4회 다이빙)으로 진행됩니다.


- 첫째 날 10:00 선샤인 다이브에서 이론 & 수영장 진행 / 어떻게 하시느냐에 따라 6시 ~ 7시쯤 스케줄 종료

- 둘째 날 8시 30분 선샤인 다이브에서 만나 브리핑 후 보트 탑승 / 오전 첫 번째 다이빙 진행 / 10:30 트라왕간으로 들어와 휴식 / 11시 30분 오후 두 번째 다이빙 / 1시 다이빙 스케줄 종료 / 이후 이론 마무리 및 최종 시험

- 셋째 날 8시 30분 선샤인 다이브에서 만나 브리핑 후 보트 탑승 / 오전 첫 번째 다이빙 진행 / 10:30 트라왕간으로 들어와 휴식 / 11시 30분 오후 두 번째 다이빙 / 1시 다이빙 스케줄 종료 / 오픈워터 다이버!




오전 10시부터 오픈워터 코스 시작이니, 어제 산책을 하다 발견한 요가센터를 먼저 들렸다. 아침 7시 30분, 모닝 플로우 요가였다. 솔직히 어젯밤에 나는 다이빙보다 요가가 더 기대되었다. 하하. 주 5회 하던 요가를 4일 동안 안 했더니 몸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적한 길리의 아침
내가 일등으로 도착!
고양이가 많았다.
숙소와 같이 있는 요가 센터
넓은 마루에서 수업을 한다. 상쾌 상쾌!


3회권 미리 구입하는 게 더 저렴하다.



https://goo.gl/maps/ZpyAvZok4thvWo8K7



모닝 플로우 요가답게 '기지개'키는 기분이었다. 몸을 천천히 부드럽게 이완시키며, 일깨워나갔다. 그런데! 마지막에 할라 사나(쟁기 자세: 등을 대고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려 머리 뒤로 넘기는 자세)를 하는데 발이 땅에 닿질 않았다. 요가를 하면서 겪은 최초의 경험이라 당황스러웠다. 하다 보면 나아지리라 하며, 3 class card를 구매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길리에서 머무는 5박 6일 중에 3번 가는 건 어렵지 않을 테니.





요가 후, 도착한 선샤인 다이브에서는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내내 동영상을 보고, 강사님께 이론수업을 받아야 했다. 점점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면서 생각했다. 내가 왜 여행을 와서 공부를 해야 하는 거지. 머리를 비우려고 왔는데 뭘 집어넣야 한다니. 지금 당장 해변에 가서 누워있고 싶었다. 그래도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배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라고 생각하며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함께 수업 듣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4명이었다. 창피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난밤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클럽 노래 때문에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 평소와 다르게 환했던 달처럼 귀도 갑자기 밝아졌었나 보다. 그래도 물속에서 살기 위한 중요한 부분들은 어째 어째 다 들을 수 있었다.


오후에는 제한 수역 다이브를 위해서 수영장으로 나갔다. 물속에 들어가니 잠이 확 깼다. 먼저, 스놀 쿨링 장비를 껴서 하든, 그냥 자유 영법으로 하든 수영장 왕복을 12번 해야 했다. 그런데 물 공포증이 너무 심한 남자 한 명이 이때 포기를 했다. 그다음에는 장비 세팅, 코를 막고 압력을 조절하는 이퀄라이징, 마스크 물 빼기 등을 했다. 그런데 감기에 걸린 한 여자가 이퀄라이징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수영장 밖으로 나갔다. 물속을 탐험하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 할 수 없는 그들을 보니 내가 다 아쉬웠다.


결국 나와 아름이, 이렇게 둘만 남았다. 우리는 마스크 벗었다가 쓰기, 공기 고갈자를 보조 호흡기로 구조하기, 웨이트 풀었다가 다시 채우기, 물속에서 BCD(부력조절기구) 벗었다가 다시 입기 등등을 하면서 수영장에서 3시간을 넘게 보냈다. 쉽지 않았다. 마스크를 벗었다 쓰면서 물도 엄청 먹고, 입으로만 계속 호흡하니 입안이 정말 건조했다. 모든 일정이 다 끝나니 6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이틀째부터 배를 타고 진짜 바다로 나갔다. 오픈워터 다이버가 되기 위해서는 개방 수역에서 총 4번의 다이브를 해야 한다. 이날은 우선 2번 했다.



이렇게 여유 넘치는 척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벌벌...



입수 전에는 솔직히 조금 두려웠다. 강사님과 함께 들어간다고 해도, 끝을 알 수 없는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소금물도 많이 먹을까 봐 겁났다. 짤 텐데...





공기통과 웨이트, BCD 등을 다 착용하고 배 가장자리 앉았다. 배와 등에 힘을 꽉 주고 있었야 했다. 등에 짊어진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금방이고 바다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나의 버디 아름이와 함께 각 장비들이 잘 작동하고, 잘 착용되었는지 확인 후에 강사님의 목소리에 맞춰, 바닷속으로 입수를 했다. 그 후에 공기를 빼는 디플레이터 버튼을 눌러서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입으로 숨 쉬자! 입으로 숨 쉬자! 머리로 계속 말했다.


수영장에서 연습했던 것이 몸이 잘 기억을 했나 보다. 입을 숨을 쉬는 게 어렵지 않았다. 물속에 들어오니 셀 수 없이 많은 물고기들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곳에 이제라도 몸을 담갔다는 사실이 기뻤다. 맑고 투명한 바다의 바닥은 산호초로 덮여 있었다. 아쿠아리움 유리벽 너머로 봤던 수중 친구를 곁에 두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만나기 힘들다는 블랙 팁 샤크도 만났다.


수영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호흡으로 부력 조절하는 법'을 바다에서 깨달았다. 숨을 몸 안으로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몸이 위로 떠올랐고, 밖으로 내보내면 내보낼수록 바닥과 가까워졌다. 폐로 부력을 조절하면서, 산호초에 닿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간격인, 중성부력을 유지하며 유영할 수 있게 되었다. 바닷속은 포근했다.


바닷속에서 마스크 물 빼기, 호흡기 놓았다가 되찾기, 예비 공기 공급원으로 상승하기 등을 했다. 신기하게도 물을 하나도 먹지 않았다. 후훗.






마지막 날은 아주 환상적인 다이빙을 할 수 있었다. 오프 워터 테스트는 10분 정도만 하고 다 끝났고 약 1시간 반 정도를 강사님과 함께 바닷속을 돌아다니며 구경만 했다. 길리 매노 동상과 7마리의 거북이, 화이트 팁 상어, 형형색색의 물고기를 맘껏 볼 수 있었다. 강사님은 좋은 포인트를 찾아서 고프로로 사진을 찍어줬고, 내가 문제없이 잘 있는지 끊임없이 체크해 주셨다.



꼬부기? 어니부기?
길리 매노 동상



우리 보트에는 다이브 로그 횟수가 60번 정도 되는 분이 있었는데, 내게 처음부터 너무 좋은 바다에서 다이브 맛을 본 거라고 말해줬다. 필리핀이나 태국에서는 거북이 한 마리 나타나면 온 다이버들이 몰려든다고 했다. 탁했던 물과 작은 물고기만 봤었던 필리핀 바닷속이 떠올랐다. 이렇게 멋진 바다를 맘껏 즐길 수 있었다니! 길리에 와서 오픈워터를 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선샤인 다이브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길리 트라왕안에는 다이브 샵이 많다. 그중 선샤인 다이브만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유일한 샵이다. 그래서 나는 안전과 직결된 것이라 영어보다 한국어로 배우는 것이 더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나은 시설이나 서비스를 기대하고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기대 이상이었다. 모든 강사님들이 친절하시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잘 챙겨주셨다. 게다가 다른 다이브 샵들의 배를 바다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소수로 진행되는 선샤인 다이브와는 달리 다른 배에는 사람들이 우글우글했다. 도미도 여기저기에서 펀 다이브를 알아보다가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선샤인 다이브가 다른 샵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알고 나와 함께 바다로 나갔다. 영어를 하시는 강사님들이 계셔서 외국인도 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도미도 강사님들이 너무 잘해주신다고 좋아했다. 게다가 스놀 쿨링 장비도 빌려주셔서, 내가 2번째 로그를 할 때 도미는 스놀 쿨링을 하며 바다를 구경했다.



도미. 너도 한국에서는 생선인데...






게다가 선샤인 다이브는 카페도 함께 운영하는데, 한국음식도 판다. 인도네시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은 한국 음식이었다. 그리워서 먹었기보다는 외국 친구들에게 맛을 알려주고 싶어서 먹었었다. 별 기대 안 하고 주문한 양념치킨과 김치볶음밥, 라면, 볶음면 모두 다 맛있었다. 눌과 도미랑도 함께 먹었는데 이미 한국 음식을 경험해본 눌도 좋아했고, 처음 먹어본 도미도 만족해했다. 도미는 여기서 내게 젓가락질하는 법도 배웠다.


"도미, 이렇게 하면 돼! 챱챱!"

"챱챱! 이렇게?"

"너무 위쪽을 잡았어.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 잡고. 검지에 하나 올리고, 약지에 하나 올리고. 두 개의 젓가락을 이렇게 모아봐. 챱챱!"

"유니, 너 너무 웃겨. 챱챱. 그리고 너무 엄격한 선생님이야."


그러나 그녀는 몇 번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금세 젓가락으로 누들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오! 나 잡았어! 넌 참 좋은 선생님이야. 라면 너무 맛있다."


그녀가 고마웠다.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 하고, 젓가락 질을 배우려고 애쓰는 것이. 그리고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마음이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https://goo.gl/maps/AmzsE8n2qmVhSbS6A



제 돈 100% 지불하고, 오픈워터 자격증 취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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