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도가 뭐길래

생소하고 신비한 섬에 가고 싶었다

by 최윤

“유니, 나랑 코모도 투어 갈래?”

“코모도가 뭐야?”

“여기서 동쪽으로 더 가면 있는 섬인데, 사람들이 코모도에 사는 드래건을 훔쳐가고, 코모도 섬 환경 보호를 위해서, 정부가 2020년부터 섬을 닫는다고 했데. 올해 아니면 기회가 없어.”

“아하. 그렇구나. 일단 생각 좀 해볼게. 너도 알다시피 길리 일정 끝나면 우붓을 가려고 이미 숙소를 다 예약해놨거든.”

“응. 그런데 너랑 같이 꼭 가고 싶다.”


길리에서의 둘째 날, 도미가 갑자기 코모도를 가자고 했다. 코모도? 나는 발리와 길리만 알고 왔는데. 인도네시아에 있는 새로운 섬을 처음 듣게 되었다. 나는 우붓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꽉 차 있던 상태였고, 우붓 숙소를 취소하면, 취소 수수료를 100달러 정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코모도가 썩 당기진 않았다. 도미는 그다음 날, 자전거 투어를 하고 와인을 마실 때도 또 코모도를 가자고 했다. 나는 그날 숙소로 돌아와서 ‘Komodo’를 구글 했다.

핑크 비치와 파달 아일랜드 그리고 악어처럼 생긴 코모도 드래건의 이미지가 떴다. 아름다웠다.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풍경과 동물이었다. 코모도 섬을 닫는다는 기사도 보였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9-03-30/indonesia-to-close-island-to-prevent-komodo-dragon-smuggling



이거를 내년에는 볼 수 없다고? 내가 이거를 보러 다음에 인도네시아를 다시 오게 될까?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왜 한국인들은 안 갈까? 내가 한번 가볼까? 도미랑 하면 재밌긴 하겠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래.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 우붓 숙소를 일단 다 취소하자.


다음 날 아침, 요가원을 가면서 길가에 있는 투어박스에서 코모도 투어에 대해 물었다. 롬복에서 수요일 또는 토요일에 출발해서 3박 4일 동안 배에서 지내면서 섬을 투어 하는 패키지가 있었다. 나는 바로 도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도미, 나 코모도 가고 싶어.”

“진짜? 좋아!”

“어젯밤에 코모도 사진 찾아봤는데, 이 세상이 아니야.”

“그렇지? 장난 아니지?”

“응응. 그런데 나 지금 요가 갔다가 바로 마지막 오프 워터 다이브 하러 가야 해. 이따가 1시쯤에 끝나니까 점심 먹을 때 보자.”

“알겠어. 요가 잘하고!”


우리는 점심에 만나서, 다음 주를 위한 일정을 짰다.


“도미, 나 롬복에서 린자니 트래킹을 하고 싶어. 우리 게스트하우스에 어떤 여자 둘이서 갔다 왔다는데. 분화구도 보고, 정말 멋있었데. 같이 등산한 어떤 남자는 쪼리를 신고 있었데.”

“와. 대단하다. 우리도 한 번 해보자.”

“롬복에서 코모도 투어 출발이 수요일 하고 토요일만 있으니까. 우리 일정을 이렇게 짜 보자. 오늘이 일요일이지? 7월 22일 월요일에 롬복에 린자니 트래킹을 하고, 끝나면 화요일. 코모도 투어 출발하는 항구 근처에 숙소를 잡고 하룻밤 푹 자고. 7월 24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코모도 투어를 하는 거지.”

“어! 딱이다.”

“그렇지 그렇지? 그런데 배가 다시 롬복으로 데려다주는 거야?”

“아니야. 라부안 바조에서 비행기 타고 롬복이나 발리로 돌아와야 한데.”

“뭐?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예상치 못했다. 인도네시아 국내선 비행기를 탈 거라 생각도 못했다. 비행기가 들어가니 스케일이 상당히 커진 기분이었다. 내일 당장 출발하는 여정을 바로 전날에 준비하고 있는 내 모습도 낯설었다. 나는 더 이상 한국에서 전 숙소를 다 예약하고 온 내가 아니었다. 점점 눌처럼, 도미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순간순간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코모도 투어를 위한 이동 경로, 라부안 바쥬까지 가는 것도 몰랐고. 저렇게 멀리 있는 줄도 몰랐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박스에 들렀다. 우리는 일정이 적힌 종이를 보여주면서 코모도 투어에 대해 물었다.


“코모도 투어는 이렇게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핑크 비치, 파달 아일랜드도 가고, 가오리 포인트에서 스놀 쿨링도 진행해. 배에서 3박 4일 동안 지내면서 아침, 점심, 저녁도 다 제공해주고. 모든 게 다 포함되어 있어.”

“우와! 삔땅도?”

“하하. 아니, 물만 제공해줘.”

“그렇구나, 린자니 트래킹은 어때?”

“세나루 크래터까지만 올라갔다 내려오는 걸로 1박 2일 일정이야. 세나루 크래터까지는 7시간 정도 걸리고, 그곳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에 일출을 보고 하산을 하지. 이것도 밥도 다 챙겨주고, 텐트도, 옷도 다 빌려줘. 심지어 너희 가방도 들어줄 거야."

“엄청 좋다. 가격은 얼마야?”

“린자니 하이킹은 1400루피고, 코모도 투어 덱에서 자면 2500루피야.”

“캐빈은 얼마야?”

“케빈은 3000루피."


배에는 Deck과 Cabin 이렇게 두 개의 숙박 종류가 있다. 덱에서는 약 20명의 사람들이 성별에 관계없이 함께 자고, 캐빈은 더블 침대가 있다. 3박 4일 동안 덱에서 생활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도미, 너는 어디가 더 나을 것 같아?”

“나는 캐빈이 더 좋아. 잠은 좀 편하게 하고 싶어.”


역시 통했다.


“그게 최선의 가격이야? 우리 두 명이서 가는데.”

“너네 얼마를 원해.”


내가 만난 상인들은 항상 이런 식으로 꼭 묻는다. 말하면 뭐해. 말하는 대로 잘 맞춰주지도 않으면서.


“린자니 투어는 1000루피, 코모도 투어 케빈으로 2500루피로 해줘.” 나는 최대한 낮춰서 말했다.

“흠. 조금만 더 올려줘.”

“그냥 너의 베스트 프라이스를 말해 줄래?

“그러면 린자니 투어는 1200루피, 코모도 투어는 2700루피로 맞춰줄게.”



린자니 트래킹, 1박 2일 일정으로는 정상은 안 가고, Senaru crater 까지만 간다.


가격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곳과 비교를 해봐야 하니, 두 군데를 더 들려봤다. 두 번째로 물어본 곳은 터무니없이 비싸게 말했고, 세 번째는 첫 번째와 같은 가격을 말했다. 세 번째에서 예약을 하려고 했다.


“캐빈으로 예약해 줄 수 있어?”

“응, 기다려봐. 보스한테 전화 좀 해볼게.”


그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통화를 했다. 그런데도 나는 알 수 있었다. 케빈이 없다는 것을. 심지어 덱도 없다는 것을.


“어쩌지. 수요일에는 자리가 없어. 토요일에만 출발할 수 있어.”

역시나. 인도네시아에 도미 같은 배낭 여행자가 많더라도 코모도 투어는 미리미리 예약했나 보다.


나와 도미는 수요일 출발하는 배가 있기를 바라며 다시 첫 번째 박스로 갔다. 두 손 모아 물어봤지만, 캐빈이든 덱이든 우리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27일 토요일에 출발하면, 30일에 플로레스 섬, 라부안 바조에 도착한다. 여기서 재정비를 하고, 롬복 섬에 도착하면 31일이다.


그러나 나는 30일까지 발리섬에 있는 우붓으로 가야만 했다. 30일부터 한국에서 온 친구와 함께 약 일주일 동안 여행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도미도 나의 계획을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여행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수요일에 출발해야만 했다.


“무슨 방법 없을까?” 투어박스 직원 리자에게 물었다.

“흠. 수요일에 라부안 바조에서 출발하는 편이 있어. 롬복에서 비행기를 타고 라부안 바조를 먼저 가서, 27일 토요일에 롬복에 도착하는 거지. 이거는 캐빈에도 자리가 있어. 가격도 똑같고.”


오고 가는 교통수단만 바뀌었을 뿐인데, 나는 살짝 더 긴장이 되었다. 비행기를 먼저 탄다는 것에. 인도네시아에서 국내선을 탈 거라 상상도 못 했어서 그런가. 3박 4일 배를 타는 것보다 1시간짜리 비행기가 더 크게 다가왔다. 비행기 한 두 번 타본 것도 아닌데. 그래도 내 곁엔 도미가 있으니까. 우리는 캐빈으로 예약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약금을 지불하고, 영수증을 작성하고, 롬복 가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리자의 핸드폰이 울렸다. 통화를 받은 그의 목소리와 표정에서 ‘NO!’의 기운이 느껴졌다.


“아. 이런 방금 인터넷에서 누가 캐빈을 예약해버렸데.” 리자가 말했다.


나의 촉은 예사롭지 않군. 힘이 쫙 빠졌다.


“나 들어가서 너 옆에 앉아도 되니?”


나와 도미는 투어박스 밖에 서서, 작은 창을 두고 거의 2시간 동안 스케줄을 짜고, 가격 협상을 하고 있었다. 코모도 투어 하나 예약하는데, 나랑 도미는 기운이 몇 번이나 빠지는 상황을 겪어서, 너덜너덜해졌다. 게다가 나는 아침에 요가와 2번의 다이브를 하고 온 터라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덱이라도 남아 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지금 너무 힘드니까 덱은 더 저렴하게 줘야 해.”

“응. 알겠어. 2200루피로 해줄게.”

“오예! 고마워.”

“후. 이제 롬복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유니, 우리 수요일 아침에 코모도 보트를 타려면, 화요일에는 라부안 바조에 도착해야 해. 그러면 롬복에서 23일 화요일에 비행기 타야 하는데. 하이킹은 못 하겠다.” 도미가 말했다.

“맞아. 우리 22일에 롬복에 있는 폭포나 구경하고, 좀 일찍 숙소에 들어와서 푹 쉬고 비행기를 타는 게 좋을 듯해. 그럼 우리 숙소를 어디에 해야 할까?”

“롬복에도 꾸따 비치가 있어. 이쪽이 좋을 거야. 차 타고 공항까지 30분밖에 안 걸려.” 리자가 말했다.

“그래? 그러면 꾸따 하고 가까운 폭포가 있을까?”


그는 폭포뿐만 아니라 롬복 로컬들이 사는 마을 투어와 몽키 포레스트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며 열심히 영업을 했다.


“도미, 폭포 말고 다른 곳도 가고 싶어?” 나는 그녀의 눈빛을 읽으며 물었다.

“아니, 나는 폭포만 가도 좋을 것 같아. 리자, 우리 화요일에 비행기 타야 해서, 많은 것을 하고 싶지 않아.”


그녀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안 하고 싶은 것도 같았다.


리자는 프라이빗 투어만 가능하다며, 나와 도미 딱 둘을 위해서만, 한 대의 차로 롬복 항구에서 픽업부터 투어 그리고 숙소 드롭까지 해준다고 했다. 그러나 총 900루피였다. 가격이 과하게 느껴졌다.


“리자, 700루피로 해줘.”

“길리에서 롬복까지 가는 보트 티켓 값도 포함되어 있어. 게다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너네를 픽업하러 올 꺼야. 믿고 맡길 수 친구야.”

“그래? 나도 너의 믿을 만한 친구잖아. 너 나랑 여기서 3시간 동안 이야기했으니까 알 거 아니야. 700루피로 해줘. 나 정말 지쳤어. 700루피! 하이파이브하자!”


리자는 나와 하이파이브를 엉겁결에 하고 700루피라고 영수증에 적을 수밖에 없었다. 도미는 뭐가 웃긴 건지 계속 웃고 있었다. 우리는 위챗 아이디를 교환하고 나왔다.


너덜너덜해진 나, 도미의 도촬
우리의 일정과 가격 협상의 흔적들



“하. 진짜 힘들다. 이제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도미가 말했다.

“나도 머리에 더 이상 무엇도 넣을 수 없어. 그런데 우리 가장 중요한 것 2가지를 더 해야 해.”

“맞아. 어서 가서 항공 편하고 숙소를 예약하자.”


우리는 모아나 게스트하우스 리셉션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6시였다. 우리는 부랴부랴 티켓과 숙소를 예약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핸드폰으로 항공편을 결제하려고 하는데 보안 프로그램 미설치로 결제를 할 수가 없었다.


“노트북 빌려줄까?”

“유니, 너 노트북도 들고 왔어? 없는 게 뭐야?”

"하하. 다 있어. 필요한 거 있음 나한테 물어봐봐."


그녀와 나는 모든 예약을 마치고, 리셉션에 누워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네 왜 이렇게 바쁘고 힘들어 보여?” 모아나 호스트 요만이 물었다.

내가 투어 계획과 예산에 대해서 말하자, 요만이 놀라며 대답했다.


“왜 그렇게 배에서 오래 있어? 코모도 투어 하루면 다 충분히 할 수 있어. 가격도 900루피 밖에 안 하는데. 봐봐. 나 지난봄에 다녀왔는데, 하루 동안 나는 핑크 비치, 스놀 쿨링 등등 다 했어.”


요만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 몸이 저 바닥 밑으로 더 내려갈 것만 같았다.


“고마워. 그런데 우리 지금 막 예약을 다 끝나서,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 도미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줬다.




우리는 재 충천을 하고, 고픈 배를 부여잡고 나왔다. 길거리에 보이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대충 하고, 또 샌드 바로 향했다. 좋은 라이브 뮤직도 듣고, 이 엄청난 일들을 잘 마무리 지은 기념을 하고 싶었다. 와인을 주문했다.


"유니. 너하고는 정말 신기해. 우리 알게 된 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됐는데. 왜 이렇게 오래 알고 지낸 거 같지?"

"나도 그래. 네가 편하고, 너랑 함께 있으면 항상 즐거워."

"맞아. 단톡 방에 있는 내 네덜란드 친구 2명은 한 달 전부터 영화 보자고 해놓고 아직도 안 보고 있어. 3D로 볼지. 2D로 볼지. 주말에 볼지. 평일에 볼지. 어떤 영화 볼지. 아무것도 못 정하고 있어. 그런데 우리 봐봐. 뭐 하자고 딱 맘을 먹으면 다 빠르게 진행되잖아."

"우리가 잘 맞아서 그런 거 같아. 둘 다 엄청난 기획력과 추진력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네가 좋은 점이 너는 약속 시간 정하면 절대 늦은 적이 없어. 항상 시간을 잘 지켜."

"유니 너도 그래. 나도 네가 좋아. 아무래도 우리 엄마가 나 여행 잘하라고 너를 보내준 거 같아."


점점 노랫소리는 희미하게 들리고, 도미의 목소리만 또렷해졌다.


"맞아. 너희 어머니가 내게 부탁했어. 가서 도미랑 잘 놀아 달라고."

"하하. 우리 정말 비슷한 경험도 겪었지. 내가 아직 어려서 주변에 나처럼 엄마를 먼저 떠나보낸 친구들이 없어서 나를 공감해줄 수 있는 친구들이 없어."

"나도 그래. 감정적으로 안아주는 사람들 만나기가 어렵더라고."

"맞아. 나랑 진짜 오래 알고 지낸 남자인 친구가 있는데. 걔 정말 젠틀해서 같이 여행도 다니곤 했었어. 그런데 우리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나한테 뭐라고 한지 알아? 이제 엄마 차 쓸 일 없으니까 자기한테 팔라고 했었다?"

"와. 진짜 충격적이다.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던 거 같네. 그 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생각을 못하나 봐."

"응응. 맞아. 정말 단순하지."

"나는 혼자서 지내게 되었을 때 처음에 너무 힘들었었어. 무엇보다도 청소하는 게 어려웠어. 4인분의 공간을 나 혼자서 해야 하니까."

"하하. 나도 나도. 내가 우리 집 사진 보여줄게."


도미네 집은 하얀색의 이층 주택이었다.


"나 혼자 이 집을 다 관리했어. 유리창까지 하나하나 닦고, 커튼 빨고, 정원 잡초 뽑고."

"와 우리 집이랑 스케일이 다른데? 정말 고됬겠다."

"응응. 나중에 네덜란드 놀러 오면 우리 집에서 지내도 돼."

"고마워! 너도 우리 집에 놀러 와!"


어느새 라이브 뮤직은 다 끝나 있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우리의 대화도 더 깊어졌다. 낯선 언어로 친밀한 감정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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