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친구 같은 손님들
메인도로에서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섰다.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둠만 짙게 깔려 있었다.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서 더듬더듬 걸어 숙소 근방에 도착했다. 왼쪽 모퉁이를 돌아 내 방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퍼렇게 밝혀진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랐다.
"하이!"
모아나 게스트하우스 호스트 요만이었다. 그는 길 한복판에 문 없는 문이 놓여 있는 단칸방에서 핸드폰을 보며 누워있는 게 아닌가. 그 길은 투숙객뿐만 아니라 누구든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었다.
"요만. 너였구나. 안녕. 안자?"
"나 게임 중이야. 잘 놀다 왔어?"
"웅. 와인 좀 마시고 왔어. 그런데 네 방에는 문이 없네?"
"문 필요 없어."
"도둑맞을 일 없어?"
"웅. 여기 길리에는 도둑이 없어."
게스트에게는 열쇠가 달린 방을 주면서, 정작 호스트는 문조차 없다는 방에서 살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누워있는 침대는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 뿐이었다. 바닥에는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이 어둠 속에 뭉쳐있었다.
"오. 엄청 평화로운 동네구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전에 한 독일인이 상점에서 물건 훔친 거 걸려서, 팬티만 입고 섬을 한 바퀴를 돈 적이 있었다. 뭐 그거 말고 큰 사건이 없었어."
그래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현금이 수중에 들어오곤 할 텐데. 도대체 어디에 보관을 하는 걸까. 이 동네 사람들은 남의 것을 탐내지 않는 것인가. 그저 자기가 가진 것에만 만족하며 사는 것인가. 여러 의문들이 떠올랐지만, 내가 마치 그의 돈을 노리는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고, 너무 깊게 캐묻는 것 같아서 질문을 멈췄다.
"아. 새 수건 좀 받을 수 있을까?"
"당연하지."
그는 방 왼쪽 귀퉁이에 있는, 선반에서 수건을 꺼내서 내게 건넸다. 집과 일터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 공간에서 요만은 살고 있었다. 그는 꼭 자기와 닮은 방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게스트를 향해 언제나 활짝 웃으며, 먼저 다가왔고, 내가 기타 소리를 듣고 싶다고 하면, 노래까지 부르며 줄을 튕겼다. 1인만 예약한 방에 내 친구를 초대한다고 하니, 추가 비용을 안 내도 괜찮다고 말해줬다. 눌이 자정이 다된 시간에 자전거를 급하게 쓸 일이 생겼다고 하니, 렌트 비용을 따로 내지 않고 잠시 사용하게 해 줬다. 그의 게스트하우스는 그가 초대한 친구들이 잠깐 머무는 듯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나 하루 일찍 먼저 체크아웃해야 해. 코모도 투어 가야 해서."
"나는 괜찮아. 그런데 너무 아쉽다. 하루나 빨리 헤어지다니."
그가 입은 옷과 덮고 있는 이불은 언제 빨았을지, 방 청소는 언제 했을지 가늠이 안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그의 웃음과 진심이 담긴 친절이 내 마음을 깨끗하게 만들었다. 그 게스트 하우스를 떠나올 때 그를 꼭 안으며 인사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라고 말했다.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