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바다 위의 민박. 코모도 투어

인도네시아 섬 여행

by 최윤


WANUA 오피스에 도착하니, 한 소년이 내 캐리어를 끌고 우리를 항구로 데려다주었다.


“도미, 저 보트인가? 저거 제일 큰 거.”

“아니야. 저기 WANUA라고 쓰여 있는 보트 같은데?”


생각보다 작았다. 3박 4일 동안 먹고 자게 될 보트에 기대는 없었긴 했지만, 저 작은 보트에 30명이 다 탈 수 있을까 싶었다. 보트에 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부두에서 바로 탑승할 수 없었고,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더 작은 보트'를 한 번 거쳐가야 했다. 두 보트는 파도에 계속 흔들렸고, 보트 사이의 간격이 좁혀질 듯 계속 멀어졌다. 행여나 바다로 떨어질까, 선원들의 손과 밧줄을 꼭 잡고 넘어갔다.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나는 내 몸 하나 중심 잡고 있기 어려운데, 무거운 짐을 쓱 옮기는 선원들이 대단해 보였다. 바다에서 일하면서, 태양에 모든 수분과 지방이 타 버린 듯한 바짝 마른 몸이었지만, 그 안에는 파동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코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보트에 도착하자, 선원이 신발을 벗으라고 했다. '집'에 들어왔으니, 신발을 벗어야지 참. 여기 로컬들은 '집'의 영역이 참 넓은 듯했다. 롬복에서 묵었던 숙소에서도 라레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이 신발을 벗고 마당을 돌아다녔었다.


나와 도미가 자야 할 곳은 갑판이었다. 이층에 위치한 '방’에 올라가 보니, 사방은 나무판자로 이어져 있었다. 창문은 뻥 뚫려 있었다. 바다를 맘껏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열었다 닫을 수 있는 '창'이 없었다. 밖을 내다 보고 통풍을 할 수 있는 창으로써의 역할에 충실했다. 바닥에는 10cm도 채 되지 않은 파란색 매트가 왼쪽 10개, 오른쪽 10개 총 20개가 깔려 있었고, 가운데 30cm 정도 되는 좁은 통로만 있을 뿐, 옆 사람과 어떠한 틈도 주지 않았다. 럭셔리 크루즈 투어를 예약하지 않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정말 ‘잠자리’만 제공해줄지는 몰랐다. 나는 엉덩이나 머리만 대면 잘 수 있긴 하지만, 이렇게 엉성하면서 빈틈없는 잠자리는 처음 봐서 혼란했다.





일층으로 내려갔다. 일층 중앙에는 ‘거실’이 있었다. 거실을 중심으로 배 앞머리 쪽에 또 다른 '방'이 있었다. 방 입구 바로 왼쪽에 승객의 짐 더미가 쌓여 있었고, 방 안쪽에는 매트리스가 8개 정도 깔려 있었다. 이곳은 또 다른 갑판 '방'이자 '물품 보관함'이었다. 내 캐리어도 여기에 있어서 옷이나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일층 방으로 내려와서 뒤적거려야 했다. 거실에는 내 골반 높이까지 오는 널찍한 테이블이 있었다. 벽과 붙은 쪽에는 매트리스가 하나 깔려 있었고, 그 앞쪽에 빵이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여긴 누군가의 '침대'겸 '식탁'인 듯했다.



이름을 몰라서 '빵'



거실을 지나 배 뒷머리로 가는 복도 왼쪽에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은 나란히 두 개가 붙어 있었다. 하나는 좌변기, 하나는 화변기. 둘 다 물을 내릴 수 있는 밸브는 없었고, 대신에 큰 양동이와 바가지가 있었다. 물을 뿌려 '볼일'을 거대한 자연 하수구로 흘러 보내는 식이었다. 화변기가 있는 화장실에는 위쪽에 샤워기가 달려 있었다. '변기 샤워장'이었다.

대학시절, 숙소 예약을 안 하고 중국 칭다오에 여행을 갔었다. 그때 칭다오에 도착하자마자, 길가에 보이는 숙소에 무작정 들어가 룸 컨디션을 체크했었다. 그중 한 곳에서 변기 샤워장을 발견하고 기겁한 적 있었다. 어떻게 오물 위에서 샤워를 할 수 있을까 하고. 그때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다로 뛰어들거나, 여기서 4일을 지내야만 했다.


배 뒷머리로 가니 밖에도 샤워기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다. 어떠한 가림막도 없었다. '오션뷰 샤워 부스'였다.


도미랑 나는 이 투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열악했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그저 웃으며, "우리는 견딜 수 있어"를 몇 번이고 말했다. 나는 배에서 내려서 볼일을 처리하고, 4일 동안 안 씻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서 주는 음식도 '많이'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오션뷰 샤워부스 바로 옆에 주방이 있었다. 한 남자가 낮게 설치된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에 식재료를 씻고 있었다. 또 다른 남자가 주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요리하고 있었다. 허허. 배에 타기 전에 사 온 먹거리는 맥주 6캔과 과자 4개뿐이었다. 그것도 도미랑 같이 먹을 양이었다. 굶어 죽을 순 없으니 최소한의 양만 먹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음식 냄새가 솔솔 풍기는데. 침이 고였다. 위가 조금 흥분했다. 챡챡. 웍에 기름을 넣고 뭔가 볶는 소리가 들렸다. 내 눈을 통해 들어오는 것들은 아니라고 말하는데, 내 후각과 청각과 내장들은 괜찮다고 외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조금만' 먹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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