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도 밤과 아침 사이

불사조와 별똥별이 내 몸을 덮었다

by 최윤



“유니, 드디어 일어났구나.”


핸드폰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30분. 도미가 나를 몇 번이나 부르고 흔든 후에야 깰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내 몸은 파도 위에서 흔들리고 있어서, 도미의 힘은 느껴지지 않았나 보다. 정신이 들었지만, 너무 어두워서 내가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헷갈렸다. 어젯밤 10시도 안 돼서 도미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태양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시간에 일어나는 건 익숙하지 않았다.


비몽사몽 일층으로 내려왔다. 승객들이 모두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나도 신발을 담아둔 상자에서 여러 신발을 들었나 놨다를 반복하며 내 운동화를 찾았다. 신발을 신고 화장실을 가려는데, 나와 같은 몸 상태를 가진 승객들이 한 줄이었다. 어쩌지. 고민하고 있는데. 그때 삐야가 날 쳐다보며, 손가락 4개를 까닥까닥했다. 응? 무슨 일이지? 그에게 다가가니, 배 문이 열려 있었다. 아래를 보니 작은 보트에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삐아가 검지 손가락 하나를 보트를 향해 찍었다. 나는 그렇게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보트에 탔다. 도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따가 내려서 만나면 되겠지 하고, 출렁이는 보트에 몸을 맡겼다.


보트가 움직였다. 어디가 바다이고, 하늘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수평선조차 보이지 않았다. 보트를 운전하는 이얀은 작은 손전등 들고 있었다. 겨우 2미터 정도만 비추는 듯했는데, 그는 용케 선착장을 찾아냈다. 선착장에는 어둠만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Padar Island. 이곳에서 일출을 보며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고 했다. 산을 올라야 했다. 한 승객이 핸드폰 플래시를 켰다. 나는 그의 빛과 발소리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다행히도, 산은 가파르지 않았다. 계단으로 이어진 길만 오르면 되었다


시꺼먼 먹이 공기를 덮고 있었다. 얼마나 올랐을까.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먹으로 검게 칠해진 곳에 붉은색이 슬며시, 붓으로 한 줄 두 줄 세 줄 쓱쓱 덧칠해지고 있었다. 플래시 없이도, 한 치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상까지 올랐다.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수평선과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도미도 어느새 내 옆에 와 앉아 있었다.


붉은색은 점점 짙은 주황색으로 변했고, 흰색이 그 위로 섞여 들어왔다. 태양이 조금씩 어둠을 밀어냈다. 어둠 위에 빛을 칠하고 있었다. 어둠 뒤에 숨어 있던 섬들이 모습을 스멀스멀 드러내고 있었다. 태양은 은은하고도 강력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온 세상에 퍼트렸다. 구름과 태양이 포개지더니, 불사조가 그려졌다. 붉은 불사조가 날개를 넓게 펼치고, 천천히 하늘 위에서 흐르고 있었다.


그날은 알람 소리에 깨서 아침을 갑자기 맞이 한 것이 아니라, 아침이 오기 전부터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며,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야 했다. 생의 실감이 눈으로 피부로 느껴졌다.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 말 없이 아침을 바라보기만 했다.



불사조!



붉은빛이 사라지고 나서야,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내가 올라온 길을 바라보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코모도 투어를 하게 만든 사진 속의 배경이 바로 이 섬이라는 것을.


파달 섬은 코모도 군도 내의 코모도와 린카 섬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이며, 코모도 국립공원에서 3 번째로 큰 섬이다. 가파른 화산 산과 언덕으로 4개의 해변으로 형성되어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섬은 모래성을 쌓아 놓고 꼭대기를 무너뜨리지 않고, 야금야금 모래를 치우는 놀이 후에 남은 것처럼 생겼다. 하하. 장난 아니게 멋있다.


“도미니크! 사진 좀 찍어줘!”

“응? 어떤 도미니크?”

“헤헤. 도미 너 말고, 도미닉.”


우리 배에는 네덜란드에서 온 도미니크가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여자, 한 명은 남자. 여자는 이름을 줄여서 도미, 남자는 도미닉이었다. 도미에게 사진 찍는 법을 몇 번이고 알려줬는데, 내 맘에 100% 들게 찍어 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도미닉이 내가 원하는 구도로 사진을 잘 찍을 줄 알았다. 그는 섬세했다.


“유니! 저기 서봐! 그리고 아이폰 인물사진 모드로 한번 찍어 줄게.”

우리는 서로 사진을 찍고 찍히며 파달 섬의 장관을 핸드폰에 보관했다.





파달 섬 트래킹 후에, 우리는 스놀 쿨링과 태닝과 3번의 식사를 했다. 어느새 하루가 또 저물고 있었다. 씻고 나서, 보트 맨 꼭대기 지붕으로 올라갔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지만, 누가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 플래시를 켰다. 모두 누워서 하늘을 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밝은 불빛이 그들의 밤 감상을 방해했기에 나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도미 옆에 잽싸게 누웠다.


“유니, 나 아까 별똥별 봤어.”

“뭐? 별똥별?”


도시에서는 빌딩 사이에 간신히 얼굴 내밀고 있는 달만 봐도 반가운데. 이곳 바다 한가운데서는 달이나 별과 겨룰 만한 빛이 없었다.


하늘에 저렇게 촘촘하게 별들이 박혀 있는데, 하나쯤이야 떨어져도 괜찮지. 티도 안 날 거야. 원래 별의 똥이거나 날아오는 별이 아닌, 불타는 우주 먼지 쓰레기여도. 내 눈으로 봤을 땐 특별한 별이니까. 보고 싶은 대로 믿고 싶은 대로 볼 거다. 나에게도 하나만 떨어져라. 소원 하나 빌게.


기다리고 기다려도 떨어지지 않았다. 내 몸이 닿아 있는 갑판도 공기도 차가워서, 점퍼의 모자를 뒤집어썼다.


“유니, 너 발리의 에스키모네. 하하” 도미닉이 말했다. 유머 코드가 한국이었다.

“어어!! 슈팅스타다!!”


별똥별을 보고 싶은 간절한 내 마음이 별을 끌어당겼나 보다. 순식간에 떨어진 별을 마음에 담고, 소원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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