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보트 속에서 피자 향이 느껴진 거야

드디어 코모도 투어 끝!

by 최윤

코모도 투어 마지막 밤, 보트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창문 밖을 내다보니, 바다가 보였다 안 보였다를 반복했다. 잔잔했던 바다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니 내 머리 속도 함께 움직였다. 바다가 나 보내기 싫다고 뗑깡 쓰는 거였나. 자다가 행여나 매트 밖으로 벗어나게 될까 봐 온몸에 힘을 주고 자야 했다.





다음날 아침, 투어의 마지막 일출을 봐야 한다며 삐아가 우릴 깨웠다. Kanawa Island에 도착했다. 비몽사몽 섬 꼭대기로 올랐다. 분명 땅에 내렸는데, 배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섬이 통째로 흔들리는 듯했다. 태양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어떠한 감동이 올라오지 않았다. 태양이 나타나고 숨는 순간들을 3박 4일 동안 매일 봐서 그런가. 태양의 움직임보다 내 몸의 움직임에 신경이 쏠려서 그런가. 간절히 육지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마지막 날이어서 다행이었다. 물놀이와 하늘 구경을 할 만큼 했다.



예뻤구나.
지금 다시 보니 멋있네
이 정도 길 쯤이야 쪼리로 거뜬하지
나는 천상 육지인임을 깨달았던 코모도 투어



"우리가 롬복 Kayangan Harbour에 도착할 거야. 여기서 너네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어. Kayangan에서 내리거나, 여기서 차를 타고 Bangsal Harbour로 가서 내리거나, Bangsal에서 Gili Island로 넘어가거나. Gili air, meno, trawangan 너네가 원하는 곳에 다 갈 수 있어."


나와 도미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편한 길리 트라왕안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메노와 에어도 아름답다고 들었지만, 파티가 없는 조용한 섬, 어르신들의 휴식에 알맞은 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꼭 가지 않아도 아쉬움이 없을 것 같았다.


카양안 항구에 도착했다. 이제 여행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자동차 여행이 시작되었다. 작은 봉고차에 15명이 넘은 사람들과 함께 탔다. 자리는 충분히 있었지만, 아무래도 봉고차가 유치원생용 차량이었던 것 같다. 좌석과 좌석 간의 폭이 좁아서, 내가 앉아도 무릎이 앞 좌석에 닿았다. 아니 끼였다. 똑바로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몸과 다리를 대각선 방향으로 두어야 했다.



안녕. 3박 4일 동안 즐거웠어
아기 봉고차
허허.......



처음에는 앉아 있을 만했다.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르면서 흥겹게 출발했다.



처음에는 신이 났지요 룰루랄라



분명 다리만 끼여서 다리만 답답했는데, 온몸이 의자 사이에 껴있는 기분이었다. 온몸이 쪼여왔다. 더 이상 못 앉아 있겠다 싶었을 때, 함께 차를 탄 삐아가 운전기사에게 차를 멈추라고 했다. 편의점이 있었다.


같은 차를 타고 있던 여자들 모두가 초콜릿이 그리웠나 보다. 보트에서 거의 풀떼기만 먹고살아서, 당 충전이 필요했다. 모두 달달한 초콜릿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다시 차에 올랐다.


봉고차는 또 열심히 달렸다. 삐아에게 언제 도착하냐고 물으니, "곧."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곧'의 기준은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른 듯했다. 30분을 달려도 봉고차는 멈출 생각을 안 했다. 점점 숨이 막혀오는 듯했다. 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순간에 차가 멈췄다.


Wanua 오피스였다. 간단한 주전부리와 차를 제공해줘서 먹고, 다리를 뻗고 앉아 쉬었다. 선원들은 여기가 종착지이고, 승객들은 좀 더 차를 타고 방살라 항구로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탑승을 앞두고, 밖에 나와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는데, 여자 아이들이 나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보고 있었다. 한 선원이 내게 다가오더니, 저 여자애들이 나와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고 했다. 연예인이 된 기분이었다. 케이팝 덕분에 별별 경험을 다해 본다. 하하. 열심히 같이 사진을 찍어주고, 인스타그램도 서로 팔로잉했다. 우리를 따듯하게 챙겨주고, 안전하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선원들과도 한 번씩 안으며 인사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차에 올랐다.


그러나 좌석에 앉는 순간 웃음이 사라졌다. 이렇게 비좁은 공간에서 지내본 적이 없어서 인지, 분명 창문도 다 열려있고, 심지어 차 문도 열려 있는데, 나는 숨이 자꾸만 막혀왔다.


"도미, 나 안 되겠어. 저기 차 입구에 앉아서 가야 할 거 같아."


내 옆에 앉아 있던 도미에게 말했다. 나는 창가 쪽에 앉아 있었고, 도미는 나보다 다리가 길어서 복도 쪽에 앉아서 다리를 복도에 내놓고 있었다. 나는 말하자마자 박차고 나와서, 차 입구 계단에 앉았다. 차가 좌우로 흔들리는 순간 나는 바로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갈지도 몰랐겠지만, 나는 당장의 '숨'이 더 급했다. 행여나 도로에서 구르게 될까 봐 손잡이를 꼭 잡고 앉아 있었다. 몸에 피가 돌기 시작하니 정신이 들었다. 거리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살겠다고 차 입구에 앉아서, 살겠다고 손잡이를 꼭 잡았습니다. 도미의 몰카
우리 엄마 아빠한테는 비밀~
롬복도 아름다워요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고, 눈을 마주친 도로 위에 오토바이 운전자들과 인사를 하다 보니, 방살라 항구에 도착해있었다. 카양안 항구에서 3시간 넘게 걸렸다. 내가 원래 코모도 투어 끝나고 바로 우붓으로 떠난다고 했었는데, 도미가 많이 힘들 거라며 길리에서 쉬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마음을 바꿨었다. 마음을 바꾸길 잘했었다. 카양안 항구에서 길리까지 가는 것도 언제 가나 싶었다.


생각보다 길리 트라왕안으로 가는 승객들이 많지 않았다. 다들 고요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었나 보다. 길리 메노와 에어로 많이 향했다. 나와 도미 그리고 독일에서 온 모나 이렇게 3명만 길리 트라왕안으로 갔다. 3박 4일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웃었던 승객들과 언젠간 또 보자는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길리에 도착했는데, 속이 좋지 않았다. 땅이 울렁거렸다.


"나 체했나. 속이 왜 이렇게 답답하고 니글거리지."

"배에서 오래 생활해서 그런가 봐. 네가 속이 안 좋다고 하니까 내가 부산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낼 때, 갑자기 속이 안 좋은 거야. 그날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 먹었거든? 그러니까 더 이상 아프지 않았어. 내 몸이 웨스턴 음식을 그리워했었나 봐." 모나가 말했다. 모나는 부산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동남아시아 여행 중이었다.

"그러면 나는 한국음식이 먹고 싶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속이 안 좋으면 죽을 먹거든. 그런데 난 지금 피자랑 파스타가 먹고 싶어."

"그래? 그럼 이따가 저녁에 이탈리아에서 온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가자."


인도네시아에서 지내는 내내 유럽인들하고 생활해서 그런가. 유럽 스타일이 물들었나 보다. 여독도 유럽 스타일로 해소해야 했다. 인도네시아 음식이 아닌, 한국 음식이 아닌, 유럽 음식이 당겼다. 거짓말 아니고, 피자랑 파스타를 먹고 나니 꽉 막혀있던 속이 쑥 내려갔다.



배 멀미에는 피자
소화제 대신 파스타
밀가루 주세요!




먹고 나니 잠이 몰려왔다. 도미랑 해변가 바에 가서 맥주 마시기로 약속했는데. 눈이 자꾸만 감겨왔다.


"도미, 나 1시간만 자고 나갈게. 너 먼저 나가서 놀고 있어."

"그래! 내가 1시간 후에 와서 너 깨울게."


그런데 눈 뜨니까 아침이었다.


"유니, 너 어제 진짜 웃겼어. 내가 깨웠는데 나한테 한국어로 뭐라 뭐라 하는 거야. 유니 괜찮아? 뭐라고 하는지 내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도 네가 계속 한국어로 얘기하더라고. 그래서 정말 피곤한가 싶어서, 그냥 내버려 두었어."


아. 생각이 났다.


"도미, 나 너무 졸려서 못 나가겠어."를 한국어로 말했던 것이다. 도미가 한국 친구처럼 편해졌나 보다. 못 놀았던 건 아쉽지만, 한숨 푹 자고 나니 땅이 더 이상 꿀렁거리지 않았다. 그리고 요가가 간절하게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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