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요가를

길리 트라왕안 요가원을 또 갔어요

by 최윤

6일 만에 길리 트라왕안에 다시 돌아왔다. 땅 위에서 정신 차린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요가였다. 눈 뜨자마자 요가원으로 바로 향했다. 바다 위에서 긴장하고 있던 몸을 이완하고 싶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요가원으로



이 요가원에는 고양이가 많이 산다. 요가원 이곳저곳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그루밍을 하거나 졸고 있었다. 유연하고 여유로운 고양이들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귀엽다
냥냥
귀여워



한 고양이가 수련 공간으로 들어왔다. 고양이는 수업 시작 전에 누가 드롭인을 했는지 매트마다 들려서 얼굴을 확인했다. 수련이 시작해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이제는 회원들이 동작을 잘 따라 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강사님이 내쫓아도, 다시 들어오고. 그런데 관심을 끄고 내버려 두니 자기가 알아서 나갔다. 관심을 안 주니 재미가 없었나 보다. 나는 땅에 사는 동물을 만나니 그저 좋았다.




오늘은 데니 강사가 수련을 이끌어줬다. 먼저 평좌하고, 눈을 감았다. 데니의 목소리를 따라 내 '숨'만 느꼈다. 괜히 눈물이 고였다. 보트에서 4일 동안 30명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냈고, 혼자 매트에 누워있어도, 요동치는 파도와 거센 바람 때문에 온몸과 정신이 계속 흔들렸다. 나에게만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이 없었다.


어제 땅을 밟았지만 여전히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이렇게 땅에 내려와서 어떠한 흔들림 없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그다음 긴장되고 빳빳하게 굳은 몸을 아사나를 하면서 조금씩 풀어나갔다. 데니가 몸을 판단하지 말고 움직임과 변화만 바라보라고 했다. 온 의식과 감각이 나에게만 향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여행 계획하면서는 인도네시아에서 여유롭고 느긋하게 그리고 오직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도미를 만나고, 이곳저곳 투어를 다니면서 줄곧 함께 호흡하고 움직였다. 인도네시아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새로웠기에 언제나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낯선 언어, 공기, 풍경 모두 다.


그중 코모도 투어가 압권이었다. 끊임없이 출렁거리는 바다 위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싶어도 '멈춤'과 '몰입'을 할 수 없었다. 활자도 같이 흔들렸다. 누구도 마주칠 수 없는 공간은 없었다. 오직 화장실에서만 사적인 시간과 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것도 행여나 문 밖에서 누군가 기다릴까 봐 빨리 처리하기 바빴다.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했다. 도미랑 함께 하면서 많이 웃고, 즐거웠다. 그러나 이제는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었다.


요가 수련 후, 도미를 만나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모나는 아침에 먼저 우붓으로 떠났다.


"도미. 나 우붓으로 오늘 떠나는데, 방 혼자 쓰려고 예약했어."

"웅! 나는 여기서 하루 더 지내다가 가려고."

"우리 우붓에서 다시 만나는 거지?"

"나는 내일 우붓으로 갈게. 우붓에서 모나랑 숙소 같이 사용하기로 했어."

"그래! 나 우붓에서 하루에 3번 요가 수련할 거야!"

"유니. 이거 부채 받아. 너 우붓 가서 덥지 않게 돌아다니라고 주는 거야."

"고마워! 난 아무것도 준비 안 했는데. 비록 잠시 떨어지지만 부채가 너라고 생각하고 할게. 함께 여행하는 기분일 거야. 헤헤"





부채를 들고, 나는 우붓으로 향하는 배를 탔다. 나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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