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치 않았던 우붓 가는 길

고막 테러

by 최윤

도미와 길리에서 마지막 점심을 먹고, 길리 항구로 바로 갔다.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혼자서 움직이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도미랑 같이 다닐 때는 내가 조금 부주의해도 도미가 챙겨주곤 했는데.


약간 긴장을 했는지, 점심에 차가운 스무디 볼을 먹어서인지, 배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배가 조금씩 쌀쌀하게 아파왔다. 시간은 배 탑승시간인 3시가 가까워졌다. 캐리어는 커서 같이 움직이기엔 버겁고, 배가 언제 올지 모르고, 주변에 믿고 맡길 사람도 없고. 총체적 난국이었다. 어쩔 수 없이 꾹 참아야 했다.


배는 거의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캐리어를 끙끙 끌고, 모래와 바닷물이 닿는 지점으로 향했다. 길리에 도착한 승객과 물건을 다 내려주고 나니 또 30분이 지났다. 그 후에야 내 티켓을 받고, 내 짐을 실어줬다. 짐이 배 꼭대기에 잘 올라갔는지 확인한 후에 나도 배에 탑승했다. 창가에 앉았다. 조금 자다 일어나면 도착하겠거니 싶었다.


호주인으로 추측되는 여자 1명과 남자 2명이 내 뒷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앉자마자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Fuxk'과 'Shit'을 매 문장마다 아주 촘촘하게 사용하면서. 최대한 그들의 대화를 안 듣고 가려고 애썼다. 탑승이 다 끝나고, 한 승객이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너네 지금 3명이서 4자리 앉아 있는데, 나 여기 앉을게."

"우리 옆에? 다른 데 가서 앉아." 복도와 가까이 앉은 남자가 말했다.

"다른 곳에 자리가 없어."

"좁은데 왜 여기 와서 그러는 거야." 창가에 앉아 있던 여자가 시부렁거렸다.

"자리가 있는 걸 보고도 나는 서서 가야 하는 거니?"


그러자 그들 셋은 F와 S가 들어간 단어를 풍부하게 사용하면서 창가 쪽으로 붙기 시작했다. 승객이 자신들 옆에 앉아 있는데도 끊임없이 구시렁거렸다.


듣고 있는 내가 다 민망하고 난처했다. 발리섬에 도착할 때까지 내 귀에는 F와 S가 가득 차 있었다. 한숨도 잘 수 없었다.


발리섬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내가 탑승한 보트회사인 'Karuniya jaya' 팻말을 따라서 이동했다. 파당바이에 도착하면, 운전기사들의 호객행위가 장난이 아니다. 배 티켓을 보여달라고 하면서, 숙소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자신을 따라오라고 한다. 그런데 그 티켓은 배와 발리섬 내에 있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차량까지 포함되어 있다. 다른 운전기사들을 따라가면 추가 비용을 내고 차를 타야 하는 것이다.


나는 배에 붙어 있는 공지 대로, 직원이 말한 대로, 호객행위는 무시한 채 'Karuniya jaya'만 따라갔다. 그렇게 도착한 승합차량에 한 남자가 있었다.


"이거 우붓 가는 거 맞아?"

"응! 여기 앞에 타면 돼."

"진짜 맞지? Karuniya?"

"맞아. 내가 입은 티셔츠 봐봐. 내가 드라이버야."

"여기 오는 길 내내 호객 행위가 너무 심해서. 진짜를 앞에 두고도 헷갈리네."


조수석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뒷자리에서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나 이거 길리에서 티켓 구매할 때 숙소까지 데려다준다고 했어. 그런데 왜 안된다는 거야?"

"나는 우붓 센터까지만 가는 일만 해." 아까 그 드라이버가 대답했다.

"너는 그렇겠지만, 나는 오피스에서 직접 말을 들었어. 숙소까지 데려다준다고. 그래서 이 티켓을 구매한 거야."

"나는 모르는 일이야. 나는 한 번도 승객들을 숙소까지 데려다주는 일을 해보지 않았어."


아무래도 승객이 티켓을 구매할 때,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생겼다거나, 오피스 직원이 거짓말을 했나 보다. 드라이버는 계속 자기는 모른다. 우붓 센터까지만 간다는 말을 반복했다. 승객은 더 거세게 화를 냈다. 드라이버 왼손 약지에 껴있는 반지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고생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때 다른 직원이 와서, 그 승객에게 원래 안되는데 이번엔 숙소까지 가겠다고 하고 상황을 종료했다. 그리고 차가 출발했다. 승객은 계속 투덜거렸다.


"괜찮아?" 내가 물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랐을 드라이버가 조금 걱정되었다.

"응. 나는 괜찮아."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나고 어둑어둑 해지자 승객들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다. 내 숙소가 마지막 정차 지었다.


"너 남자 친구 있니?"

"아니. 없는데?"

"나 너처럼 아름다운 한국인 처음 봤어. 우리 같이 저녁 먹을래?"

"아니. 나 바로 숙소로 가야 해."


발리의 운전석은 오른쪽에 있다. 왼쪽 조수석에 앉아 있던 나는 그의 왼손이 명확하게 잘 보였다. 약지에 껴있던 반지가 없었다.


"그러면 나에게 굿바이 선물을 하나 해줄 수 있어?"

"무슨 선물?"

"키스나 포옹?"

"아니. 줄 수 없어."


불쾌했다. 아까 '걱정'에 썼던 내 마음이 아까웠다. 차에서 내려서 잘 가라는 말도 하지 않고 짐을 대차게 끌고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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