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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 Jun 19. 2019

뭐? 브런치 작가가 됐다고?

같이, 꾸준히 썼다

 6개월 만의 재도전이었다.


 첫 번째 도전은 지난 12월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일상 속 글쓰기의 시작, 에세이 쓰기'라는 강의를 들으며, 에세이 7개 정도 써봤을 때였다. 강사님과 다른 수강생한테 잘 썼다고 칭찬을 좀 듣고, 어깨가 으쓱해졌었다. 그때 쓴 에세이 1편과 예전에 써둔 독후감 1편, 총 2편의 글만 가지고 브런지 작가에 도전했다.



에세이 쓰기 수료증



 작가 소개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회사원입니다.' 이런 식으로 아주 아주 간략하게 적었다. 연재 계획은 정말이지 하나도 기억이 남아 있지 않다. 나에게도 인상에 남지 않은 '일종의' 자기소개서인데, 어찌 브런치 팀 눈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브런치 작가로 모시지 못해 안타깝다는 알림을 받았던 게 마땅했다.






 브런치 작가 도전을 한동안 포기했었다. 대신 글쓰기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ON&OFF] 100일 글쓰기 곰 사람 프로젝트'에 20기로 참가했다. 글은 자주 써야 늘 텐데, 아직 글쓰기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아서 내겐 강제성을 부여할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수업은 격주 토요일 오전에 총 8번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해야 하고, 100일 동안 매일 온라인 카페에 한 편의 글을 올려야 했다. 글의 주제나 소재는 정해주지 않았다.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쓰기만 하면 됐다. (수업에 대한 자세한 후기는 다른 편에 적어보려 한다)


 100일 글쓰기 완주를 했다. 하루는 써놓고 자다가 카페에 못 올렸지만, 한 문장조차 쓰기 어려운 날에도 꾸역꾸역 아무 말 대잔치를 벌였다. 가령 '오늘 정말 글쓰기가 싫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서 글을 쓸 수가 없다'


 그리고 안 쓸 수가 없었다. 강사님이 정말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매일 '마감 1시간 전입니다. 현재 여섯 분 올리셨어요. 오늘 글도 힘내시기 바랍니다.'라고 단체 카톡방에 메시지를 남기셨다. 20기 동기들도 내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겨주니, 받은 관심만큼 더 쓰고 싶어 졌다.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수료증




 또한, 계속 읽었다. 100일 글쓰기 카페에 올라오는 글, 100일 글쓰기 수업을 위해 읽어야만 했던 책, 브런치의 글, 리디 셀렉트 전자책, 도서관에서 빌린 책, 서점에서 눈 맞아서 구매한 책 등등. 소화가 되고 있는지 아닌지 몰라도 꾸준히 읽었다. (남의 이야기 보고 듣는 걸 좋아한다.) 좋은 문장은 소리 내서 읽거나, 연필로 써보거나, 원노트에 타이핑해두기도 했다.



한 달에 6900원으로 무제한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리디 셀렉트. 애정 한다.



 틈만 나면 책을 읽고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나만의 색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브런치 '매거진'에 걸만한 큰 주제가 잡히는 듯했다. 아빠, 운동, 여행, 혼자 살기.


 




 그래서 두 번째 도전을 했다. 이번에 작가 소개를 이렇게 했다.


 최는 아빠 성이요 윤은 엄마 성입니다. 그래서 필명이 최윤입니다. 저는 아픈 아빠와 병간호 중인 엄마를 둔 딸입니다. 부모님이 병원에서 생활하게 돼서, 저 혼자서 집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혼자'가 싫어서, 결혼 전까지 부모님하고 살 거라고 했는데, 결혼 전부터 혼자 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외롭고 두려웠지만, 지금은 혼자서 하는 모든 것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글쓰기입니다.  

 부모님과 친구들의 사랑으로 데워진 삶의 온기를, 요가와 헬스, 달리기로 달궈진 몸의 열기를 글에 담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썼다. 내 소개니까. 왜 필명을 썼냐면, 내 이름 석 자에는 엄마가 없기 때문이다. 필명이라도 엄마를 드러내고 간직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글을 연재할지 물었을 때는 이렇게 답했다.


1. 아빠의 오른손 : 아빠는 뇌종양 환자입니다. 아빠는 단어 하나도 힘겹게 끄집어내어  말하고, 새로운 것은 기억하기 어려워합니다. 오른쪽이 마비돼서, 펜을 잡을 수 없습니다. 이런 아빠를 대신해 아빠의 마음과 아빠와의 추억을 남깁니다.

2. 어쩌다 혼자: 부모님은 병원에서 삽니다. 동생은 학교 때문에 부산에서 지냅니다. 4명이 살던 집에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혼자 하게 된 것들이 많습니다. 혼자 꽃에 물 주고, 청소하고, 운동합니다. 혼자 여행도 종종 갑니다. 혼자 느끼거나, 혼자 하는 것을 글로 적습니다. 아! 이번에 퇴사하고 발리에서 혼자 3주 살기 합니다. 발리에서 생긴 일도 브런치에 담고 싶습니다.


 이것도 솔직하게 썼다. 정말 이렇게 연재하고 싶었다. 100일 글쓰기 마지막 오프라인 모임 때, 앞으로의 글쓰기 계획이 무엇인지 한 명씩 돌아가면서 말했었다. 나는 그때 아빠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했다. 1번을 쓰니, 자연스럽게 2번이 따라 써졌다. 그리고 그래야만 할거 같았다. 여러 브런치 글을 읽어보니, 브런치 팀이 특색이 딱딱 느껴지는 매거진을 선호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번에 살짝 비춘 운동은 '3. 운동에 미치다'로 따로 분류하고 싶었지만, 글자 수 제한으로 쓰지 못했다. (운동 안 하고 못 산다.)

 제출하고 나서도 10번은 넘게 고쳤나 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 보이기 위해서. 아! 제출한 후에도 수정이 가능하다. 너그러운 브런치다.

 





글은 다음 세 가지를 올렸다. 다섯 개 올리고 싶었는데, 세 개만 올릴 수 있었다. 연재 계획과 걸맞은, 그리고 내 색이 팍팍 담긴 글로 골랐다.


하나. 슈퍼맨 아빠


두울. 그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세엣, 교토 주택가에 살아있는 죽음들


(위에 글씨를 누르면, 글이 보입니다! 클릭클릭 >-<)






 네이버 블로그도 링크를 걸었다. (블로그는 비밀~)

블로그에 '에세이 쓰기' 강의 때 썼던 에세이 7편과 총 8번 강의에 대한 각각의 후기, 전체 강의를 듣고 달라진 내 모습에 대한 글이 게시되어있다. 글 쓰고 싶은 의지가 담긴 공간이랄까?






 금요일 저녁에 신청했다. 토요일, 일요일에는 브런치 팀이 쉴 거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몇 번이고 들락날락했다. 월요일이 됐는데도 어떤 소식 없었다. 최종 결정이 되기까지 5일이 걸린다는데, 5일이 50일 같이 멀게 느껴졌다. 그런데 화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브런치 앱을 딱 켰는데 화면이 뭔가 달랐다.



ITZY... 달라 달라♪ 노래가 아주 신이 납니다.



 



뭐지! 뭐지? '작가 신청'이 사라졌어. 이게 무슨 일이야. '알림' 버튼을 눌러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왠지 될 거 같았다. 위에 경험으로부터 얻은 자신감이다. 하하


 

 

 이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축하 알림을 받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이 상태로 요가를 갔다. 마지막 사바 사나 할 때 아무 생각도 비우고 무無의 상태로 있어야 하는데, 브런치! 브런치! 브런치! 가 머리에 콕콕 박혀서 제대로 송장이 되지 못했다.)


 짝짝짝!!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제일 먼저 이 소식을 알린 곳은 바로 '100일 글쓰기 20기' 단체 카톡방이었다. 강사님과 동지들 덕분에 100일 동안 외롭지 않게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소재 고갈로 괴롭기도 했지만, 동지들의 글에서 소재를 얻어서 다시 쓸 수 있었다. 또한, 격려와 동감의 댓글로 글 쓰는 힘과 기쁨을 충전할 수 있었다.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남기자, 동기들에게 많은 축하를 받을 수 있었다. 기쁨이 배가 되었다.



댓글도 남겨주고, 좋아요도 눌러준다. 이게 글쓰기 연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 분들! 하트도 눌러주시고, 저 최윤 구독해주세요. 글 열심히 쓸게요.




우리는 100일이 끝난 지금까지도 '함께 따로 글쓰기'를 하고 있다. 144일째 함께하고 있다. 글로 끈끈하게 뭉쳐있다.



 

 나는 진심으로 우리 20기 덕분에 브런치 작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브런치 작가가 별거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내 글을 읽어줄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내가 글을 열심히 쓸 수 있는 더 큰 공간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나에겐 큰 의미가 된다. 브런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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