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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Seattle May 19. 2020

내가 한국인이란 걸 알아줘 Please

Proud Korean

작년 여름이었던가. 하버드 법대 졸업생 두 명의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한국계 변호사들과 우연히 합석한 적이 있다. 테이블의 절반은 원래 알고 있던 중국계 친구들. 초면의 그 교포들은 캐쥬얼한 자리에서는 성을 제외한 이름만으로 서로를 소개하는 미국 문화 때문인지 나의 한류에 부합하지 못하는 패션 때문인지 내가 토종 한국인이라고는 생각을 못 한 듯 했다. 갑자기 그들이 우리를 의식하며 어눌한 한국말을 섞어 자기들끼리 대화를 시작했다. 대화 내용은 기억이 안나는데 그들이 최대한 한국어를 많이 섞으려다 좌절하고 민망한 눈빛을 교환했던 것은 또렷이 기억난다. 현지어를 최대한 많이 섞어 쓰려던 1세대 이민자들에게서 많이 보아 온 풍경이기 때문이다. 단지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에서 학업성취도 면에서 성취할 수 있는 최대치를 달성한 그들이 스스로가 한국인임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내 남편 역시 아내가 한국인임을 밝히려고 들썩들썩. 내가 그들이 번데기 앞에서 부족한 한국어로 주름 잡은 것을 부끄러워할 수 있으니 모른척 해 달라고 부탁했다. 교포들이 한국말을 못 하는 척 하던 시절을 살아온 내겐 격세지감을 느낀 뿌듯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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