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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jak Nov 30. 2019

<잡담>발라당.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절반은 게워내기위해서.

절반은 글을 놓지 않기 위해서였다.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

그래서 스스로 검증해 본 바는 없지만, 누군가는 글쓰기를 <자전거타기>에 비유했다.

한번 배운 자전거타기는 한동안 놓고 있어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일단 자전거에 올라타면 자연스레 페달을 밟고 굴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랫동안 글을 놓았더라도, 내 몸 안에 새겨진 글을 쓰던 감각과 세포는 잠들지 않았을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굳은 근육, 굳은 감각을 되살리려면 연습이 필요했다.

브런치에 발행한 글이 늘어날 수록 아주 오래전에 그러했듯 글을 쓸 때 마음 안에 요동치던 설렘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것을....나는 알았다.


처음엔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을 내 속내를 익명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마구 토해냈다.

그러다 부끄러워졌겠지. 분칠을 조금 할까보다 했었나?


그리고 다시 <만든>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사랑을 하고, 마음껏 미워도 하고, 세상을 향해 삐뚜름 눈을 흘기고, 나약하게 스러지기도 했다.

절름발이 소년이었다가, 어느 노파였다가, 또 배불뚝이 사내이기도 했고, 사랑에 빠진 기녀이거나 물색없는 한량이거나...




제 1 야당의 당대표가 8일간의 단식끝에 의식불명으로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리고 곧, 의식을 회복했다고 한다. 그 행위에 대해서야 할 말이 있겠으나, 주제가 산으로 가니까 접어두겠다. 정치인도 아닌 주제에 나는 어제 단식을 해야했다. 위장병이 창궐하신 것인데, 뭘 삼켜봤자 속에서 난리가 날 것이니 생으로 굶어버렸다. 처음에는 배가 고파서 견딜수가 없더니, 오히려 저녁무렵이 되니 몸도 가벼워지고 견딜만 하더라.


그래도 내가 정치인도 아닌데..(솔직히 정치인의 단식이 웃겨서 자꾸 갖다 쓰는 거다.) 마냥 굶을 수는 없어 죽  반 그릇으로 저녁을 때웠다.

그 전에는 손목치료를 받았고.


순서를 정확히 바로잡자면, 아픈 곳을 치료하고 난 후  죽을 사서 배고픔을 채웠다.

그리고 늦은 저녁 도서관으로 향했다. 브런치에 올릴 글을 일부 쓰고, 책을 좀 읽다가 도서관을 나섰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가방을 싣고 보니, 텀블러에 먹다 남은 물이 거슬린다.

괜히 저쪽 화단에 물을 주면 좋겠다 싶었다는 개뿔, 그냥 버리고 가야지 싶었는데...


발라당.


발라당, 주차장 턱에 걸려서 넘어지고 말았다.

하필이면 그 앞에서 청년 둘이 대화중이었고, 그들은 나보다 더 놀랐는지 그 어둠 속에서도 그들의 동그래진 눈이 보일 지경이었다. 흠칫 하는 몸짓에 '가서 잡아줘야 하나' 하는 망설임이 스쳤다.


<아닐세, 청년들.. 가까이 오지마. 나는 지금 존나 쪽팔려.>


빛의 속도로 차에 올라 집으로 돌아왔다.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오른 손 검지 손가락이 조금 찢어졌고, 왼쪽으로 넘어진건지 좌측 전반이 살짝 욱신거렸을 뿐.

손가락에 밴드를 감고, 브런치에 올리려던 글을 마무리했다. 그러느라 자정을 훌쩍 넘겼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왼팔이 올라가지 않는다. 목도 뻣뻣하고 손목도 아프다. 엉덩이는 또 어떻고.

교통 사고 후유증이 이럴까? 어젯밤의 나는 뭐에 미쳐서 이 몸으로 책상에 앉아 글을 끄적인건가?

결국, 다시...치료를 받고 왔다.


그리고 오늘까지 넘겨주기로 한 <단기알바 > 원고가 있어서 그걸 마무리 하겠다고 책상앞에 앉았는데...

또 이러고 있다.

알바는 재미없고, 내 글은 재밌다.

(재밌는 건 나,읽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그냥 내 글을 <쓴다> 는 것이 재밌을 뿐.)



사실 내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날것에 가까워 그 글을 두고 감히 <작가>라 이름짓기에는 수없는 고뇌와 퇴고를 거쳐 난산끝에 세상에 내어놓는 수많은 작가들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가만히 보면 오타도 창궐하고, 문맥도 읭? 스러운 데가 많다. 보이면서도 안 고칠 때도 있다. 독자님들 입장에서는 뭐 이런 성의없고 뻔뻔한 인간이 다있나 싶으시겠지만...


나는 내가 존경하는 작가들처럼, 그들의 글 처럼, 치열하게 품고, 치열하게 쓰고 싶어서 이제 겨우 다시 일어난 사람이다.

그러니 뒤뚱거리는 나를, 나의 연습을, 그 과정을 내 보이는 것이 지금의 나의 글이다.


발라당, 자빠졌다가.. 다시 일어난 사람.




아침에 다시 보니 어젯밤에 벗어둔 코트에 덕지덕지 낙엽이 붙었다. 이것 마저 지나가는 가을의 흔적이려니... 웃고 말았다.



두서없는 글이다.

그래서 제목에 대문짝만하게 쓰지 않았나. <잡담> 이라고. (뻔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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