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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jak Jan 01. 2021

브런치가 좋아하지 않는 글을 쓰겠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브런치가 좋아하지 않는 글을 쓰겠다니? 이게 무슨 중 2병 스러운 반항인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의 2021년 컨셉은 '회춘'일까요?     




브런치 대문에 글이 걸리거나, 다음 메인에 글이 걸려서 조회수가 폭발한 경험, 있으신가요? 반대로 내심 정성들여 쓴 글이 파리날리는 조회수와 함께 무관심 속에 사라진 경험, 있으신가요? 저는 주로 후자가 많습니다. 하핫.     



섭섭하지 않다면 그것도 쌩 거짓말이겠습니다만, 사실 별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누구인지,뭘 하고 하루를 보냈는지, 어디가 아픈지, 얼마나 지랄맞은지 등등의 나의 시덥잖은 일상을 수만명의 사람들과 공유할 생각은 없거든요.  2016년 브런치 베타 시절에 이 곳에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잠정휴업 상태로 내버려 두었다가 다시 시작한 지 1년여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즈음 멘탈이 너덜거릴만큼 힘들었고, 그 때 글로 다스리자 싶어서 브런치를 다시 찾아 온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글은 우울한 혼잣말에 가까웠습니다. 그렇게 구석에 앉아서 혼자 군시렁 거리는데 누군가 옆에 와서 “저기요. 저도 그런적 있어요.” “오, 당신. 군시렁 거리는 모양이 맘에 드네요. 앞으로 종종 와서 좀 들어도 되겠어요?” 하면서 옆에 앉습니다. 그렇게 저의 군시렁 군시렁을 들어주신 글벗들이 생겼습니다. 그 맛에 눌러앉았습니다.     


그런데 누가 인정을 해 주든 말든 스스로 ‘글쟁이’라 칭하는 저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그런 이야기를 써 볼까도 생각했습니다만, 일단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이 플랫폼과 맞는지,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이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브런치의 어떤 편향성이 고민요소가 되더라구요. 누차 언급했듯 저는 <글관종>이라서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작가님들이 있으신 것으로 압니다만 현재의 브런치는 자사 포털에 걸리기에 적당한 글, 콜라보 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홍보성 이벤트에 ‘브런치 작가’들의 글쓰기 역량을 조달하는 쪽으로 특화되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그에 따르는 보상이 주어지므로 글을 쓰는 이들, 자신의 글을 알리고 싶은 이들에게 윈윈의 기회가 될 있을 것이기에 문제될 것은 없다 생각 합니다.     

최근 <프리미엄 이용권>, <몰스킨 노트를 포함한 굿즈> 따위를 부상이랍시고 내걸었던 넷플릭스 같은 염치없는 경우도 있었지만요. (지금은 아이패드 미니로 바뀐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 제일 좋은 것은 ‘현찰’ 입니다만....^^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의 속성상,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당기 순이익이 곧 그들의 정의의자 가치입니다. 따라서 브런치 라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체 입장에서는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성격의 글을 초이스할 이유가 분명한 것이며, 그에 맞는 글이 빛을 받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이 안에 올라온 글 중에 나쁜 글은 없으므로, 니즈의 영역이 다를 뿐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주로 혼잣말을 했었던 사람이라 내 글이 주목받지 못해도, 별 관심을 받지 못해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왜냐면, 이제 애를 낳을 생각이거든요. (임신중이냐구요? 아쉽지만 법적으로도 실생활에서도 싱글입니다. 일단 현재 그럴 일이 없습니다.;;;)       


제게 있어서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일상을 ‘군시렁’ 거리는 것에 비해 몇 배, 아니 그 이상의 품이 드는 작업입니다. 혹시라도 오해를 살 수 있으니 분명히 해 두자면 에세이 혹은 일상을 기록하는 글에 비해 지어내는 글이 어렵다는 일반화가 아닙니다. 오로지 제 경우에 한정해서 그간 올렸던 일상글과 결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아무튼, 애써서 애를 낳아 놨는데 빈 말이라도 ‘아이고 애기가 참 예쁘네.’ ‘엄마 안 닮았니? 귀엽네.’ 라는 말 한마디 못들으면 서럽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에 앞서서 저는 소설을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습니다. 습작부터 밥벌이까지 주로 극본형태의 글을 썼기에 소설 작법에는 문외한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래서 감히 ‘소설’을 쓴다고 내보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비웃을 지도 모르겠다, ‘글을 오래 썼다더니 개뻥이었나봐’ 등등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쓰기로 했습니다. 다만 제가 쓰는 글은 그냥 <소설 비스므리한 스토리>정도로 타협하기로 합니다.     

2021년, 그중에서도 1월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문득 저를 흥분시키는 중입니다. 그래서 이 난데없는 출사표, 출마선언문 같은 글은 그 흥분에 취해서 저지르는 일입니다. 저는 1월 중에 무언가를 올릴 것이고, 끊지 않고 이어갈 것입니다. 혹 수준이 모자라더라도, 한참 부족한 글이 되더라도, 공감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래서 외롭더라도, 멈추지 않습니다. 


이 작업이 마중물이 되어 다른 길로 저를 이끌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때 망설임 없이 문을 두드리고, 작은 틈이라도 비집고 들어갈 것입니다.      


브런치가 좋아하는 글은 아니지요. 정확히 말하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적합하지 않은 글을 제가 쓰는 겁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고 했습니다.그러나 나는 이 절이 싫지 않습니다. 그냥 저쪽 구석에서 홀로 염불을 외볼까 합니다. 혹시 누군가는 목탁을 두드려 주지 않겠습니까?     




일상의 수다 역시 멈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원래 그려려고 온 공간이고, 이 맛에 브런치를 한건데요. 

그리고 한가지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긍정어>배우기.     

나는 이제 그것을 하지 않겠다. 라는 부정어로 이루어진 생각과 말, 과거의 찌꺼기가 남은 회한 깃든 말에 뒤따르는 무수히 많은 반성과 결심 대신 <무엇을 한다>는 간결한 긍정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올리는 일상 또한 긍정의 혼잣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9살 겨울, 처음으로 썼던 소설??? 의 초고. 


2021년, 최작이 소설 비스므리한 것을 씁니다.          

휴가랍시고 집에서 뒹굴고 있는데, 갑자기 치솟는 이 근질거림을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영화나 보고 놀겠습니다. 할 말 다 했으니까요. (게다가 오른팔이 너무 아파요. 얘도 무조건 고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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