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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jak Aug 11. 2021

살아 있는 사람이 하는, 말.

글을 썼다 지웠다 하는 만큼, 오락가락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다.


'진실로'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아빠를 보내고 열흘이 흘렀다.

여전히 내 탓인것 같고,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냥 입원했으면, 병원에 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정도로 허망하게 갈 일인가?


등이 굽은 동네 노인들만 봐도 화가난다.

저 노인은 살아있는데....  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부모가 먼저 떠나는 것이 순리겠지만, 그리고 늘 후회하는 것이 자식이라지만..

나는 그냥 모르겠다. 납득이 되지 않는다. 있어야 할 자리에, 한 사람이 없다는 것.

지독하게 평화로운, 아무일도 없는 것 같은, 그렇게 조용한 하루를 보내다가도 갑자기 미친듯이 혼란스럽다.


언제는 내가 당신과 마주앉아 다정한 말을 나누기나 했던가. 되려 바락바락 패악질을 하지 않았나.

아침에 나가 늦은 밤에야 들어오면서 얼굴 한번 못 본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래  늘 닫힌 방문 너머에 있었던 사람이, 비쩍 마른 노인이, 이제 없다.


근거 없는 생각이지만, 옛사람들이 3년 탈상을 한 것이 어쩌면... 그쯤 되면 조금 익숙해지는 일이라서 그런것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언제가 누가 그랬다. 길어야 3년이라고. 어떤 일이든, 죽을 것 같아도 길어야 3년 이면 끝이라고. 정말 그럴까?


마흔을 훌쩍 넘기도록, 나는 그냥 자식이었다. 내게 주어진 역할이 누군가의 부모도 아니고, 누군가의 배우자도 아니었다. 그저 가족이라는 구성원 안에서 나는 그냥 자식일 뿐이었다. 그래서, 다른 곳에 마음을 둘 곳도 없다. 그냥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자식이다.


문득, 정신이 아득해질만큼 어지럽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눈이 뽑힐 것 같다.

그래, 내가 아프다. 이제야 아프다.



*또 언제 지워질 지 알 수 없는 글입니다. 별로 좋은 일도 아니고, 마음도 힘들어서 가능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는데 이마저도 안 하면 견딜 수가 없어서 일기처럼 씁니다. 그리고, 전처럼 이런저런 글을 쓰고, 소통하기까지는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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