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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jak Oct 11. 2021

그날의 개꿈처럼.

오래전의 개꿈 이야기이다.

그날은 내 결혼식이었다. (꿈에서요. 꿈.)


대기실에 앉아 신부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건 아닌데, 이건 정말 아닌데. 계속 그런 생각만 하고 앉아있었다. 


밖에서는 왁자한 소리가 들리고, 엄마는 얼굴에 꽃이 피었고, 평소에 왕래도 없던 각종 친척들이 몰려와서 저마다 훈수를 두고 사진을 찍고 난리도 아닌데 나는 정말 어서 이 상황을 뒤집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라고, 이거 아니라고.     


결국 (얼굴도 보이지 않는)신랑을 불렀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데 이눔의 신랑, 신난 것이 분명했다.

목소리에는 기쁨이 넘쳐 흘렀고 발걸음도 위풍당당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너와의 결혼을 깨려고 하는 중인걸?     


신랑에게 말했다. 안되겠다고. 나 이 결혼 못하겠다고.

그리고 엉엉 울었다. 미안해서 그랬는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눈물이 펑펑 나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 눈물 콧물 범벅이 돼서 울면서 안되겠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그야말로 개진상이다.)     

내가 그렇게 발광(?)을 하니 신랑이 굉장히 슬픈 어조로 정말 안 되겠냐고 되물었고 나는 안되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드럽게 콧물까지 훌쩍거리면서.     


그랬더니 꿈속의 신랑은 알겠다고 그렇게 하자고 하더니 조용히 나를 안았다. 

그런데 울지 말라며, 알았으니까 제발 울지 말라며 니가 우니까 자신이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원하는 대로 해 줄 테니 제발 울지만 말라고 나를 달랬다. 나를 달래는 얼굴도 안보이는 그 사람의 진심이 너무 따뜻해서 더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순간. 이것은 모두 꿈임을 인식한 나는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아유, 이거 꿈만 아니면 바짓가랑이를 잡을 판인데.’ 하면서.      


아무튼 현실에서도 받아보기 드문 위로를 꿈속의 얼굴없는(?) 남자에게 실컷 받고 보니 참으로 기분이 묘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그 음성은 한동안 짙게 남아있었다. 

    


그날의 개꿈처럼, 제발 울지 말라고 울지만 말라고 누가 말해주면 좋겠다.

아무리 단단히 마음을 먹어도, 있는 힘, 없는 힘 골수까지 뽑아올려도 결국 끝내 나는 눈물바람이다. 

아프고, 힘들고 무서워서 눈물바람이다.


울지말라고, 제발 울지 말라고 말 좀 해줬으면 좋겠다. 괜찮으니까 울지 말라고. 결국 버터낼 것이니까 울지 말라고.      


울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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