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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jak May 11. 2023

싫다더니?

  

집에서 작업실까지 걸어서 10분 남짓, 차로는 2분 정도가 걸린다.

시동을 걸고, 자동차가 채 몸을 풀기도 전에 도착해서 내려야 한다. 이런 식의 운행은 자동차의 수명에도 좋지 않다고 들었다. 그래서 부러 멀리 한바퀴 돌아본 적도 있다.

그럼 좀 걷지 그러느냐?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타고난 체력도 없고, 뭔가 육체적으로 발달이 덜 된 듯 하다.

툭하면 자빠지고, 제 발에 걸려 넘어지고, 책상에 부딪히고, 의자에서 뒤로 넘어진다.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은 떨어뜨리기 예사라 엄마는 어려서부터 내 손에 깨지는 물건은 쥐어주지 않았다.     

어른이 된다고 다를까?

컵도 깨고, 그릇도 깨고, 핸드폰도 투당탕.     

운동신경이 없어서 그렇다.     


못하는 것은 그냥 안 하는 편이다.

거절당하기 싫어서 시도도  안한다.

그러니까, 실패도 싫고 까이는 것도 싫다.

내가 열등한 지점을 들키는 것이 싫다.     




위경련으로 병원신세를 몇 번 지고 나니, 좋아하던 음식들이 무서워졌다.

맵고 짜고 질긴 쫄면을 참 좋아했는데, 쫄면만 먹으면 체하게 되었다.

토하고, 머리 아프고 심지어 위경련으로 야간에 병원도 다녀오고.

그렇게 되니 쫄면은 못 먹게 되었다.     


하루 8잔을 마셔도 그려려니 했던 것이 커피다.

꼴에 작가라고, 카페인 옆에 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야 글이 써지는 것을 어쩌나.

그러나 불과 몇 주전, 아메리카노에 라떼에, 아이스에 핫 까지 5잔쯤 때려 부었던 날.

어김없이 위경련으로 병원행이었다.

슬슬 마시는 커피의 양이 준다.  


고단한 날에 자동반사로 생각나던 맥주 한잔이 이제는 낯설다.


나는 늘 같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

그러 나는 늘 다정한 사람이었다고 할 수도, 나는 늘 차가운 사람이었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내가 아니라고 박박 우겼던 그것.

당신이 본, 그것이 나였을지도.  




집에서 작업실까지 10분.

슬슬 걸어 다니는 데 재미가 붙었다.

적당한 거리의 소음과 고불고불한 골목길, 닮은 꼴 집들이 제각각 리모델링을 거쳐가며 옷을 갈아입는 풍경, 귀엽거나 무서운 길냥이들, 포로록 날아다니는 참새, 심지어 거대한 까마귀까지.


걷다 보면, 살고 싶어진다.      


남들은 거꾸로 서기도 턱턱 하는데.

나는 아무리 허리를 굽혀도 손이 바닥에 닿지도 않는다.

요가원에 가면 나는 늘 열등생이다. 안되는 건 그냥 안한다고 했는데.


스트레스가 하늘로 치솟은 날, 머릿속이 온통 미친년 꽃다발인 날.

차라리 뻣뻣한 내 몸뚱아리와 한판 붙고 싶어진다.     



5분 남았어. 요가하러 가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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