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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jak Jun 23. 2023

동그란 얼음.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얼음을 어떻게 동그랗게 얼리지?



동그란 틀에 얼리면 된다.




누가 뭐래도 여름이다. 한겨울에도 찬 음료를 좋아하는데, 여름이면 오죽하겠나.

그에 따라 얼음소비량이 어마어마 하다.     

마트에서 봉지 얼음을 사다 놓고 먹은 적도 있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만 얼리면 되는데.     


물론 하루에 한 번은 얼려야 하는 수고로움과 깜박 잊고 얼음을 얼리지 못해서 냉동칸에 얼음이 없음을 알게 되었을 때의 짜증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일이다.     


우연히 다이소에서 동그란 얼음틀을 발견했다.

웬지 귀엽게 생겨서 냉큼 가져왔는데, 예상대로 동그란 얼음은 귀엽다.      


다만 동그랗게 얼리기 위해서는 물을 약간 넘치게 부어야 해서 물낭비가 있는 편이고 틀에서 얼음을 분리할 때 힘주어 비틀어야 하는데, 손의 악력이 <놀랍도록>없는 나는 얼음을 분리하느라 뒷꿈치까지 들어야 한다. ‘이이잉~ ’ 하는 전혀 의도치 않은 귀여운 척은 고통에 겨운 신음이나 마찬가지다. 이깟일도 힘들다.        

   

조금 전 커피를 마시려는데 동그란 얼음이 없었다.

고새 네개를 다 먹었구나. 아쉬워.




얼음은 그저 네모인줄 알았다.

그릇에 얼리면 그릇 모양대로 얼게 되는 것은 알았으면서도 완벽한 구형의 얼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 조차 못했다.      


벗어나는 법을 제대로 몰랐던  삶의 궤적이다.         

 

가끔, 아주 가끔 후회를 한다.

수학이 보충까지 두시간이라고 혼신의 연기를 하며 학교를 안 가는 대신, 그냥 수학 공부를 제대로 해 볼걸.

그리고 그보다 더 가끔, 지금이라도 중학교 수학부터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 나이에 수능을 볼 것도 아니고, 학교를 다시 갈 것도 아닌데도 평균점수 40점에 수렴하던 수학은 내내 결핍으로 남았다.      

고민하는 과정이 싫었고, 무서웠다.

실은, 수학만 못했지 다른 과목은 적당히, 혹은 그 이상으로 잘 했으니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굳이 그 귀찮고 무서운 것과 싸워야 할 필요를 알았을 리가.

가정형편을 핑계 삼아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한 이유도 실은 수학 때문이었으며 (고등수학은 공포였으니) 그 선택이 삶의 궤적을 틀어버렸음도, 알았을 리가.


까짓거, 그냥 싸울 걸.      


교양 수업 시간 내내 내 앞에만 앉던 그 사람이 한 학기가 끝나갈 무렵에야 용기 내서 고백했을 때 그의 뱃살 말고 눈을 좀 봤더라면 어땠을까?

뱃살이라면 지금 나도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데.   


인생사.




아침잠은 여전히 많지만, 그럼에도 새벽 일찍 일어나고 싶은 이유가 ‘스트레칭이 하고 싶어서.’라고 한다면 과거의 나는 뭐라고 할까.    

  

사람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던데?


          


아니, 가만히 있으면 죽어.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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