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요가 수업을 가지 못했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간 날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허리통증 때문이었다.
살이 돼룩돼룩 찌고 하루 중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서인지 고질병인 허리통증이 통 나을 기미가 없다. 대충 떠올려봐도 10년 이상 달고 사는 통증이라 나았다가 다시 아프다가를 반복하니 그냥 ‘데리고’ 사는 입장이다. 너무 심하게 아프지만 않으면 그 정도니 다행이라 감사하면서.
지금 다니고 있는 요가원은 몇 해 전에도 잠시 다녔다가 때 맞춰 허리통증이 악화되는 통에 등록하고 세 번인가 가고 못 갔던 전적이 있다.
몇 년의 세월을 건너 다시 만났을 때, 동글동글한 원장님은 이번에는 자주 뵙기를 바란다고 동그랗게 웃었다. 나는 세모세모하게 웃었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라는 뜻이다. 세모.)
남들보다 뻣뻣함을 인정하기로 했다. 많이 느릴것이라 각오했다.
욕심을 내려놓았고, 천천히 그냥 내 한계에 맞춰 조금씩 움직이며 요가수업을 즐겼다.
물론 나는 (옹졸하고 시샘많고 세속적인)사람인지라 옆 사람은 척척 하는 동작들이 나만 되지 않으면 마음이 시무룩해진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낫다고 셀프토닥이며 마음을 다시 새겼다.
그렇게 조금씩 나도 운동이라는 것을 좀 하고 사는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저 혼자 뿌듯뿌듯 열매를 먹었을 것이다.
작년 가을, 요가원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할 때 할인율에 눈이 멀어 덜컥 1년 수강권을 산 것이 문제였다. 늘 끈기가 없고, 의지가 없다고 내가 나를 꾸짖었는데 목돈을 들여 1년치 수강권을 사 놓았으니 본전 생각이 나서라도 가겠지 생각했다.
요가수업이 싫지 않았고, 내가 바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날짜를 헤아려보니 이미 ‘손해’였다.
몇 번은 기한 연기가 된다고 해서 몇 차례 연기는 해 두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명백한 손해다.
쓰리도록 ‘본전’ 생각이 난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보려면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가야 하는데 문제는 허리다.
아무리 욕심을 내려놓는다고 마음먹어도 나도 모르게 몸의 가동범위를 늘리게 된다. 그리고 예외없이 허리가 아파 끙끙 거리고, 며칠을 쉬었다가 또 다시 끙끙.
매주 화요일은 도구만 이용해서 가벼운 스트레칭 위주로 수업을 진행했었다. 그런데 슬슬 난이도 있는 동작이 추가되더니 이젠 절대 가볍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모르긴 하지만 ‘운동이 힘들지 않다’는 회원들의 불만이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실제로 수강료를 더 내고 하루에 ‘두탕’ 뛰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수업 전의 조용한 시간을 여지없이 깨버리며 파워 수다로 공간을 지배하는 아주머니들의 <안면트면 절친>문화가 부담스럽지만, 그 열정만큼은 리스펙.
10년 넘게 달고 사는 허리통증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사실 '꾸미는거' 되게 좋아하는데) 예쁜 구두도 신을 수 없게 되었고, 오래 앉아 집중할 수도 없게 되었다. 견딜 만해서 길을 나섰는데 갑자기 통증이 치고 들어와서 식은땀 뻘뻘 흘리면서 지하철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발발 떨어본 적도 있다. 자다 말고 다리 근육이 뭉쳐서 이도저도 못하고 숨만 헐떡거린 것은 셀 수도 없다. 그때마다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곧 없어 질거지? 조금만 더 참으면 괜찮아 질거지? 어차피 다시 풀릴거잖아! 적당히 해라!’
그 뿐인가? 치료비로 쓴 돈은 어떤가. (피눈물) 치료는 지겹고, 가벼워지는 통장은 서럽고.
그런데 이게 또 수술로 디스크를 제거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어서 근본을 뿌리뽑기도 애매하다. 진득하니 고만고만하게 계속 아프다. 어쩌면 통증도 이렇게 나를 닮았는지.
이런 와중에 어제 새벽에 또 다리근육이 뭉쳤다. 요 며칠 허리가 계속 말썽이더니, 한동안 아플 모양이다. 그래도 나는 작업실을 나오며 주말에 세탁해 둔 요가복을 챙겨왔었다. 작업실에서 바로 요가 수업을 갈 생각이었다. 약 두 시간 후에 떠나야 하는데..
이럴 때 이 악물고 가면, 소탐대실인가.
가지 않는다면 의지박약인가.
아프지 않으면 이런 모순을 마주할 일이 없을텐데. 쩝.
기도는 하지 않는다.
기도를 한다고 해도 신이라는 것은 살도 안 가져가고, 허리도 안 낫게 해주고, 돈도 안주잖아.
적어도 내가 조상 탓이나 갓. 탓은 안 하는 사람이다.
그냥 내탓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