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제주여행 중에 만났던 게스트하우스 고양이 문(moon).
사진을 찍거나 말거나 이렇게 마냥 졸던 녀석입니다.
그런데 둘째 날 아침, 하루 봤다고 친해진 것인지 다가와서 다리에 몸을 부비며 냥냥거리더군요.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없고, 몇 걸음 떨어져서 보는 건 예뻐하지만 할퀼까봐 겁나서 못 만지는데 와서 부비적 거리는 녀석에게 강아지에게 하듯 그냥 문~? 하고 어미를 올려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냉큼 제 무릎으로 뛰어 올라와서 골골 잠이 들어 버립니다.
어쩌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지만 이미 골골 거리는 녀석 앞에서 저항할 틈도 없이 꼼짝없이 무릎을 바치고 한참을 앉아있었습니다.
정말 낯설었지만, 녀석이 깰까봐 자세도 못 바꾸고 물끄러미 녀석을 바라보았습니다.
‘할퀴기는커녕 너는 참 예쁘게도 곁을 내주는구나.’
품에 들어온 것의 온기가 너무 따뜻해서 마음 한 켠이 몽글 해졌습니다.
그리고 울컥, 가슴이 떨립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 길을 나서 걷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할 풍경들.
알 수 없는 날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매순간 빛나는 삶의 풍경들을 놓치지 말기를.
곁을 내주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할 수 있기를.
할퀼까봐 라는 핑계로 뒷걸음치지 말기를.
살아가며 내 품에 날아들 모든 것들을 나 역시 한껏 팔 벌려 안아주기를.
......두려움 없이 세상을 걸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