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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jak Sep 19. 2019

REACTION


action과 reaction:


어떤 벌어진 일에 대한 인물의 반응.

그것이 story를 만든다.

스토리는 결국 일어난 일(action)이 아니라, 그에 대한 반응(reaction)이다.


그 동안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작법서 등을 훑으며  나름대로 정리해 둔 메모의 일부분이다.

매력적인 스토리는 결국, 매력적인 리액션에서 나오는 것이며, 때로는 그것이 유혈이 낭자할만큼 처참하기도 하고, 혹은 가슴 저리게 묵직하기도, 혹은 그저 잔잔하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벌어진 상황에 대한 리액션이 다음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만성 통증이 있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던 오른 팔 통증이 몇 달 새 호전 없이 악화만 반복하고 있다. 컵을 깨먹고, 화장품을 떨궈서 아끼던 화장품을 박살내고, 컵라면을 끓여먹으려다 끓는 물이 펄펄 끓는 포트를 그야말로 패대기친다. 왼손잡이 연습을 하겠다고 왼손을 써 보지만 서툰 손짓이 말 안듣는 오른손 만큼이나 사고를 쳐 댄다. 왼손으로도 패대기를 치고, 박살을 낸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깨짐’이다.



암막커튼을 치고 밤낮없이 자버렸다.

속절없이 울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렇게 더 잘 수 없을 만큼 자다가 비척비척 일어나니, 한낮이었다.


그저 쨍한 창 밖을 내다보았다. 

머리는 사정없이 엉클어졌고, 퉁퉁 부은 얼굴은 무게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햇살이 유난히 좋은 날이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저 적당히 끄적이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다시 암막커튼을 드리우고 그대로 잠이 들고 싶었지만, 

그 이야기가 슬그머니 소매를 잡는다.


커피를 내리고, 미뤄둔 책을 집어 들었다.

암막커튼 보다는 일단 이 편이 좋겠다. 



그리고, 

지난 겨울에 받은 작은 선물을 꺼냈다.

당시에는 '아니, 나처럼 운동 싫어하는 사람한테 라텍스 밴드를 어디다 쓰라는 건가?' 하며 시큰둥하게 던져놨었던 것이다.


웹창을 열어 라텍스 밴드 운동법을 검색한다.


reaction이 story를 결정한다.

앞으로의 story는 어디로 가려나?

근데 여기까지 쓰고 나니, 말 안 듣는 오른손이 또 달달 떨린다.


아무래도 이 주인공의 이야기는 평탄하고 잔잔한 스토리는 아닌가보다.

유혈이 낭자하더라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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