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 가장 뜨거운(그의 가족에 대한 사안이 그렇게 뜨거울 일인가? 의 개인적 판단은 별개로 하고) 시사 이슈이다.
우선, 검찰은 모든 법리적 사안에 대해 일관되게 이야기하듯 이 건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어떤 국민들은 법과 원칙을 집행하겠다는 그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제 이 사안은 검찰개혁과 검찰에 대한 신뢰 문제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그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른 반응, 각 이해당사자의 입장, 국민들의 반응 역시 제각각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어떤 사안에 대해 무엇이 진실인가를 단칼에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 사안을 접하는 다양한 정보와 그에 대한 개개인의 가치관과 상식, 기준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 때 개인의 가치관과 상식, 기준은 개인의 몫이지만 정보는 일차적으로 전달자의 몫이다.
전달자는 언론이다.
2017년 가을.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현 MBC 사장 최승호씨가 감독을 맡았고, 주 내용은 언론탄압에 대한 고발과 저항이었다.
MBC 사옥 로비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던 한 드라마 pd의 울먹이던 얼굴이 유독 기억난다.
당시 영화 상영은 일반관람이 아니라 특별상영 형식으로 영화관을 대관해 진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지방의 작은 소도시고, 그런 소도시의 특성 상 정치, 시사 이슈에 대한 반응은 서울, 수도권에 비해 둔감한 편이다. 인구대비 비율도 그러할 것이고, 오랜 시간 쌓여 온 지역적 특색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부러 시간을 내서 그 영화를 보러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 작은 도시에서 비교적 시사이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소위 지방 '깨시민'이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언론노조 관계자 몇 분이 단상에 올랐다. 지역 방송사 PD와 기자였다.
그리고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리고 그 중 한 분이 객석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왜 언론을 지지해야 할까요?”
객석은 조용 했고, 누군가가 “진실을 알려야 하니까요.” 라고 대답했다.
질문을 던졌던 그는 이렇게 답했다.
“맞습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면 여러분들에게 진실을 알릴 수 없어요.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은 진실을 모르게 되는 겁니다. 언론이 죽으면 누가 알려줍니까? 그러니 우리를 믿고 지지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몇 마디 더 이어갔다. 중간중간 '제 말 이해하시죠?' 라고 되물으면서.
그의 말이 끝나고 질문이 있느냐고 사회자가 물었다. 나는 계속 망설였다. 손을 들까, 말까.
목소리도 작고, 소심하기 짝이 없는 내가 지금 여기서 일어나서 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달달달’ 떨지 않고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느라 하고 싶은 말을 입안에 담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객석의 누군가가 ‘힘내세요!’라고 힘껏 외쳤고, 이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단상에 오른 언론인들은 객석의 박수에 꾸벅 인사로 화답했다.
분위기 좋다.
이 분위기에서 내 질문을 꺼낼 수는 없었다.
당시 못했던 질문을 지금 이곳에 옮겨본다.
“왜, 우리가 당신들을 지지해야 합니까? 당신들은 권력에 억압당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진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 동안 정말 당신들이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을 했었습니까?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반성은 있습니까? 정권의 비위를 맞추면서 제 몸 사리기 바쁘지는 않았습니까? 지금 자리에서 밀려나서 억울한 건 아닌가요? 여전히 대중위에 군림하면서 ‘너희들은 잘 모르니까 우리가 가르쳐 줄게.’ 라는 우월의식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까?”
(써놓고 보니, 소심한 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 할만 한 분량이 아니었다.)
나의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일단 내 생각을 이어가 보겠다.
(그러니까, 앞으로 쓰일 글은 그냥 내멋대로 내 생각이다.)
최근에 일어난 유시민 작가의 알릴레오와 kbs보도에 대한 사안을 놓고, 왜 어떤 대중들은 kbs를 비난할까? 2016년 겨울 촛불집회 현장에서 누구보다 환영받던 jtbc는 2019년 촛불집회 현장에서 야유를 받으며 쫒겨날까?
언론은 공급자이고, 대중은 소비자이다.
소비자는 좋은 상품에 호응하고, 그렇지 않으면 외면한다.
그들의 상품은 최대한 진실에 가까운 <사실>이다.
판단은 대중의 몫이다. 혹시 모를까봐 전달자의 의견을 더해서 알려줄 필요는 없다.
위에서 이미 흘렸듯, 언론에 대한 나의 태도는 네거티브이다. 그것을 부정하지 않겠다. 나는 내가 신뢰했던 언론보도가 진실은커녕 사실조차 아님을 마주했을 때 맞았던 뒤통수의 얼얼함이 영 가시지를 않았다. 예를 들면, ‘노무현의 논두렁 시계’ ‘세월호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같은 것들 말이다. 그것이 나의 언론에 대한 네거티브의 이유이다. 편협한가? 상관 없지 않나? 나는 공평무사할 이유가 없는 대중이니까.
또한 내 눈에 비친 언론은 오만하다. 다양한 채널이 생기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방법이 생겼음에도 여전히 그들만이 진실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고, 자신들에 대한 비판은<진실보도>라는 성역에 대한 억압이나, 도전이라는 오만이 보인다.
‘억압받던’ 자신들 처지를 호소하던 영화 상영이 끝난 단상에 올라 여러분이 믿어주고 지지해 주어야 진실을 이야기 할 수 있다던 언론, 당신들의 진실보도를 억압하던 서슬 퍼런 정권이 끝났다. 그래서 지금의 언론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언론의 진짜 역할과 목소리를 내겠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언론의 모습은 과연 진실의 전달자 인가?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장관의 집 앞에서 음식 배달 온 배달원에게 우르르 몰려가 웃으면서 마이크를 들이대던 기자들의 모습이 치열한 진실보도의 현장인가?
취재원의 신분이 드러날 것이 너무나 뻔한데, 크로스체크라는 이름으로 검찰에 문의하는 것이 언론의 직업적 사명인가?
국정 감사 중에 국회의원이 ‘웃기고 앉아있네. 병x 같은 게.’ 라는 막말, 나아가 장애인 비하적 표현을 공개적으로 발언했음 에도 크게 문제 삼는 기사가 별로 없는 것은 언론의 냉철함인가?
표창장에 대한 검찰 발 피의사실은 수만 건 쏟아내면서, 마약, 음주운전 기사는 반짝 사라지는 것이 균형 잡힌 중립인가?
모든 집단은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다.
각 집단의 구성원들은 각기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개개인은 억울할 수도 있다. 싸잡혀 매도되는 그들에게는 미안하다. 그러나 어느 집단에 속해 있다 보면 그 집단을 대표하는 정체성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들의 직장생활, 학교생활, 사회생활이 그러하듯 언론, 언론종사자 역시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양한 매체가 있고 각각의 언론 매체가 대중에게 보여주는 정체성은 다르다. 그만큼 그들의 목소리도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들이 서로 다른 듯 하면서도 닮은 듯 한 몸으로 보일 때가 있다. 바로 그들의 우월의식, 선민의식이 스르륵 드러날 때다.
정말 그들이 진실보도를 위해서, 애쓰고 노력하고 있음이 와 닿는다면, 대중은 <특별한> 지지를 보낸다.그들이 우월해서가 아니라 편협해도 상관없는 개인인 나와는 달리, 공정해야 하고 단단해야 하는 언론의 자리가 가진 무게를 인정하고, 그 가치와 노력을 응원하는 것이 대중의 역할이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많은> 언론에게 그럴만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특별한> 자신들의 또다른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볼 뿐이다.
그래서 뭘 모르는 나는 <언론> 이라고 싸잡아서 묻게 되는 것이다.
내가 왜 당신들 <언론>을 지지해야 합니까? 당신들이 뭐라고요? 라고.
2017년 가을, 마음속으로 웅얼거렸지만, 손들고 물어보지 못했던 것처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소심하고 목소리도 작은 내가 여기서 물어봤자’ 라는 생각은 든다.
도시일용작가 나부랭이인 내가 무슨 영향력이 있겠나.
휴일 오후, 난데없이 ‘삘’이 받아서는 무조건 쉬어야 낫는다는 손목을 부여잡고 영향력 없는 글을 써 재꼈으니 이제 아픈 손목에 파스나 덕지덕지 붙여야겠다.
뒷 끝: 대한민국 언론이 인터넷에 떠도는 이 그림으로 대표되는 오명을 벗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내 생각이 틀렸음이 확인 된다면 나는 진심으로 반성하겠다. 누가 알든 모르든.
덧.
이글을 어제 썼는데,
오늘 조국장관이 사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언론에 대한 유감을 전하는 것이 글의 주제였으므로 본문에 그 사안에 대한 직접적 의견은 달지 않았다.
그에 대한 나 개인의 생각과 내 정치적 성향은 분명하지만 주제를 벗어나는 이야기는 본질을 해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가족 곁에 있지 않으면 후회할것 같다는 그의 말에 짠한 공감을 보낸다.
두어달 언론이 나서서 보도 한 것들 중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진정성 있는 보도는 얼마나 되었는지.
수 없이 쏟아진 의혹뿐인 언론보도, 특히 검찰발 언론보도는 검찰과 언론 공히 그들만의 카르텔로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수틀리면 '조져' 버리겠다는 오만을 본 것 같아 입안 가득 쓴 맛이 고인다.
언론이 지금의 정권에 반하는 제스처를 취한다고 스스로 권력에 굴하지 않는다고 감히 말하지 말기를 바란다.
10여년 전의 꼿꼿하던 태도와 정권이 바뀌자더없이 순종적이던 언론을 모두 기억하는 한, 적어도 나에게는 '다시 만만하니 함부로 하는가?'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