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은 무엇일까? 근래, 어떤 단어 뒤에 붙은 ‘力(력)’이라는 한자어를 곱씹어보게 되었다. 사진가의 눈은 관찰力(력)이 예민할 것이고, 홀로 자식을 키운 어머니의 생활力(력)은 강인할 것이다. 관찰과 생활에 ‘힘’이 붙으면, “살펴보는 능력”, “생활을 꾸려나가는 능력”이 된다.
혼자 온전히 나의 삶을 살아가며 책임진 지 6년 이상 되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잠시 머물다 갈 곳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충’ 산 가구와 생활용품으로 채워버리고 말았다. 혼자 사는 삶이 오래 이어지면서, 어느 순간 ‘대충’ 자리 잡은 것들이 꼴 보기 싫어졌다. 나 역시 ‘대충’ 살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집은 곧 나를 보여주고, 공간 속에 있는 물건들은 나의 취향을 나타내므로, 아마 누군가 나의 집에 놀러 온다면 나의 얼굴이 꼴 보기 싫은 꼴이나 다름없었다. 벽지나 장판을 바꿀 순 없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조금씩 생길 때 쯤엔, 집 안의 물건들을 하나씩 바꾸기 시작했다. 집이 천천히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 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살림力(력)도 늘어갔다. 청소 노하우, 생활용품을 아껴서 쓰는 지혜 등등.
어떤 ‘힘’ 또는 ’능력’을 나타내는 한자어 力(력)은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시간이 쌓이면 그 진가를 발휘한다. 오랜 시간 사진을 찍은 사진가의 눈이나, 홀로 오랜 시간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의 습관처럼. 나의 다양한 능력 또한 혼자 내 삶을 책임지기 시작한 6년의 시간으로부터 탄생하였다. 귀찮아도 대충 먹지 않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한 애정力(력), 다양한 생활의 지혜를 터득한 살림力(력) 등. 이 모든 능력은 나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고, 자기관리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면서, 가장 필요한 力(력)은 아무래도 ‘용기’인 것 같다. (거기에 누군가의 사랑까지 덧붙여진다면 더할나위 없는 어마무시한 힘이 탄생한다) 용기가 없다면 새로운 길을 시도해볼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얻을 수도, 지킬 수도 없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수많은 力(력)들은 ‘용기’로부터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