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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e Feb 19. 2022

당신이 잃어버린 것

영화 <Pig>를 보고

 저녁 6시가 되면 주로 작업실에서 집에 돌아오는 차 안이거나, 이미 집에 와서 저녁을 준비하며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는다. 특히 월요일과 화요일 방송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월요일엔 김세윤 아저씨의 영화소개와, 화요일엔 배순탁+신혜림 작가가 소개하는 음악 때문이다. 김세윤 아저씨가 추천하는 영화와 음악, 신혜림 작가가 소개해주는 음악은 나의 취향과 많이 비슷해서 모르는 곡이 나오면 저장했다가 앨범을 찾아 듣곤 한다. 영화 역시 그렇다. 올해 첫 영화관 영화였던 <Another Round>도, 오늘 본 <Pig> 역시 김세윤 아저씨가 추천해 준 영화였다.


 OTT 서비스로 많은 영상 컨텐츠를 접하기 쉬운 시대이기에,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의 종류는 블록버스터 영화로 제한될 수 있지만, 블록버스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에서 보면 더 좋을 영화들이 분명 존재한다. 오늘 본 <Pig>가 그랬다.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이 영화는 영상미만으로도 영화관에서 봐야 할 이유가 충분했다. 흥미로운 소설책을 읽는 호흡으로, 이야기의 강약을 잘 조절하며 관람객을 밀고 당겼다.


 원작이 소설인 영화들이 있다. 대부분은 소설보다 뛰어나지 않은데, 이 영화는 원작이 있진 않지만 조금 더 긴 호흡의 소설로 창작된다면 더욱이 훌륭해질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소설로 나오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이 영화는 ‘상실’과 ‘상처’ 그리고 ‘위로’에 대해 말한다. 한 때 잘나가던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본인이 ‘상실’했던 ‘배우’라는 이름을 이 영화로 다시 증명하며,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아마도 그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상처를 연기하고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꾸준히 연기는 하고 있었지만 걸작을 만나지 못해 잊혀지고 있던 배우였기에 이 영화 속 캐릭터는 그의 실제 삶과 닮아 있었으므로. 그의 연기가 돋보이던 장면이 하나 있다. 정말 숨죽이고 바라보게 되던 장면이었는데, 명연기와 함께 명대사를 방출하고 만다.


 “We don’t get a lot of things to really care about.”

  (진정으로 소중한 것은 쉽게 얻어지지 않아)


 한 줄 평을 하자면, 짧은 시간으로 귀결되는 영상으로 엮기엔 조금은 호흡이 빨랐던 것 같아서 영화보단 소설로 읽고 싶었다. 하지만, 포틀랜드의 아름다운 숲이 담긴 영상만으로도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어서 넋을 잃고 바라보던 영상미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다만, 귀여운 돼지가 조금밖에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상실’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상실’한 것은 무엇이며, 왜 그것을 ‘되찾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과 답을 고민한다.


 당신이 ‘상실’한 것은 무엇이며, 왜 그것을 ‘되찾고’ 싶은지를 질문하는 영화, 피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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