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gene Oct 11. 2021

필수와 선택

넷플릭스 웹드라마 <D.P>

 웹툰 작가 김보통이 경험한 탈영범 체포 헌병(D.P)의 이야기를 극으로 만든, 넷플릭스 웹드라마, <D.P>. 좋아하는 배우, 구교환이 나온다길래 아무런 정보도 없이 틀었다가 이틀 만에 완주했다.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분단 국가라는 나라에서 만들어 낸, ‘군대’라는 계급 사회, 그것을 통해 이 나라를 단편적으로 보여 준다. 거의 대사의 반이 욕이라고 할 정도로 욕이 많이 나오는데, 간접체험을 하는 시청자까지 함께 분노, 짜증, 욕을 동반하게 한다. 그리고 보는 내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상상하게 한다.


 대한민국 남성들이 ‘군대’에서 겪은 일은, 다른 형태로 ‘사회’에서 다시금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가능한 일이라 해결 가능할 수 있고, 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만약, 군대라는 사회가 ‘선택’이 가능하다면, 어떤 이가 선택할 것인가? ‘군대’를 겪어보지 않았음에도 아들을 가진 엄마들이 기어코 본인의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으려 하는 심정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좋은 영화는 계속 그 영화 얘길 하게 만들고, 조금 더 좋은 영화는 결국 내 얘길 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에서 묘사한 다양한 폭력을 보면서, 나의 오래된 경험 하나가 떠올랐다. 대학교 1학년 때, 이탈리아 레스토랑 알바로 1년간 일한 적이 있는데, 지배인이 40대 후반~50대 초반의 아재였다. “딸 같아서 귀여워서 그래.”라는 대단히 폭력적인 말로 엉덩이를 툭툭 치거나, 주물렀던 적이 종종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늘 상냥했던 난 (정색하며) “저 지배인님 딸 아닌데요.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라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큰 이후에는 아빠도 내 엉덩이를 친 적이 없었다. 그 후엔 조심하는 눈치가 있었지만, 내 신체 어딘가를 툭툭 치는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았고, 결국 얼마 후에 나는 그 알바를 관뒀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에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라는 대사가 있는데, 내가 그 지배인에게 했던 말은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려는 20대 초반 여학생의 발악이었을 것이다. 사람도 쉽게 안 바뀌는데, 사회를 바꾸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하게 만들었던 이 드라마는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던, 여운이 많이 남는 드라마였다.


 특이하게도 내 주변의 친구들이나 가족 중엔 육군을 제대한 사람이 없어서 군대에서 있었던 일을 디테일하게 들을 기회가 없었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군대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군대에서 축구 했던 이야기도 환영. 


 주인공 배우들의 연기 조합이 훌륭했고, 특히나 한호열 상병을 연기한 배우 구교환 캐릭터는 욕 나오는 엿 같은 상황들을 조금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바라건대, 지금의 군대는 이렇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본 이후 나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과 더불어, 대한민국 ‘군대’에서 많은 것들을 견디고 버틴, 모든 남성들을 존경하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슈퍼밴드 2>에서 본 가능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