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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e Aug 23. 2020

담배연기가 쏘아 올린 작은 의지

기후 위기에 반응해주세요 

 화장실 문을 닫아 두는 편이다. 혼자 사는 집의 식탁이 바로 화장실 앞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화장실 문이 열려 있으면 대소변의 세균이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 왠지 침투할 것 같아서이기도 하다. 


 오늘 한참 작업을 하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났다.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세계 평화주의자인 나는 (대부분의 사람이)‘상식’이라 일컫는 것을 어기는 사람을 마주하면 꼭지가 돌아버린다. 본인 편하자고 아파트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다? 이것도 상식을 밥 말아 먹은 사람 아닌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폐가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 없다는 행동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올라온 연기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동의 누군가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주의를 부탁드린다는 방송을 관리사무소에 요청한 적은 여러 번이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두 번째로 택한 방법은 감성을 건드리는 구구절절한 손편지의 탈을 쓴 경고문이었다. 엘리베이터와 아파트 출입구에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붙여 두었다. 이틀 후, 그 경고문은 찢어지거나 사라지기 일쑤였고, 집을 비우는 일이 많은 나는 ‘운 좋으면 맡지 않으니까, 괜한 수고 하지 말자.’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어디 있는지 모르는 그 상식 없는 인간과의 싸움을 종료하기로 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이 다시 심상치 않은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이 일을 겪으니 오랜만에 나의 꼭지가 돌았다. (덕분에 오늘 이 글이 탄생하기도 했지만) 담배 냄새를 맡으며 볼일을 보고 나오며 문득,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함께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전 세계적인 펜데믹 상황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으로 벌을 받는 것이지.’라며 우리 모두를 자책하기에 이르렀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의식의 흐름은 기후변화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리서치까지 다다랐다.    


 많이 알고 있겠지만, 기후변화의 이유는 화석연료로부터 오는데, 수많은 발전소의 가동, 2차 가공품의 사용 등이 있다. 또한 인간은 우리보다 많은 양의 동물을 지구상에서 키우며 먹기 위해 방대한 양의 연료를 쓰고 있다. 이 수많은 이유로 인해 지구의 기후가 망가지고 있다. (아니 이미 많이 망가져 버렸다) 


 정부의 정책 변화와 기업이 생산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최우선적인 해결책이겠지만, 개개인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고기 섭취를 줄이거나 하지 않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분리수거 철저히 하기 정도가 되겠다. 물론 그린피스의 캠페인에 동참하고 보다 적극적인 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나를 생각하기 전에 우리를 생각하고, 우리를 생각하기 전에 우리가 사는 동네, 나아가 나라, 지구 전체를 생각하면 꽤 단순한 답이 도출될 수 있을 텐데도 대다수의 사람은 자신의 편의성과 이기심을 앞세워 나무만 보고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가 실제로 기후 위기를 겪고, 시위하며 정책변화를 이끌어 탄소배출의 양을 줄였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바로 내일 기후난민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나부터, 조금씩 바꿔야겠다는 의지를 새겨본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변화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그렇게 아끼는 나를 위해서, 당신의 배우자, 자식들, 반려견,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 전체를 위해서.


 오늘 우연히 맡은 짙은 담배 연기가 쏘아 올린 의지 덕에 위기에 처한 지구의 기후 위기가 조금은 나아지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당신도 그런 의지가 생겼으면 한다. 


*부탁과 당부의 말: 그리고 제발 수많은 연예인과 SNS 인플루언서들은 방송과 소셜 네트워크에서 먹방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특히 고기 먹방. 그렇지 않아도 고기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고기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사람들이 자극받아 고기를 더 사게 되고 먹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다른 좋은 건 혼자 하려는 분들이 왜 이런 건 꼭 같이하자고 죽어라 방송하고 올려 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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