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us and Julia Stone의 Wherever You are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여행을 가면 그 동네 로컬 커피숍을 꼭 가보는 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 살던 3년 동안 스타벅스를 갔던 일은 극히 드물었다.) 특히, 어떤 컨셉을 갖고 있거나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겸비한 곳이라면 그 커피숍 때문에 여행의 동선이 달라지기도 한다. (물론, 커피 맛이 가장 중요하다.)
1년에 한 번 이상 해외여행을 다니던 때에는 여행계획에 로컬 커피숍 리서치는 필수적이었다.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한 브랜드 커피는 실패할 확률이 없지만, 내가 가는 로컬 커피숍은 아무리 꼼꼼하게 리서치했다 한들,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성공 확률보다는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나는 실패의 확률이 더 높은 쪽을 택하고 모험을 하길 원한다. 특히 해외 여행지에서는. 그곳에서 나에게 꼭 맞는 로컬 커피숍을 찾았을 땐 전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되는 스타벅스보단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테니까 말이다.
2015년 설 연휴를 맞이하여 집안 어르신들의 잔소리를 피해 친구와 터키로 잠시 도망갔었다. 그해 겨울에는 몇 십 년 만의 폭설로 더욱더 이국적인 터키의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파묵칼레에서 터키 국내선을 타고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오던 비행기에선 목숨을 담보로 걸었지만.
이스탄불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로컬 커피숍이 있었다. 맛보다는 커피의 효능 때문에 커피를 마시던 친구는 커피 하나 마시러 커피숍을 찾아간다는 나를 이해 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친한 친구의 제안에 흔쾌히 따라주었고, 우리는 무릎까지 쌓인 눈길을 밟으며 그곳을 찾아 나섰다.
눈에 흠뻑 젖은 신발 때문에 발도 시리고, 코끝도 시린데 눈치 없이 구글 지도는 언덕길로만 안내해주었고, 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나는 “거의 다 왔어~”를 연신 외치며 걸었다. 친구가 그냥 돌아가자는 말을 하기 직전쯤에 비로소 커피숍을 만났다. 길을 찾느라 긴장했던 마음과, 눈 때문에 추워진 온몸이 카페에 들어서니 찌릿찌릿한 신호를 받으며 조금씩 녹고 있었다. 지친 몸과 마음이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려고 할 때쯤, 마침 Angus and Julia Stone의 노래가 들려왔다. 이토록 시의적절한 타이밍이라니. 나는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고, 친구는 왜 그러냐고 물어왔다. “이 노래 좋지? 들어봐봐. 내가 좋아하는 노랜데 힘들게 왔다고 위로하듯 이렇게 나오네. 지금 분위기랑도 잘 어울린다.”
눈 내린 이스탄불의 이국적 풍경이 매혹적인 보이스의 Angus and Julia Stone와 섞여 완벽하게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녹여주던 순간이었다. 그 분위기에서 마시는 직접 로스팅한 커피 맛은 맛없을 수가 없지 않은가.
그 찌릿한 경험 후로 나의 친구는 커피 맛을 알게 되었다. 커피를 마실 때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래서 나는 눈 쌓인 이스탄불의 풍경이 그려지는 커피 맛을 느끼고 싶을 때면 가끔 이 곡을 챙겨 듣는다. 찌릿하게 몸과 마음이 녹는 감각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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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에 언급된 이스탄불의 커피숍은 Kronotrop이다. 내가 갔던 지점은 Kronotrop Cihangir Istanb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