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의 “어느 하루”
2012년 봄의 끝-여름의 시작에 난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에 다시 돌아가기까지 약 3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오래 머물던 학교 기숙사에서 나와서 남은 시간 동안 머물 집을 빌렸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남은 뉴욕에서의 일상을, 미국 여행을 촘촘하게 계획했다.
나는 무엇이든 계획을 시간 단위로 쪼개어 쓰는 경향이 있지만, 그 계획이 어떤 즉흥적인 사건으로 인해 일탈하는 것을 더 즐기는 편이다. 계획이 성사되는 것보다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더 기억에 오래 남고 흥미롭기 때문에. 여느 날처럼 남은 3개월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하던 초여름의 어느 날, 사진작가 어시스턴트로 일하던 친한 친구가 차를 내일 오전까지 쓸 수 있다면서 갑작스레 존스 비치(Jones Beach)[1]에 가자고 했다. 그렇게 갑작스레 모인 나와 친구 셋은 어스름한 달빛만이 비추고 있던 바다에 도착했다.
갈색 종이봉투에 몰래 넣어 간 와인 한 병과, 친구가 가져온 우쿨렐레, 그리고 깜깜한 바다의 파도 소리로 기억되는 그 날. 말도 안 되는 연주로 우리는 이유 없이 어두운 바다를 등지고 “You are my sunshine”을 불렀다. 초여름의 적당한 온도와 바닷바람이 와인 몇 모금과 만나 황홀한 기분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우린 내가 머물던 집으로 함께 돌아와 새벽까지 놀다 늦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조금 늦은 아침, 먼저 기상한 나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BGM을 틀었다. 셔플 재생으로 나오던 노래는 롤러코스터의 “어느 하루”였다.
“이 노래 이어폰으로 들으면 한쪽에서만 나오다가 마지막에 합쳐지는 거 알아?”
“오~ 역시 자네 음악 좀 듣나 봐~ 이어폰으로 들은 사람만이 알 수 있지~”
음악 듣는 취향이며 이어폰으로 주의 깊게 듣는 거 하며.. 그래서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나 보다. 누가 친구 아니랄까 봐.. 어쨌든 내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의 디테일을 알아주니 기분이 좋았다.
조원선의 목소리는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아주 바삭한 칩 같다. 그녀의 독특한 이 음색은 왠지 나른함이 몰려오는 늦은 오후에 들어야 더 맛있다. 한쪽 귀에서만 들려오는 간지럽고 바삭한 목소리를 들으면 청량감이 느껴지고 리프레쉬가 되어 하루를 다시 힘내어 시작할 수 있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즉흥적으로 갔던 존스 비치에서의 기억은, 어쩌면 쉽게 잊혔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다음 날 함께 들은 바삭한 노래 한 곡으로 이렇게 기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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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욕 주 남쪽에 위치한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