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나의 바다 - 아이유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그러나'는 앞의 이야기와 반대되는 이야기가 나올 때 쓰는 접속사다. 'A 그러나 B'라면 A와 B는 상반되는 이야기다. 아이유는 '아이와 나의 바다'의 시작을 '그러나'로 시작했다. 그러니까 B만 등장시키고 A는 생략해 버린 것이다. 생략된 A는 무엇일까?
생략된 A는 B의 반대되는 의미다. B는 현재의 상태 또는 결과를 나타낸다. 그렇다면 A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과정이나 기대일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해왔는데 현재의 상태는 바랬던 결과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계속 그런 기대를 가졌는데 현재의 상태는 바랬던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생략된 문장을 넣으면 이렇다.
"시간이 지나서 모든 게 아물게 됐어.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이거나
"시간이 지나면 아물 거라 생각했어.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가 된다.
우리는 그렇게 상처가 아물어지기 위해, 혹은 잊기 열심히 산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아물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온전히 아무는 상처가 없다. 몸 어딘가에, 마음 어딘가에 흔적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그 상처는 나의 과거이기도 하다. 과거의 내가 산 이력이다.
거울 속에 마주친 얼굴이 어색해서
습관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밤이 되면 서둘러 내일로 가고 싶어
수많은 소원 아래 매일 다른 꿈을 꾸던
참 내가 싫을 때가 많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자다가도 벌떡 깨어나 내가 왜 그랬을까 한숨을 푹푹 내쉬곤 했다. 그날을 생각하면 참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안 할텐데 후회가 밀려오는 밤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뭐가 됐든 그때보다는 조금 나아지기를 바랬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거 같다. '겨우' 이러려고 그랬나 싶다. '겨우' 이러려고.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맬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그때의 나를 인정하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그때 '겨우' 이 정도야 하면서 지금의 나의 모습을 혐오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해봤으니 예전만큼은 덜 헤맬 거라 기대해본다.
30살이 된 아이유는 '아이와 나의 바다'에서 자신의 20대를 세 개의 시기로 나누어 노래했다. 1절은 20대 초반, 2절은 20대 중반, 3절은 20대 후반을 의미한다.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 맘이 가난했던' 20대 초반, 처음으로 '나에게 대답할 수 있게 된' 20대 중반, '또다시 헤맬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게 된' 20대 후반을 각각 표현했다. 아이유의 20대 초반은 나에겐 2,30대이고, 아이유의 20대 중반은 나에겐 40대이며 아이유에게 20대 후반은 나에게 50대에 해당하는 것 같다. 그녀는 나보다 삶을 더 압축적으로 살았던 것 같다. 스타가 되는 과정에서 그렇게 살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너무 일찍 세상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 반면에 난 아직도 세상을 잘 모르고 있다. 어쩜 아직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