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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구두

by 조작가


오늘 새 구두를 신었다. 그동안 신고 다녔던 구두는 수완이 좋은 구둣방 아저씨 덕분에 닳도록 신을 수 있었다. 수선방에 다녀올 때마다 조금씩 헐거워지고 윤기를 잃어가던 구두는 수완 좋은 구둣방 아저씨도 더 이상 어쩌지 못한 상태가 되어서야 새 구두에 자리를 내주었다.


새 구두를 신으니 키도 커지고 허리도 꼿꼿하게 펴졌다. 헌 구두의 굽이 닳은 탓일 것이다. 원래 구두굽은 높아 신으면 키도 커져 보이고 허리도 꼿꼿하게 세우는데 구두굽이 점점 닳으면서 키도 낮아지고 예리한 각도를 잃음에 따라 허리도 꽃꽃히 세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새 구두에서는 또박또박하는 소리를 낸다. 헌 구두가 음정 박자 무시하고 막 부르는 노래라면, 새 구두는 음정 박자를 정확하게 맞춰 부르는 노래와 같다. 발을 꽉 잡아줘 안에서 헛돌게 하지 않아 뛰어도 발과 구두가 함께 움직여 편하다. 그리고 눈이 부실 정도로 윤기가 짜르륵 흐른다.


하지만 새 구두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발이 아프고 불편하다. 발이 구두에 맞춰지는지 구두가 발에 맞춰지는지 모르겠다. 서로 맞추는 과정에서 아프고 불편하다. 신발이든, 사람이든, 조직이든 처음 경험하는 것에는 항상 적응 기간이라는 게 있듯이 말이다.


아버지는 늘 헌 구두였다. 새 구두의 불편함보다는 헌 구두의 편함을 좋아하셨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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