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주하기 전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악기 튜닝이다. 튜닝기에 악기 소리를 들려주면 소리의 진동에 따라 튜닝기 바늘이 움직인다. 튜닝기 바늘에 맞을 때까지 줄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원했던 소리보다 낮으면 줄을 조금 더 조이고 높으면 조금 더 푼다. 이렇게 해서 각각의 줄마다 내야 할 소리를 정확하게 잡아낸다.
보통 10분이나 20분 정도 소요된다. 능숙한 멤버는 10분 이하면 충분하다. 하지만 30분 이상 튜닝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 멤버들의 눈총을 피할 수가 없다. 튜닝을 오래하면 괜히 날씨 탓을 하거나 악기 탓을 한다. 그렇다고 튜닝을 대충할 순 없다. 튜닝이 안되면 합주하나마나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튜닝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감정은 이성적일 때도 있고 감정적일 때도 있는데 대체로 왔다갔다한다. 이성적이어야 할 때 감성적이고 감성적이어야 할 때 이성적일 때도 많다. 경제적 행위는 이성적인 경우가 많고 또 그래야만 한다. 밤새워 쓴 편지는 어느 정도는 감성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칠 때 오히려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도 한다.
사람의 행동에는 그 행동을 하기에 필요한 이성의 양과 감성의 양이 있다. 논의의 편의상 이성과 감성의 범위를 각각 0부터 10까지 있다고 치자. 각자의 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다. 이를테면 A토론회는 이성을 8로 유지해야 하고 B평가회의는 이성을 7로 할 수 있다. 밤새워 쓴 편지의 경우 감성을 7로 맞춰 써야 할 때가 있다. 일을 하기에 앞서 마치 악기를 튜닝하는 것처럼 이성과 감성의 양을 미리 정해야 한다. 하지만 일을 진행하는 동안 정했던 양만큼의 이성과 감성에서 벗어나게 되는 게 문제다. 사과하기 위해 만난 연인에게 사과를 하다가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일을 들추어 싸우게 되는 경우도 마음의 튜닝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비극이다. 자꾸 벗어나는 이성과 감성의 위치를 노래 한 곡 끝나고 다시 튜닝기로 악기를 튜닝하는 것처럼 튜닝해야 한다. 연인에게 사과를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격한 감정이 발생하게 되면 잠시 화장실에 다녀와 마음의 튜닝기를 꺼내 튜닝한 다음에 계속해서 사과해야 한다.
우리의 마음은 어느 때엔 이성에, 또 어느 때엔 감성에 너무 많이 가 있다. 튜닝기를 써서 상황에 맞게 감정을 조절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마음이라는 게 한 곡 연주할 때마다 조금씩 줄이 풀어져 다시 튜닝해야 하는 것처럼 자꾸 흩뜨러진다.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정확히 알고 상황에 따라 튜닝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필요한 것보다 더 이성적이거나 더 감성적이어서 많은 문제들이 일어난다. 모든 마음들이 제대로 튜닝된다면 왜 전쟁을 하고 증오하고 미워하고 눈물 흘리고 혼란스러워하고 슬퍼하겠는가?
마음을 마음대로 튜닝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완벽한 사람일 테다. 혹시 마음 튜닝기라는 게 있다면 당장이라도 구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