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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기

발성호흡 첫번째 수업

by 조작가

성악가와 함께 하는 발성 호흡 수업은 매주 토요일 오전, 홍대역 근처 피아노 연습실에서 하기로 했다. 피아노 연습실은 처음이다. 드럼 셋트가 있고 커다란 기타, 베이스 앰프가 있는 밴드 연습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옆방에서는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어느 소녀가 우악스럽게 소리를 질러댔다. 인기 있는 가수로 데뷔하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개성있는 인디밴드의 락커는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 소녀는 한 시간 내내 지칠줄 모르고 소리를 질러댔다. 어쩜 그 소녀도 내가 질러대는 소리를 듣고 '저런 소리로는 낭독가가 되기는 글렀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수업은 숨 잘 쉬기다. 숨 잘 쉬기? 내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거 보면 분명 숨 쉬기를 쉬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고 그리고 평생 숨을 쉬었다면 숨 쉬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건데, 숨 잘 쉬기라니. 그동안 내가 쉬었던 건 숨이 아니라 무엇이라는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동안 내가 쉬었던 숨은 숨이 아니었다.


말하고 노래하고 낭독하는 모든 발화(發話)는 결국 숨 쉬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숨을 잘 쉬어야 노래도 되고 말도 되고 낭독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숨을 얇게 쉬는 흉식 호흡을 한다. 흉식 호흡은 가슴까지만 숨을 들여 쉬고 내보내는 호흡을 말한다. 흉식으로 호흡하면 숨을 쉴 때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가 숨을 내쉴 때 가슴이 가라앉게 된다. 이렇게 호흡을 하면 성대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져 목소리가 불안하고 목이 쉰다.


노래방을 가거나 강의를 하면 나는 거의 100%로 목이 쉰다. 그렇게 쉰 성대는 마치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장수의 성과처럼 보였다. 하지만 성대뿐만 아니라 온 몸이 아플때가 많다. 노래방을 다녀오거나 특히 강의를 마치고 나면 그날 저녁은 집에서 기절하다시피 뻗어버리고 만다. 흉식 호흡으로 몸 안의 에너지를 잔뜩 소진시켰기 때문이다. 여태 난 잘못된 호흡으로 그렇게 몸을 소진하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그럼 흉식 호흡이 아닌 제대로 된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1. 복식 호흡 하기


복식 호흡은 횡격막까지(이번에 알았다 올바른 철자가 '횡경막'이 아니라' 횡격막'이다. 이런 단어를 쓸 일이 없으니 헷갈리는 것도 당연하다) 숨이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을 말한다. 숨을 깊게 쉬면 폐를 감싸는 가슴 쪽이 아니라 폐 밑에 있는 횡격막까지 숨이 닿아서 횡격막이 수축. 팽창된다. 이렇게 복식 호흡을 해야 갈비뼈 사이 근육이 넓어지면서 폐가 확장돼 공기가 가득 들어가게 된다. 노련한 사람은 그 숨을 횡격막을 지나 단전과 골반까지 숨을 닿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복식 호흡을 할 때 흉식 호흡에서 썼던 가슴을 쓰지 않기 때문에 가슴이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 한 손은 가슴에 대고 또 한 손은 배나 횡격막에 손을 대고 호흡을 할 때 가슴은 움직이지 않고 배나 횡격막이 움직이는지를 보면 된다.


그런데 이게 만만치 않다. 숨을 쉬다 보면 자꾸 가슴이 부풀어 오르려고 한다. 당연하다. 평생 그렇게 숨을 쉬었으니... 그리고 그 숨이 저 밑 어딘가에 힘 있게 닿아야 하는데 느낌으로는 겨우 명치 어딘가 정도까지만 숨이 내려가는듯하다. 저 밑이 도대체 어디란 말이고 거기까지 숨을 끌어낼 수 있다는 말인가?


복식 호흡의 첫 번째 훈련은 아랫배에 힘을 주고(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괄약근에 힘을 주면 아랫배에 힘이 들어간다) 코로 4초가 숨을 들이쉰다. 횡격막까지 숨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세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올바른 자세로 가슴을 움직이지 말고 어깨가 움츠려 들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코로 숨을 깊게 4초간 들이 쉰다. 겨우 1초, 또는 2초 정도나 숨을 쉬었을까? 내 들숨은 짧기만 하다. 그리고 3초간 숨을 멈춘 뒤(이 역시 3초간 숨을 참을 수가 없다. 겨우 1, 2초나 될까) 입을 작게 열고 힘 있게 8초간 숨을 내쉰다. 이때 날숨은 힘과 속도를 균질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2. 소리 내기


숨이 횡격막까지 들여 쉰 다음 숨을 강하게 밀어 올리면서 기도를 확장하면서 소리를 낸다. 기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를 위로 들어 올려야 한다. 도대체 연구개는 어디에 있고 그걸 어떻게 연단 말인가? 하품할 때 연구개가 열린다고 해서 하품해봤다. 뭔가 열리는 것도 같은데 아직 잘 모르겠다. 횡격막에서부터 힘 있게 숨을 올리면서 넓어진 기도를 통과해 연구개를 거쳐 밖으로 내뱉어지는데, 마치 목뒤로 해서 머리를 관통해 앞머리로 소리를 내는 이미지를 그리면서 소리를 냈다. 이때 또 중요한 것이 얼굴 근육이다. 아니 소리를 내는데 웬 얼굴까지 써야 한단 말인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나는 말을 할 때 얼굴 근육을 거의 안 쓴다. 입도 많이 안 쓰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소리가 입안에서 머무는 느낌이 있다. 입 주위 근육을 쓰고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얼굴을 해야 소리가 제대로 난다. 그동안 난 소리를 냈던 게 아니었구나. 그동안 목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는 그냥 목소리의 음색이 좋다는 말이였을 뿐이다.


복식 호흡, 얼굴 근육을 사용해서 머리를 관통하는 이미지를 그리면서 '이'라는 발성을 피아노 음에 맞춰 크게 해 봤다.


"이이이이이"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반음 올려서 다시 한번 해본다.

"이이이이이"

되다 말다 한다.


옆방 소녀는 내 이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있을까?

다행히 그 소녀의 괴성 또한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번

이히히흐흐~~


내가 들어도 이상하고 떨리고, 입안에서만 나는 소리가 났다. 이러다 낭독하기 전에 평생 '이이이이이'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게 정신없이 첫 수업이 끝났다.


호흡법을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거 같다.하지만 낭독을 하겠다고 시작한 것이니 언젠가는 낭독회를 시작할 것이다. 6개월 뒤인 가을엔 작은 낭독회라도 열고 싶다. 가을은 낭독하기 좋은 계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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