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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건강을 위한 한의원에서의 상담

by 조작가

낭독을 잘하기 위해 호흡과 발성법을 배우고 나자 폐 건강에 관심이 생겼다. 이건 나의 오래된 고민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폐가 좋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작은아버지가 사주공부를 했다면서 내 사주를 봐주셨다. 폐가 약하다며 폐 건강에 유의하라고 하셨다. 설마 했는데 그리고 얼마뒤 귀신같이 폐병에 걸렸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폐 때문에 고생하면서 보내야만 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1년마다 받는 건강검진에서도 두 개의 코스에서 애를 먹곤 했다. 안압을 재기 위해서 눈을 크게 떠야 하는데 눈을 크게 뜨지 못해 검사원이 내 눈꺼풀을 들어 올리느냐 애썼다. 눈 작은 게 건강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또 하나가 폐활량 검사다. 입에 마우스피스를 물고 바람을 불어 폐활량을 측정하는 기계는 나에게 공포다. 검사원이 더더더 하면서 폐활량 검사를 유도하는데, 검사가 다 끝나고 나면 검사원은 '다 부신 거 맞아요'라고 나에게 물었다. '네. 열심히 불었습니다. 혹시 문제라도 있나요?'라고 대답하면, 검사원은 '문제는 없는데 폐활량이 약하네요'라고 대답하곤 했다.


있었던 문제인데 최근 관심을 가진 이유는 낭독 프로젝트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를 겪고 나서였던 거 같다. 술을 마시면 특히 첫 잔을 들이켜면 기침이 심하게 난다. 몇 잔 들어가다 보면 적응이 되면서 기침은 멈추는데, 분위기 좋자고 마신 술이 나 때문에 분위기를 깰까 봐 되도록이면 적게 마시거나 자제하려고 한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술도 거의 줄였다. 술이 주는 위로와 위안보다는 술로 인한 기침의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 감기인지 비염인지를 겪고 있다. 난생처음 겪는 문제인데, 이게 참 어지간히 귀찮은 게 아니다.


'그래 낭독을 잘하려면 좋은 호흡이 필요하고 좋은 호흡을 하려면 폐가 건강해야 돼'


오랜 나의 고민도 해결하고 최근 시작한 낭독 프로젝트도 잘하고 싶어서 폐 전문 한의원을 찾았다. 일단 상담만이라도 받아볼 심산이었다.


먼저 흡연 여부, 폐에 이상이 있는 상황 등을 체크하는 문진표를 작성했다. 거의 빈칸으로 넣었다. 상담하기 전 모니터를 통해 폐의 이상증후 체크리스트 동영상을 봤다. 다행히 나에게 해당되는 상황은 없다. 병원 마케팅 차원에서 하는 거니 너무 당연한 동영상이지만 폐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놀랍다. 한의사와의 상담이 시작됐다. 다행히 인상 좋아 보이는 분이었다.


한의사 :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나 : 여기 원장님이 유명하시잖아요. 예전에 바둑학원에서 뵈었습니다. 원장님이 폐 건강이 모든 건강 치료의 핵심이라는 말씀을 하셨고, 그리고 폐 건강이 조금 염려가 되어서 찾아왔습니다.

한의사 : 어디가 불편하세요?

나 : 특별히 불편한 데는 없습니다.

한의사 : 담배는 얼마나 피우셨어요?

나 : 20대 때 10년 간 피웠습니다. 끊은 지 오래됐어요.

한의사 : 잘하셨어요.
나 : 먼저 제 증상에 대해 설명할게요.(위에 있는 나의 폐 건강의 역사와 최근 비염인지 모를 증상에 대해 설명했다)

한의사 : 그럼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시나요? 아니면 사람이 많거나 먼지가 많은 곳에서 기침을 좀 하시나요? 나: 글쎄 잘 모르겠는데요. 특별히 아프지 않아도 한약을 먹어야 할까요?

한의사 : 건강하게 지내시다가 갑자기 건강이 약화돼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합니다. 그게 돈을 아끼는 거예요.

환자의 당연한 질문에 의사의 당연한 대답이었다.

나 : 목소리를 많이 쓰는 일을 합니다.

한의사 : 저희 원에 성우분들도 많이 찾아오십니다.

나 : 생각해 보니, 계단을 오르내릴 때보다는 사람이 많고 먼지가 많은 곳에서 기침이 나는 거 같아요.

한의사 : 네 그럼 비염이나 천식 쪽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관지점막이나 코점막에 문제가 있을 경우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계단을 오르내릴 때 숨이 찰 경우 폐가 나쁜 거라 그것보다는 치료하기가 쉽습니다. 잠은 잘 자고 설사나 변비는 있나요?

나 : 아뇨

한의사 : 잠을 잘 자고 설사 변비가 없다면 약을 잘 흡수할 겁니다. 다만 폐활량이 약하면 약 흡수에 조금 문제가 생길 수가 있어요. 한약 복용 중에는 양약도 먹지 말아야 하고 술도 마시지 말아야 합니다.

나 : 인터넷에 보니 한약이 골다공증에도 좋다고 하던데요

한의사 : 폐가 건강해지면 뼈 건강에도 영향을 줍니다. 특히 폐 질환자의 경우 뼈 건강도 나쁜 경우가 많아요. 부분적으로는 도움이 됩니다.

나 : 아!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한의사 : 비용 부담이 있는 거 잘 압니다. 잘 생각해 보시고 결정하세요. 가격은 이러저러합니다.

가격 이야기를 들으니 그동안 친절하게 상담한 내용이 다 이것 때문이였나 하는 현실 자각이 됐다.

나 : 일주일만 생각하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상담을 잘 마치고 혼자 근처 커피숍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친구에게 이런 상황을 알려주니, 그냥 해버리라고 가스라이팅을 한다. 큰 돈이라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더 생각해보고 하는 게 합리적이고, 오늘 상담에 내가 훅 넘어가지 않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최근 아들 건강을 위해 어렵게 모은 돈을 선뜻 내줬었는데 나를 위해 돈 쓰는 걸 이렇게 힘들어하는 게 맞는지도 생각해봤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나의 오랜 문제를 해결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다시 한의원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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