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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입 되기

by 조작가

오리입이 되기로 했다.


하루의 2만 번 호흡한다고 하는데 나는 얼마나 복식호흡을 하고 있을까? 복식호흡을 연습하는 건 평상시에도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이 되기 위해서다. 하지만 쉽지 않다. 평생 입으로 가슴까지만 호흡하면서 살아왔는데 한 달도 안 돼서 그런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틈틈이 의식적으로 일부로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들이쉬고 공기를 횡격막 밑으로 보내려고 한다. 코로 숨쉬기 위해서는 입을 다물면 된다. 코로 숨 쉬면 복식호흡이 자연스럽게 된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코 호흡의 중요성에 대해 무려 160년 전 조지 캐틀린이라는 사람이 말했다. 조지 캐틀린은 아메리카 원주민 어머니들이 아기를 재울 때 언제나 손가락으로 입술을 오므려 주어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자는 습관이 들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 결과 원주민이 문명사회의 질병 대부분을 앓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지 캐틀린은 코로 숨 쉬면 모든 질병이 사라진다고 말하면서 그 중요성에 대해 한 마디로 '입 다무세요'라고 말했다. 입을 다물어서 좋은 게 침묵뿐만 아니라 호흡이라니 놀랍다.


저자는 "생명을 유지하는 공기를 폐로 공급하는 본래 통로는 입이 아닌 코입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삶이 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죠. 이들은 자연의 법칙을 엄격히 따랐고 그 결과 온전하고 고결한 체형과 신체적·정신적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되었습니다.(중략) 입을 벌리고 자는 잠은 인간이나 동물에게 완벽한 수면이 될 수 없습니다. 일단 폐에 부담을 주지요.(중략) 입을 벌리고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직접 들이마시는 것은 폐에 당연히 좋지 않습니다."라고 <호흡하는 법: 숨만 제대로 쉬어도 건강하다>에서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코는 공기를 데워 주고, 습하게 만들며 공기의 흐름을 조절하고 공기 중의 먼지와 불순물을 걸러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 대신 입으로 숨을 쉬면 차갑고 건조한 데다 불순물을 거르지 못한 공기를 곧장 폐로 흡입하게 되므로 우리는 입을 닫고 코로 숨을 쉬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반대로 입으로 호흡할 때 여러 가지 문제 특히 전염병에 노출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입과 목이 벌어진 채로 이러한 것들을 폐로 흡입하는 것은 결핵이나 치명적인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굉장히 쉽고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콜레라, 황열병과 같은 끔찍한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이 동물성 미생물의 흡입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도 합리적인 추측입니다. 이러한 유해균을 위와 폐로 가장 많이 흡입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질병의 희생자가 되겠죠."


입으로 호흡하느냐 코로 호흡하냐는 문제는 결국 몸의 구조적 변형까지 나타나게 된다. 저자의 책에서는 입으로 호흡할 때의 사람들의 모습과 코로 호흡할 때의 사람들의 모습을 비교하고 있는 삽화가 있는데, 코로 호흡하는 경우가 표정이 훨씬 편안해 보인다. 옮긴이도 코 호흡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우선 코로 숨을 쉬면 몸의 기능과 구조적인 변형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코를 통해 숨을 쉬어야 주요 호흡근인 횡격막이 제대로 기능합니다. 코가 아니라 입으로 숨을 쉬면 횡격막 대신 호흡을 보조하는 다른 근육들이 호흡에 관여해 목이 뻣뻣해지고 장기적으로는 몸의 구조를 변형시킵니다. 거북목이 바로 대표적인 예지요". 그래서 내가 그동안 목이 항상 뻣뻣했었고 거북목이었구나. 호흡 하나가 이렇게 중요하다니 놀랍다.


저자는 자면서도 코로 호흡하라고 말한다. 실제 내가 입을 벌리고 자는지 입을 닫고 코로 숨 쉬면서 자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아침에 일어날 때 입의 건조한 정도로 추측할 수는 있다. 하지만 평상시 호흡할 때도 대부분 입으로 호흡하는데 잘 때 코로 호흡할 가능성은 낮다. 수면할 때 코로 숨쉬기 위해서 입에다가 집개를 하고 자면 어떨까? 입이 아파서 또 뒤척이다가 금방 집개가 떨어질 위험이 있겠지만, 누가 이거 발명하면 대박이겠다. 혹시나 하고 검색해 보니 수면입마개라는 제품이 있다. 세상에 없는 게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수면입마개는 주로 코골이 치료용, 수면호흡증 대비용 제품이지 입으로 숨 쉬는 걸 막고 코로 숨 쉬게 하는 제품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그동안 내가 만난 그 수많은 슬립테크(Sleep-Tech) 스타트업이 왜 수면 시 코로 호흡하게 하는 제품을 만들지 않았을까? 슬립테크 제품은 주로 웨어러블 기기나 AI 기반 수면 분석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수면 중 각성, 코골이 발생 여부, 깊은 수면 지속 시간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거나 매트리스의 경도를 제어해 사용자의 체형이나 수면 자세에 맞춰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매트리스 경도를 제공하거나 수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온도를 수면 시간 동안 체크해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게 해 수면의 질을 높여주는 제품, 기술이 대부분이다. 160년 전에 코 호흡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코 호흡을 도와주는 슬립테크 기업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그동안 나는 주로 입으로 숨을 쉬어왔던 거 같다. 노트북 작업할 때 확실히 알 수 있다. 입을 살짝 벌리고 입으로만 호흡하고 있다. 그나마 내가 입으로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최근에 배운 복식호흡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게 다행이다. 수면입마개는 코 호흡용이 아니고 코 호흡 유도 제품을 만드는 슬립테크 제품도 없으니 잘 때가 아니라 깨어있을 때 코 호흡을 잘하면 된다. 수면입마개를 하면서 노트북 작업을 한다면 코로 호흡할 수 있지만 자세나 모양이 영 아니다. 조지 캐틀린이 160년 전에 말했던 '입 다무세요'를 적용하면 자연스럽게 코 호흡이 된다. 참 오래된 습관 탓인지 잘 되지 않는다. 열심히 노트북 작업하다 보면 다시 입을 벌리고 있다. 그래서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어머니처럼 내 손으로 입을 잡곤 한다. 오리입 같다.


저자는 문명사회에서는 입을 자주 열수 밖에 없는 환경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아마 160년 전보다 지금 더 많이 우리는 입을 열고 살고 있는지 모른다. 뭔가 적극적으로 나를 드러내려면 입을 벌리는 게 좋다.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들어내기 위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보다 입을 벌리는 게 더 주목받는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자기주장이 없고 소심한 사람으로 보이는 세상이다. 말도 많아졌고 먹을 것도 많아진 세상이다.

세상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지 몰라도 당분간 오리입으로 살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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